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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대중교통을 이용해 '버실이재(벌문재) → 갈림길 → 각희산 정상 → 갈림길 → 1,062봉 → 화암문 전망대 → 화암문 → 철계단 → 쌍봉우리 전망대 → 화암동굴 입구 → 주차장'의 6.5km 코스를 3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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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희산[角戱山]
높이: 1,083m
위치: 강원도 정선군 동면, 임계면
각희산은 화암 국민관광지에서 동대천 북쪽으로 병풍을 펼친 듯 솟아 있는 산이다. 각희산행 들머리인 동대천 변에는 화암 8경이 가까이 있다. 화암 8경은 화암약수(제1경), 화암(그림바위) 옆 거북바위(제2경), 용마소(제3경), 화암동굴(제4경), 화표주(제5경), 신선암(제6경), 설암(雪岩)으로 유명한 소금강(제7경), 몰운대(제8경)로 저마다 독특한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각희산 자락에는 화암동굴과 화표주가 자리 잡고 있다. 각희산 정상에서 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다. 북으로는 고양산과 문래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청옥산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으며, 남으로는 지억산과 민둥산이 보이고 그 뒤로 두위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 한국의 산하
지금까지 파악한 172개의 천고지 산 중 159개에 올랐고, 13개의 산이 남았다. 그중 몇 개의 봉우리는 대간, 정맥 상에 있어, 대간 팀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중이고, 지맥 또는 단맥 상의 산은 언제 기회가 올지 몰라, 가성비는 떨어지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를 계획이다. 그러다 일과 중 하나인 안내산악회를 섭렵 중 한 달에 두세 번 오지 산행을 진행하는 산악회에서 2023년 2월 4일 토요일에 정선 각희산행 계획이 있는 걸 발견했다. 발견 당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으로, 그저 각희산행 게시판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물론 빠른 산꾼 두 명은 이미 신청했다. 해서 나도 게시판이 만들어진 다음 날, 즉 산행계획을 발견한 날, 바로 신청 글을 남겼는데, 그게 2022년 12월 16일이다. 그리고 2022년 12월 21일에 구체적인 산행계획이 공지됐다.
이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이 천고지인, 오지 산행은 성원을 채우지 못해 취소하는 게 90% 이상이라, 매번 신청자 추이를 주시한다. 그래야 성원 부족으로 취소할 기미가 보이면, 대체 산행지를 찾아, 산에 못 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2023년 2월 4일 진행하는 각희산도 산행 열흘 전인 1월 25일 신청자가 12명에 불과했다. 그러자 성원을 채우기 어렵다고 생각한 신청자가 1월 26일 취소해 11명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정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취소 글을 쓰는 게 번거로울 정도다. 해서 평일 산행을 진행하는 안내산악회에서, 비록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확률이나 그사이 신청자 폭주로 성원을 채울 수 있어, 토요일을 제외한 수, 목, 금 중에서 적당한 산행을 찾았다. 그렇게 발견한 게 2월 2일 목요일 운악산행이다. 이후 각희산 신청자는 산행 진행 여부가 결정되는 2월 2일 목요일까지 18명으로 성원에서 2명이 부족해(성원을 20명으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취소라 생각했다.
2월 2일 목요일 가벼운 마음으로 운악산행을 마치고, 날머리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시고 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린다. 당연히 취소나 연기 문자라 생각하고, 그걸 확인했다. 그런데, 아니다. 입금을 부탁하는 문자다. 과거에는 미리 입금하고 신청했는데, 워낙 취소하는 산행이 많아, 적립하거나, 환급받는 게 번거로워 어느 순간부터 정상 진행이 확정되는 순간 입금하는 거로 바꿨다. 지금 운악산행을 마쳤는데, 하루 쉬고 천고지에 오르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현재 신청 인원을 확인했다. 16명이다. 성원 기준이 20명이 아니라, 16명이었나? 어쨌든, 내가 못 가겠다고 버티면, 다른 15명도 못 간다. 그리고 각희산행을 언제 다시 진행할지도 몰라, 바로 입금했다.
