•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광진문인협회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수필-산문-소설▒ 스크랩 수능일을 앞두고.
정순이 추천 0 조회 11 12.10.12 09:3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어제 가을비가 내린 후로 부쩍 기온이 내려갔다.

아라의 등교를 배웅하러 현관문을 밀치니

반소매의 팔뚝에 오소소....소름이 돋는다.

아라의 수능일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엊그제 고등학교에 입학 시킨 것 같은데 벌써 수능일이라니....

 

평소 낙천적인 아라는

마지막 모의고사를 보기 전까지만 하여도 별다른 반응이 없더니,

모의 고사 결과가 바라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는지 부쩍 예민해졌다.

그동안은 학고 공부보다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는데

모의고사를 결과 후부터는 집에 일찍 귀가하여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혼자서 먹는 저녁이 귀찮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은 혼자서 폭식을 하였는데,

이제는 같이 저녁을 먹을 사람이 있어 좋았다.

이 다음에 나 혼자 살게 되면 가장 싫은 것이

혼자서 저녁밥 먹는 일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수능일 두 달을 남겨놓고 주말 영어 학원에 등록하더니

진작 학원에 다니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엄마가 레슨비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

그냥 혼자서 공부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마음 아팠다.

 

물론 부모의 도움없이도 좋은 대학에 척척 합격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예능 계통은 본인의 재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라가 피아노를 전공한다고 하면 모두 돈 많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일주일에 한번 레슨을 받는것이 전부인 아라는 오히려 인문계 학생들보다

더 과외비가 적게 들었다고 하면 의아해 하였다.

 

늙은 엄마인 탓에 너무나 정보가 없어 그냥 아라가 하는대로

두고만 보았는데, 이런 엄마를 아라는 참 답답하였을 것이다.

아라가 가려고 하는 대학이 수시 시험은 없어 일단 수능을 잘 보아야 하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닌가?....뒤늦게 후회가 된다.

고액 과외는 못 해 줄지라도 여름방학 기간동안 학원에라도 보냈으면.....

 

한창 잠이 많은 시기인지라 책상에 앉아서 조는 모습이 안타까워.

아라야, 그냥 먼저 한숨 자고 일어나서 하면 안되겟니?.....하였더니

엄마 제발 자라는 말 하지 말아줘. 내가 알아서 할께....하고는

인터넷 강의를 열어 놓고는 내가 흔들어 깨워도 모르고 잔다. 

 

그런 아라를 두고도 엄마인 나는 어쩜 그리도 잠을 참을 수 없는지....?

아이가 고3이면 엄마도 같이 수험생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한 숨자고 일어나 나도 거실에 않아 아라의 동영상 강의를 듣는데

어쩜 그리도 귀에 쏙속 들어오게 강의를 하는지....

그동안 내가 몰랐던 한국지리와 근현대사가 너무나 재미가 있었다.

 

지난 여름부터 100일 수험기도에 들어간 엄마도 많은데

나는 아라를 위해 무엇을 해 줘야 할까?

수능일까지 밥이라도 잘 챙겨줘야 하는데

저녁 모임이 있다보니 그것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라야, 네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엄마는 네가 엄마곁에서 건강하게있어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

너무 시험에 연연하지 말아라.

어떤 대학에 들어가든 네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착하고 밝고 건강한  엄마의 딸이면 충분해.

 

 

 

 

 

 

 

 

 

 
다음검색
댓글
  • 12.10.15 15:12

    첫댓글 문학상 시상식날 같이 식사하셨었죠?
    저희 아이도 수능을 봅니다. 작년에 실패하여 재수를 했죠.
    치열하게 공부할 거란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지만
    재수하면서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덤으로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답니다.

    재수(再修)가 다시 닦는다는 의미로 말씀하시던 학원원장님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았답니다. 다행히 일년을 별 탈없이 잘 지나온 것 같은데...
    수능일에 얼마나 갈고 닦은 모습을 보일지...

    수능에 대한 사진만 보아도 시큰하는
    우리 수험생 엄마들
    힘내요. 아이들에게 힘을 주어야겠지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모두 딸도 아들도
    그리고 엄마도요

  • 작성자 12.10.15 23:18

    반가워요. 이번에 수필 부문 당선한 분이군요.그날 만나서 반가웠어요. 같은 고3엄마였군요.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