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미생각입니다. ^^;;
원래 제 글쓰기 스타일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중언 부언하는 스타일입니다만, 이번만큼은 다소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히 지적하기 위해서 거두절미하고 핵심과 요점만 추려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미생각의 짧은 논평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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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김재연 당선자가 유시민을 지목해서 공개 편지를 쓴 일이 화제가 되었다. 그 편지에 대한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내가 주목하는 바는 다른 곳에 있다.
사실 (몇 년전 쯤에 서프의 어느 분께서 지적하신 얘기이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발전 과정과 정치 지도자 개개인의 정치 역정, 정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가장 바람직한 대통령 재임 순서는 김대중 → 유시민 → 노무현이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노무현이 김대중의 뒤를 이어 먼저 대통령에 오를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대한민국 정치사가 거대한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첫단추가 되었다.
어쨌거나 구 시대의 막차 노릇은 유시민의 존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노무현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순이겠지만, 실상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권위주의 망령'에 여전히 휘둘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과 현실을 생각하건대, 유시민이 성공시켜야 할 마지막 미션은 구시대의 막차 노릇을 충실히 시행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로 이 지점이 유시민과 노무현의 차이점이며, 유시민이 김대중 식의 정치 스킬을 차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난닝구 & 전대협 &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이 조직과 보스를 보위하기 위해 사용하는 행동 강령과 거의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정확히 그 부분에 대해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에 개혁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시민을 비토하는 논리가 일관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사가 비극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유시민을 비토하는 논리의 핵심은 이것이다. "니가 무슨 자격으로 <김대중 + 노무현>처럼 행동하느냐?"
겉으로는 노무현이 숭상했던 '절차적 민주주의 방식'을 따르는 척 하면서 물 밑으로는 김대중에게 배운 나쁜 짓을 고대로 써먹고 있지 않느냐? 유시민처럼 '위선적'이고 '추악한' 정치인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유시민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적출'해야 할 암적 존재 라는 것이 그들 주장의 요지이다.
일견 듣다보면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 주소라는 점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고로 김재연이 유시민을 지목한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가 여전히 '1인 보스'의 '상명하복'에 질질 끌려다니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반증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정황에서 미루어보건대 이번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인해 유시민이 주목을 받아 '보스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음을 국민들로 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당권파들도 (표면적으로나마)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속내가 바로 김재연의 유시민 편지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딱히 없다.
관성을 극복하는 것이 진보의 일이지만, 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때때로 '옳은 판단'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고로 우리의 태도는 둘 중의 하나를 취하면 그 뿐이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유시민을 신뢰하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하던 대로 유시민을 증오하고 비토하거나..
그래서 바로 이 지점이 대한민국 정치사의 가장 큰 비극이 되는 것이다. 여전히 87년 체제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런 짓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첫댓글 고로 통합진보당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 진통들과 관련해서 나오는 설왕설래의 핵심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에 있는 겁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그건 <유시민>에게 향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고, 비당권파와 일반 국민들은
무슨 소리 하느냐? <이정희와 이석기>가 들어야 할 소리가 아니냐? 라고 보는 것이죠.
이런 와중에 유시민이 보여준 말과 행동, 사진으로 남은 기록들이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크게 '각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무본의 어느 분 말씀마따나 '잊혀진 사람'이 될 뻔 했던 유시민을
이렇게 키워준 건 결국 '당권파'들이란 말이죠.
고로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이 '마지노선'으로서의 이미지를 제대로 선점해 버린 이상
당권파들은 어떻게든 유시민을 걸고 넘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김재연이 유시민을 지목해서 편지를 쓰게 된 것이죠.
적어도 국민들은 유시민이라면 <마지노선>으로 인정해 줄 수 있다 여기고 있습니다만
<이석기>가 왜 마지노선이 되어야 하는지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자세한 설명없이 무조건 "이석기는 지켜야 합니다. 억울합니다" 만 반복해서
어떻게 대중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끝까지 강짜를 부릴수록 대한민국 진보는
점점 수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는 사람과 조직은 어떤 희생을 치뤄서라도 지켜내야 한다."