이번 각희산을 진행하는 안내산악회는 시간 계획이나, 코스 설명이 주로 이용하는 산악회에 비하면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덕분에 모든 걸 앞선 산꾼의 산행기나, 지도를 보고 감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산행 코스도 10km가 안 되는 거로 보이나, 정확한 거리와 소요 시간은 알 수가 없어, 일단 다른 산행과 같이 준비했다. 다행히 날씨는 목요일 운악산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와중에 이 산악회의 장점이라면, 산행 전 게시판에 날머리에 하산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따라서 그에 맞춰 산행 속도를 계획할 수 있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화암동굴 주차장에 식당가가 있다니, 하산주를 위해 최소 1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산행 거리와 소요 시간을 얼마로 책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일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언급할 테니, 그때 고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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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희산행을 진행하는 산악회는 신사역 4번 출구에서 7시 10분에 출발하는 안내산악회로 오랜만에 같이 한다. 꽤 오랜만인 거 같아, 자료를 찾아보니, 직전에 동행한 산행이, 2022년 2월 22일 충주 천등산~인등산~지등산 연계 산행이니, 거의 1년 만이다[산행기]. 자료를 찾아보고 나도 놀랐다. 코로나 이전에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같이했었다. 어쨌든, 신사역에서 7시 10분 출발이라, 일과를, 양재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산악회보다, 20분 늦게 시작했다. 이틀 전인 2월 2일 운악산행 때 준비했던 컵라면을 포함해 모든 게 배낭에 그대로 들어 있어 따로 준비할 건 없다. 다만, 운악산에서 꺼내 먹은 에너지 바 하나와 컵라면용 뜨거운 물을 보충했을 뿐이다. 이번 산행에서도 컵라면은 그대로 들고 오고, 보온병의 뜨거운 물은 우엉차 만드는 데 사용할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불광역 기준, 7시 10분 신사역 출발 산악회 버스를 타기 가장 좋은 지하철 시각은 불광역발 6시 27분이다. 그럼, 신사역에 6시 56분 도착이다. 해서 6시 15분경 집을 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해, 계획대로 27분 열차를 탔다. 여유로운 아침이다. 신사역에 도착해 4번 출구로 나가자,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며 버스를 기다렸는데, 7시 5분에 경주 단석산행 버스를 선두로 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각희산행 버스는 승차정원이 28명인데, 승객이 17명에 불과해 11자리가 비었다. 애초 단독 자리로 신청했으나, 산행 하루 전 비어 있는 2인석으로 변경했다. 고로 옆자리에 승객이 없어, 배낭을 그대로 짊어지고 버스에 탔다. 그렇다고 배낭을 좌석에 두는 건 기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옆자리 아래에 두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인원 점검이 끝나고, 7시 11분에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간밤에 등이 가려워 잠을 못 잔 후유증이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휴게소다. 멍한 상태로, 버스에서 내려보니, 치악휴게소로 주차장은 거의 만원이다.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볼일을 보고 나오며 보니, 대형차량 주차장은 전세버스로 가득하다. 그중 70% 정도가 나도 익히 아는 안내산악회라, 끝에서 끝까지 열병하듯이 앞창의 목적지를 확인했다. 대부분이 태백산 주변 산이다. 하긴 치악휴게소에서 휴식하는 차의 목적지가 이 동네가 아닌 게 이상하지. 그렇게 안내산악회의 목적지를 확인하고 추위를 피해 버스에 탔다. 그리고 인솔 대장의 자리에 있는 지도를 사진으로 찍었다.
