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한 잔을 친구처럼 곁에 두고 어제 부탁받은 칼럼 원고 한편을 마무리하려고 노트북을 연다. 편집장 7년차, 발행인과 더불어 작은 신문을 창간하여 30여 번을 발행했던 6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추억을 소환하라고 독촉한다.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하기에 굳이 지난 시간을 반추해 되새길 까닭이야 있으랴만 그래도 취재현장에 머물렀던 발자취는 기사와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있다.
전장을 누볐던 노병이 전리품을 마주하듯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수천 건의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과거의 영광을 안은 채 편집장의 눈동자에 또렷이 담겨진다. 사실 종이신문 발행을 만만하게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힘겨운 일인 줄도 몰랐다. 그나마 편집장의 경험치가 앞으로의 미래에 다윗의 물맷돌처럼 요긴하게 쓰이기를 바랄 뿐이다.
주방장이 음식을 만들 때 신선하지 않은 재료를 후순위로 물러두고 신선한 재료를 선택해서 다듬고, 물을 붓고 간을 맞추듯 그리고 강한 불에서 중불로 바꾸고 마지막에 약한 불로 다스리듯 편집장의 칼도 그러하다. 지면에 실을 좋은 원고의 분량을 맞추기 위해 첨삭하고, 사진을 요리조리 배치하다가 결국 넘치는 기사는 아까워도 버려야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기사는 다른 것을 빼더라도 그 자리에 채우게 된다.
올해 7년차 편집장의 업무를 맡아오면서 반년 가까이 신문을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장기적인 휴간인데 처음에는 좌불안석 답답한 속내를 숨기기가 어려웠는데 도저히 재정적인 위기를 돌파하고 꾸준한 발행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도전임을 직시하게 됐다. 한편 종이신문과 별도로 여태 꾸준히 인터넷에는 글과 사진 동영상을 기사로 올렸는데 그마저도 이제 기진맥진 제풀에 지친 상태가 됐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유튜브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사실 유튜브를 접한 지는 신문 창간 초기부터니 벌써 수년전이다. 기사 위주로 발행하는 신문이다 보니 아무래도 글의 비중이 컸고, 취재현장의 사진은 필수였다. 그 과정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2천여 건의 영상도 인터넷에 올려둔 상태였다. 아무래도 신문 일을 보다보니 영상은 항상 뒤로 밀려나 있었고, 후순위였다.
신문발행을 하지 못하면서 진로탐색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이왕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다가올 미래에 부가가치가 높은 일이면 좋으리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러면서 올 초 1월 창간 6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영상사업단을 발족하기로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때 느낀 것은 인터넷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것이고, 굵직한 사람들의 솔깃한 제안도 더러 있어서 내심 놀라기도 했다.
그러는 중에 차일피일 영상사업단의 활성화는 휴화산처럼 잠자게 됐는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숙고해보니 결론은 이랬다. 어차피 유튜브에 발을 딛고 초보 유튜버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재정보다도 본인만의 독창성 있는 콘텐츠의 발굴이 급선무였다. 영상편집을 배우려던 숙원이 있었음에도 늦어진 것은 신문의 큰 행사에는 영상촬영에 돕는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영상편집을 배우게 됐고 지금도 숙련중인데 이 기술은 스마트폰 안에서 30분짜리 이상의 영상도 편집할 수 있는 나름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확대보급은 전 국민을 사진작가 및 영상작가 반열에 오르게 할 만큼 이제 사진과 영상은 밥 먹을 때 숟가락 젓가락처럼 일상 깊숙이 자리잡아버렸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유튜브의 확장성은 20년을 더 갈 것 같고, 따라서 10년 이상은 계속 시장이 커질 것이다.
그래서 초보 유튜버로 나서고 나의 영역을 어디로 할지 정하는데 오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기독교 유튜버로 출발해서 한 달째 밤샘 작업을 거쳐 30여 개의 작은 나만의 콘텐츠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조만간 한 100편의 영상이 만들어질 때면 편집장의 글쓰기와 아울러 조간뉴스 브리핑도 곁들일 생각이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밤샘작업을 할 때 하늘의 별도 딸 것 같은 희열을 맛보다가 아침의 밝은 햇살 앞에서는 지렁이처럼 초라해져 의기소침하기도 하는 감정의 기복도 맛본다. 구글에서 유튜브를 인수한 것도 놀랍지만 유튜브가 유튜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크리에이터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도 놀랍지 않은가. 구독자 6명의 초보 유튜버는 거대한 해일 같은 유튜브의 바다를 항해하며 구독자 10만의 실버버튼의 1차 목적지를 향해 돛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