이것이 난닝구 & 전대협 &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의 행동 강령이며, 이것은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유시민을 보호하려 애쓰는 '상황'과도 정확히 궤를 같이 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1인 보스 통치, 상명하복 식의 조직 운영 방식- 바로 권위주의라는
망령이 튀어 나오는 것이죠. 이런 행태는 노무현 집권 이후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종말을 고해야 옳을 일이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정치판의 비극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유시민을 신뢰하고 그를 지키려 하는 이유는 바로 구시대의 막차 노릇을 할
마지노선으로 쓸 수 있는 싹수가 보이는 유력 정치인이 유시민 밖에 없다는 사실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마침 저간의 사태를 통해서 국민들도 이 점에 수긍을 하게 된 것이지요.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바로 이 부분의 설득에 실패한 겁니다.
그러니 유시민과 자기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억울합니다" 소리만 반복하면서 유시민을 걸고 넘어질 수 밖에 없는 거지요.
하지만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 유시민을 그렇게 크게 키워준 것은 결국 그들의
'자업자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유시민을 바라보는 평가는 끝까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관성대로 가야 한다는 말이죠. 이런 식의 정치가 2012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정치사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 남게 되죠. 유시민에 대한 평가가 평행선을 달리는 지점이 정확히
어디란 말이냐?
앞에서 얘기했던 "내가 하면 로맨스, 내가 하면 불륜"이라는 비난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냐
에 따라 달라집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예전에 정치인의 신뢰 기준, 다시 말해
정치인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액션을 취했을 때 이를 신뢰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어떻게 구분하면 되는지 아프로만님께서 아주 깔끔하고 상콤하게
정리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공의에 근거하여 명분을 앞세우느냐?
아니면 공의를 볼모로하여 명분을 앞세우느냐?"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좀 더 설명드리자면 유시민을 둘러싼 저간의 잡음이나 논란들이 과연 공의를 볼모로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저지른 일들이었느냐? 라는 질문을 던져봤을 때
"그렇지 않다. 유시민의 결단은 공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므로
이해하고 감수해줄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유시민 옹호 쪽이라고 한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 공의를 볼모로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고 독단과 독선을 서슴지
않는 위선자의 전형이 유시민" 이라고 보는 쪽이 유시민 비토 쪽의 시각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이건 그냥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논리에 불과하고요. 사실은 정말 제대로 된
핵심을 찌르자면 "유시민이 통제가 되는 사람이라고 보느냐? 아니냐?"에서 평가가 갈라집니다.
유시민 비토의 주장 흐름을 자세히 관찰하면 나오는 것입니다만 그들 내부에 흐르는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면, "유시민은 내가 시키는 대로 안해서 싫어. 내가 통제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싫어."라는 흐름이 관측됩니다. 그리고 재밌게도 이런 흐름은 김대중, 유시민, 노무현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특성입니다.
그런데 김대중은 카리스마도 엄청났거니와 챙겨줄 궁물은 꼭 챙겨줬거든요.
그렇다보니 김대중의 경우에는 충성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전부 챙겼었는데
노무현과 유시민에게는 그런 게 씨알도 안먹힌단 말이죠. 그러니 그들이
노무현과 유시민을 죽어라 비토하는 것은 무척 당연한 귀결이 되는 겁니다.
아프로만님이 우리는 '프로' 안할란다. 철저히 '아마추어리즘'으로 간다. 라고 천명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프로'는 먹고 살아야 하니 '궁물'이 안나오면 살 수가 없거든요.
이 정도면 유시민을 둘러싼 저간의 논란에 대한 정리는 충분히 다 짚어드렸지 싶습니다. ㅎㅎ
다 읽었어요... 할 말이 너무 많아 차라리 유구무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