버스 출발 직전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다. 이미 사진으로 찍었으나, 거절할 상황이 아니라, 받았다. 그리고 살펴봤다. 산행 거리가, 6.5km에도 미치지 않았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확인한 것도 같다. 그런데, 시간 계획이 없다. 다만, 산행 후 1시간 화암동굴을 관광할 수 있다는 것만 언급하고 있을 뿐! 버스가 출발하면 인솔 대장이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하며, 언급할 거라 조급할 이유가 없어, 지도를 빈자리에 놓고, 눈을 감고 있는데, 버스가 출발하면서, 마이크가 켜진다. 그리고 설명을 시작한다. 오지 임에도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헷갈리면 무조건 화암동굴 방향으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직벽에 사다리가 있는데, 위험하니, 반드시 뒤로 돌아서 내려오라고 했다. 중요한 산행 시간은 4시간 50분으로 거리에 비해 소요 시간이 긴 건 동굴 관광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6.5km, 4시 50분! 5시간이면 5시간, 4시간 30분이면 4시간 30분이지, 4시간 50분?
어쨌든 6.5km면, 빠르면 2시간 30분, 늦으면 3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한 거리다. 물로 이틀 전 산행과 간밤에 잠을 자지 못해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는 하지만. 들머리인 '벌목재' 도착 예정 시각이 11시경, 넉넉잡고 산행에 3시간을 잡으면, 2시경 날머리에 도착한다. 그럼, 체력도 정상이 아닌데, 쓸데없이 무거운 보온병과 먹거리를 들고 갈 이유가 없어 보여, 배낭에서 음식이 든 디패과 보온병을 꺼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2시 점심은 너무 늦는 감이 있어, 다시 보온병과 디팩을 배낭에 넣고, 최근에 사용한 적이 없는 등산지팡이를 꺼냈다. 배낭의 무게를 줄이고자 엄청나게 머리를 굴린다. 막상 산행이 시작되고, 10여 분이 지나면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배낭인데.
등산 준비를 위해 수시로 지도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하다가, 민둥산이 근처에 있는 걸 확인하고, 등산화로 갈아 신고, 미니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꽤 넓은 주차장과 소형 차량 경주장을 지나고 있다. 기사에서 본 모습인데,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버스는 힘겹게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오른쪽 옆은 낭떠러지다. 급경사, 급커브를 힘겹게 올라가는 버스에서 창밖으로 낭떠러지를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겁이 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많아지는 게 정상인가? 그렇게 구불구불 달리던 버스가 고개를 넘자, 인솔 대장이 차를 세웠다. 들머리인 벌목재다. 그 시각이 10시 46분으로 예정보다 조금 빠르다. 그리고 도착 시간을 확인한 인솔 대장이 산행 마감 시각을 공지했다. 3시 40분으로 휴게소를 떠날 때보다 10분 빨라졌다. 추가로 40분은 버스 출발시간이니, 최소 10분 전에 탑승하라는 대장의 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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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내린 승객들이 등산 준비를 하는 주위를 둘러보니, 그래도 여기는 오지 중의 오지임에도 이정표가 있다. 각희산까지 70분. 결과적인 얘기나, 이 코스의 모든 이정표가 거리가 아니라, 시간으로 표기하고 있어, 거리에 익숙한 인간에게는 약간 혼동이 왔으나, 몇 번 보다 보니, 바로 적응했다. 그런데 버스로 벌목재까지 올라오는 동안은 눈을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막상 산행을 시작하려고 보니, 들머리부터 눈이다. 해서 다른 등산객들이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는 동안 무시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들머리가 그늘이라, 눈이 녹지 않은 거지,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눈이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게 선두에서 위로 향해 가는데, 눈도 눈이지만, 경사가 너무 심하다. 와중에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하지 않은 걸 깨닫고 바로 확인했다. 837m! 정상과 표고차가 200m가 조금 넘을 뿐이다.
산악회 지도에 따르면 벌목재에서 정상까지 2km, 지자체에서 세운 이정표에 의하면 벌목재에서 정상까지 70분이 걸린다. 고로 2km에 70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와중에 수직으로 올려야 하는 높이는 200여 미터에 불과하다. 2km 구간에 기복이 엄청나게 많거나, 오려야 하는 200여 미터가 거의 수직이라는 거다. 이유가 뭐든 쉽지 않은 등산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산악회에서 산행 소요 시간을 3시간 조금 넘게 책정한 걸 보면, 하산은 평이하다는 얘기다. 머릿속으로 그런 계산을 하며, 아이젠 없이 눈 쌓인 급경사를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죽죽 미끄러진다. 해서 각희산에 항복을 선어하고,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그러는 동안 뒤에서 따라오던 서너 명에게 선두를 넘겨줬다. 그건 잘 된 거다.
역시 예상대로 햇볕이 미치지 않는 가파른 등산로를 벗어나자, 눈이 없고 그나마 경사가 조금은 덜 한 등산로로 바뀌었다. 그리고 주변의 경치도 보이고. 그런데 왼쪽 위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아무리 계산해도 각희산 정상이다. 좀 가깝게 느껴지기는 하나, 저 봉우리 뒤로 더 높은 봉우리가 있다면, 너무 멀다. 당연히 가끔은 뒤로 돌아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도 치듯 물러나는 산세를 감상했다. 그런데, 평지와 다름없는 등산로를 따라 100여 미터를 오르자 다시 급경사다. 이번에는 거의 수직이다. 와중에 마사토라 죽죽 미끄러진다. 아이젠은 도움을 주기보다 불편을 줄 뿐이다. 체력의 한계를 느껴 쉬엄쉬엄 올라가는데, 후미에서 출발한 인솔 대장 팀이 도착했다. 그와 과거 산행에 관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다시 그들을 앞장세웠다. 그런데 그들 또한 올라가는 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대략 5미터 오르고, 잠깐 쉬며 가쁜 숨을 몰아쉬기를 반복하며, 급경사를 올라, 11시 32분에 높이 1,050m의 이정표가 있는 '제1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각희산까지 남은 시간은 20분이다. 벌문재 이정표의 70분과 비슷하다. 어쨌든 각희산 정상이 해발 1,083m니 33m만 올라가면 된다. 그리고 20분 거리면 1km 내외라, 왼쪽으로 보이던 봉우리가 각희산 정상이 맞다. 좌회전해 심설의 등산로를 따라 전진하자, 어느 순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봉우리가 막아선 게 보인다. 당연히 160번째 천고지 봉우리라, 흥분해 전진했다. 그렇다고 주변을 둘러보는 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칼바위 능선과 다름없는 능선 위 등산로를 지키고 있는 나무에 겨우살이가 한창이다. 좀 과장해서 손을 뻗으면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갔는데, 등산로는 바로 올라가지 않고, 우회한다.
앞선 일행이 러셀한 심설을 따라 우회하며, 무언가 이상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 봉우리가 정상은 맞는데, 직선 주로는 암벽으로 위험해, 빙 돌아 등산로를 낸 거다. 고로 저 앞 능선에 올라서면 좌회전해 봉우리로 올라간다. 나와 다름없이 힘들어하는 인솔 대장의 모습을 뒤에서 관찰하며, 따라가, 11시 44분경 능선에 올라선 후 좌회전했다. 정확히는 정상으로 향하는 직선 주로는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 능선을 따라 좌회전해서 빙 돌아간다. 거리야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게 짧지만, 힘은 빙 돌아가는 게 덜 든다. 과거라면, 계곡으로 내려갔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빙빙 도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는데, 막상 시간이 더 드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앞서가는 대장의 모습을 보며 등산로를 따라 빙 돌아가는데, 등산 앱이 정상 50m 반경 내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 시각이 11시 47분으로, 산행 시작 후 한 시간이 조금 안 걸렸다. 애초 들머리인 벌목재에서 정상까지 2km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한 시간 내로 주파할 생각이었다. 지자체에서는 70분으로 책정했지만. 지자체 계산보다 10분 빨랐으나, 국립공원에서는 그보다 더 빠르니, 지자체 기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인솔 대장의 뒤를 따라가, 11시 49분에 각희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앞서 러셀하며 왔던 일행이 정상석을 대신해 이정표 기둥의 '각희산 정상 1,083m' 명패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각희산이 까만 소나 어떤 기관의 인증 대상이 아니니, 인증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거나 하지 않아, 여유로운 이정표를 배경으로, 160번째 천고지 도착을 기념해 인솔 대장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지금도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상이 과거 헬기장이라 의도치 않게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어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끝으로 정상목 역할을 하는 이정표를 다시 사진을 남기고, 이정표 기준 110분 거리의 화암동굴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11시 56분이다. 산악회 지도에 의하면, 4.5km다. 지자체의 소요 시간과 산악회의 거리를 합쳐 계산해 보면, 시간당 2.3km라 쉽지 않은 등산로다. 화암동굴까지 가는 길목에 무언가 발목을 잡는 방해물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에 심설이라, 오히려 스키 타듯이 내려가니, 평소보다 더 빠르게 하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려가 12시 5분에 화암동굴에서 100분 거리의 화표동 갈림길(제2 갈림길)을 통과했다. 그리고 12시 10분에 문재 갈림길이자, ‘1,062봉 정상’에 도착했다. 화암동굴까지 남은 시간은 90분이다.
1,062봉에서 뒤로 돌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각희산 정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 가는데 전면 나뭇가지 사이로 물도리가 보인다. 거리가 멀고, 울창한 숲에 가려 정확한 건 아니나, 분명 강이다. 이 동네에 강이 있었나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봤으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선이니, 동강이 있기는 한데, 그게 화암동굴 앞을 흐르는지 모르겠다. 궁금한 건 못 참아, 이 글을 쓰며 지도로 확인해 보니, 조양강의 지류인 어천이다. 그리고 조양강이 동대천과 합류한 후 동강으로 이름을 바꾼단다! 울창한 숲에 가려 제대로 찍히지는 않으나, 전후좌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화암동굴을 향해 가는데, 칼날 능선의 햇볕이 잘 드는 왼쪽 남서사면에 서너 팀이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현재 시각 12시 15분, 배낭에 2주 이상 있었던, 컵라면을 처리할 때다. 해서 나도 급경사 낙엽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남은 뜨거운 물에 마른 우엉을 넣어 만든, 우엉차와 귤로 식후 입가심 후, 모든 흔적을 깨끗이 치우고, 급경사 식당을 떠난 시각이 12시 32분이다. 오른쪽은 낭떠러지, 왼쪽은 그에 약간 못 미치는 급경사의 칼날 능선 위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는데, 눈보다 낙엽이 더 미끄럽다. 덕분 두 번이나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두 번째 엉덩방아 때는 뒤에서 따라오던 등산객이 놀랐을 정도로 소리가 컸다. 와중에 장갑을 끼고 있어, 손바닥에 상처가 나는 건 면했다. 그렇게, 칼날 능선으로 가다 보니, '화암문 조망도'라는 입간판이 서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인공이 아니라, 낭떠러지 방향으로 약간 튀어 나간 바위에 안전시설도 없이, 전망대라고 조망도를 세워놨다. 대단한 지자체다. 어쨌든 그 전망대에서 '가리왕산'과 천고지 중 아직 오르지 못한 '백석봉'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로는 분명치 않았던 휘돌아가는 강이다!
조망도의 명칭이 '화암문 조망도'다 그럼, 여기가 화암문이라는 얘기라, 문을 찾아 주변을 둘러봤으나, 어디에도 문처럼 보이는 건 없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거로 생각하며, 화암문은 잊고, 다시 동굴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능선이 4m가량 끊긴 후 다시 시작해, 돌아내려 가야 했다. 그리고 보이는 성벽과 성문! 이게 화암문이다. 자고로 문이라면 지나다닐 수 있어야 해, 내려갈 수 있는지 살펴봤는데, 급경사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고로 진짜 문이 아니라, 문처럼 생겼다는 거다. 어쨌든 화암문 앞 이정표에 따르면 동굴까지 남은 시간은 80분이다. 현재 시각 12시 42분, 이대로 간다면 2시경 화암동굴 도착이다. 화암문을 떠나, 9분가량 가자, 이번에는 港木大다. 동굴까지는 60분! 항목대 무슨 뜻일까? 여기도 대한민국의 높은 산에는 거의 다 있는 큰 홍수와 관련된 지역인가? 어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를 묶기 위한 나무 기둥?
항목대에서 아래로 내려가려고 보니, 직벽에 철계단이다. 인솔 대장 말대로 계단이라기보다는 사다리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내려 갈 정도로 위험한 건 아니다. 그 사다리에 서서 왼쪽을 바라보니, 능선을 따라 난 하얀 눈길이 마치 성벽처럼 보인다. 그 성벽이 향하는 봉우리가 다음 목표다. 앞으로는 쌍봉이다. 대한민국에 쌍봉이 많으나, 쌍봉을 논할 때 첫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하는 모습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사다리를 내려갔다. 그리고 왜 항목대라는 이름을 가졌는지 궁금해 뒤로 돌아, 방금 내려온 바위를 유심히 살폈다. 나뭇가지에 가려 잘 안 보이지만, 특별한 뭘 찾을 수가 없다.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던 자신에게 조소를 보내고, 항목대를 떠나, 다시 길을 재촉해 1시 4분에 동굴에서 45분 거리에 있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갈림길도 아닌데 왜 이정표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이정표가 없던 과거에 좌회전했다가 낭패 본 등산객이 꽤 있었을 거 같다.
이정표의 지시대로 좌회전이 아닌 우회전을 해 3분가량 가니, 인솔 대장이 등산로에 놓은 방향 표지가 있다. 직진이 아니라, 왼쪽으로 내려가라는 지시다. 직진해도 될 거 같아, 10여 미터를 직진해 보니, 낭떠러지는 아니고, 가려고 마음만 먹으며, 뒤로 돌아 바위를 타고 내려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바위 곳곳에 쌓인 눈을 털며 내려가는 계 귀찮아, 표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대장의 지시대로 우회했다. 그런데 이정표를 설치한 수준을 보면 등산로도 꽤 정비했을 거 같은데, 전혀 아니다. 말 그대로 오지의 짐승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오르니, 갈림길이다. ‘솔무데기 갈림길(제3 갈림길)’이다. 동굴까지 30분, 쌍봉우리까지는 10분 남았다. 그런데, 이 쌍봉우리가 내가 본 쌍봉은 아니고, 능선 상에 쌍봉이 있다는 건데, 그 모습이 궁금하다. 그리고 쌍봉을 넘어야 한다면, 끝까지 등산객을 괴롭히는 한국 산의 특징을 보여 준다. 하나도 부족해 두 개를 넘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그 사이로 지나는 거지만.
쌍봉우리를 향해 서둘러 가는데, 앞에 의외의 인공물이 보인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다. 지금까지 등산로 상태를 봤을 때 의외라, 분명히 다리를 놓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다리 위에서 좌·우, 아래를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과잉 친정이다. 폭우가 내린다고 해도 양옆으로 바로 흘러가, 물이 고여 있을 틈이 없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하며, 다시 길을 재촉해, 1시 12분에 쌍봉우리 전망대 갈림길에 도착했다. 동굴은 좌회전해서 20분을 가야 하고, 쌍봉우리 전망대는 25m 거리다. 이번 산행 구간에서 이정표에 시간이 아니라, 거리를 표기한 건 처음 본다! 어쨌든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거리도 25m에 불과해 전망대로 갔다. 그런데, 2.5m를 오기했다. 갑판이나 어떤 인공물로 만든 전망대가 아니라, 화암문 전망대와 같이 낭떠러지 밖으로 툭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다. 와중에 눈까지 쌓여 있어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어,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한 화면에 잡히지 않아, 파노라마 동영상도!
사진을 찍은 후 항목대에서 봤던 쌍봉을 찾아봤으나, 그 모습이 아니다. 역시 거리가 멀면, 착시가 발생한다. 그리고 쌍봉우리 전망대라는 데, 쌍봉은 물론이고 봉우리도 없다. 혹시 여기가 아니라, 아래에서 이 방향을 보면 쌍봉이 보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 의심하지 않고 화암동굴을 향해 출발했다. 전망대 갈림길을 통과하자, 앞에 봉우리다. 전망대가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한 곳에 있고, 화암동굴로 가기 위해서 그 봉우리 9부 능선을 지나는데, 앞에 다시 봉우리다. 고로 전망대를 끼고 있는 봉우리와 앞의 봉우리가 쌍봉이다! 쌍봉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두 번째 봉우리를 넘자, 급경사 아래로 지붕이 보인다. 화암동굴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등산로는 아래가 아니라, 직진하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다. 해서 ‘왜, 올라오냐?’고 묻자, 혹시 바로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등산로 표지를 놓고, 내려갔는데, 철조망이 막고 있어, 돌아오는 거라고 했다. 그러고는 표지의 방향을 아래에서 직진으로 바꿔 놓았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라, 아직 눈이 쌓여 있는 계곡을 지나자, 화암동굴로 내려가는 시멘트 계단이다. 그 계단으로 화암동굴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 1시 39분이다. 2시가 목표였는데, 예상대로 그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동굴 입구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가려는 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돌아보니, 매표소 직원이다. 난 안에 매표소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동굴을 향해 올라오는 입구에 있다. 7,000원씩이나 주고, 동굴을 구경할 생각은 없고, 입구에 전시해 놓은 걸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도라,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런데, 삼척 덕항산 환선굴도 그랬는데, 화암동굴도 입구까지 올라오는 모노레일이 있고, 승차료에 동굴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는데, 정작 승객들은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에 대해 매표소 직원과 관광객의 대화를 들은 후, 아이젠을 벗어 손에 들고, 포장도로로 주차장을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1시 48분에 주차장 전경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 반대편에 있는 산악회 버스를 확인했다. 이후 1시 52분에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160번째 천고지 각희산행을 마감했다.
3
오후 2시간 조금 안 된 시간에, 주차장에 도착해, 하산주를 마실만한 식당을 찾기 위해 주차장을 둘러싸고 있는 식당들을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살펴봤다. 겨울이라는 걸 고려하면 생각보다 많은 차량이 주차해 있어, 식당도 문을 많이 열었을 거 같은데, 생각보다 영업 중인 식당이 없어 보인다. 정확히는 밖에서 보기에는 식당이 장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해서 산악회 버스가 주차한 방향으로 가며, 식당 창이나, 입간판에 있는 차림표 중에 마음에 드는 안주가 있는 식당이 영업 중인지를 확인했다, 그래봐야 다 똑같지만. 그나마 한 식당이 다른 식당에는 없는 메뉴가 있어, 들어 들어가려는 데, 뒤에서 따라오던 인솔 대장과 그 일행이 그 옆 식당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간다. 마치 자주 온 단골처럼, 해서 아주 당연히 나도 그들을 따라 중앙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막 나보다 앞서 들어온 인솔 대장 일행 3명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전에 도착해 거의 식사가 끝나가는 혼술 중인 이번 일행 중 한 명이 손님의 다다. 해서 나도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자, 주인장이 따뜻한 차를 주는데, 맛이 심상치 않다. 주인장 말에 의하면, 겨울에 차가운 생수 주는 게 마음에 걸려 이것저것 약초를 넣고 끓인 차라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물이 없는 게 아니라, 손님에게는 500ml 생수 한 병씩 따로 제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차라, 주인장에게 차를 더 달라고 부탁하고, 식당 벽에 붙은 메뉴를 살펴봤다. 먹을 만한 건 다 2인 이상이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어 보겠다고, 악착같이 날머리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간 혼산 산꾼이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다. 하지만,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라, 이골이 나, 식사 중에 강원도에서 제맛을 즐길 수 있는 '감자옹심이'를 이슬이와 같이 주문했다. 자리에 앉기 전 술을 전시한 냉장고 내부를 확인해 '빨갱이 있냐?'고 묻는 건 시간 낭비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밑반찬을 안주로 이슬이 첫 잔으로 무사 산행을 감사하고 있는데, 앞 테이블에 앉은 인솔 대장 일행은 부대찌개를 주문한다. 아니 누구는 먹고 싶은 게 있음에도 혼자라, 주문을 못 하는 데, 셋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를 시킨다고? 속으로 한숨 쉬고 있는데, 감자옹심이가 나왔다. 그리고 내 기대를 넘어섰다. 진정 제대로 만든 감자옹심이를 맛보는 날이다. 살아오며 몇 번 감자옹심이를 먹을 때마다,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이걸 먹냐?’고 혀를 찼는데, 이건 아니다. 기대를 반쯤 접고 시작한다는 관광지 식당에서 이런 맛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해서 감자옹심이를 안주로 이슬이 두 병을 비우고, 인솔 대장 일행이 나가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계산하고, 식당에서 나왔다(산행이 끝난 후 날머리에 있는 식당의 음식이 만족스러우면, 현금으로 아니면 카드로 결제하는 게 습관이다). 그게 2시 40분경으로 버스 출발까지는 한 시간가량 남았다.
식당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저 앞으로 마치 여성의 볼록한 젖가슴 같은 쌍봉우리가 보인다. 그 쌍봉 왼쪽 끝에 약간 튀어나온 암벽이 전망대다. 역시 전망대에서 예상한 대로 아래에서 보니, 쌍봉우리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 봉우리의 모습을 보면, 과거에는 쌍봉우리가 아니라 젖봉이라 불렸을 거 같은데, 알 수 없다. 예정된 버스 출발 시간은 많이 남았으나, 혹시나 버스에 다들 타고 있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버스에 올랐지만, 대부분 등산객이 화암동굴을 구경 중인지, 차에 있는 승객은 소수에 불과했다.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남아, 버스에서 내려 주차장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버스에 타,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했다. 10분 정도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주차장 주변을 다시 배회하다가, 인솔 대장이 지시한 4시 30분경 버스에 탔다. 인솔 대장이 예고한 버스 출발 10분 전이다. 그런데, 아직 승객 두 명이 도착하지 않았다.
인솔 대장이 산행 전 공식 발표한 버스 출발 시각인 3시 40분이 되자, 주차장을 가로질러 뛰어오는 두 승객이 보인다. 그들이 버스에 타고 자리를 잡고 앉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주차한 버스에는 잠이 오지 않아 주차장을 방황하고 다녔는데,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어, 화장실이 급해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5시 10분경이다.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가능하면 가장 빠른 휴게소에 들려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간다. 문막이다. 주차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잠깐 문막 휴게소를 둘러보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승객의 급한 볼일을 위한 10분가량의 휴식이 끝나고 출발한 버스는 죽전과 양재에서 승객을 내려줬다. 원래 기점인 시청까지 가야 하나, 대규모 시위가 있다는 정보에 따라, 시청은 포기하고 대신 정차지가 아닌 양재에서 승객을 내려줬다. 같은 3호선 라인이라, 양재, 신사 어디에서 내려도 되나, 집까지 신사가 빠를 거 같아 양재를 통과했는데, 계산 착오였다. 어쨌든 7시 정각 신사역에 내리는 거로, 160번째 천고지인 강원 정선의 오지 각희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버실이재(벌문재) → 제1 갈림길 → 각희산 정상 → 제2 갈림길 → 1,062봉 → 화암문 전망대 → 화암문 → 항목대 철계단 → 솔무데기 갈림길 → 쌍봉우리 전망대 → 화암동굴 입구 → 주차장'의 6.48km(트랭글) 코스를 3시간 6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2시간 52분, 휴식 14분!
이번 각희산행으로, 현재까지 파악한 172개의 천고지 중 160개에 올랐다. 남은 천고지는 12!
들머리와 상봉과의 표고차가 200여 미터에 불과하나, 경사가 급해 등산은 다른 산행 못지않게 힘들었다.
정상과 쌍봉우리 전망대의 탁월한 조망만으로도 한번은 탐험할 만한 산이다. 코스 거리가 6.5km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