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69)... 精神健康 이상자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정신질환(精神疾患)
병무청(兵務廳)은 징병검사(徵兵檢査) 대상자 전원에 대해 인성(人性) 검사를 실시하여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선별한다. 현재 군대 부적응자(不適應者) 판정을 위한 인성 검사는 병무청의 징병 신체검사 때, 훈련소 또는 신병(新兵)교육대에서, 근무할 부대에 배치된 이후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징병 단계나 훈련소에서의 인성 검사의 경우 객관식 설문조사나 일반 군의관(軍醫官)의 5〜10분 면담 조사로 판정을 내린다. 그리고 부대 배치 이후 부적응자 등급 판정도 대대장 등 지휘관들이 하고 있어 전문성에서 문제가 있다. 이에 군은 2007년부터 외부 전문가를 전문 상담관으로 위촉해 인성 검사를 실시하고 문제 사병들을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 상담관은 2012년 현재 전군에 148명으로, 연대급 부대 당 한 명도 채 안 된다. 따라서 부적응 병사의 45.5%가 전문 상담관과 면담한 경험이 없다고 한다. 또한 군은 부적응 병사들에게 재활 훈련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막상 부적응 병사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국가인권(人權)위원회 조사에서 응답했다. 이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부적응 병사 재활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하며, 일선 지휘관들에게는 부적응 병사를 식별 및 관리하는 노하우를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군 입대 전 인성 검사에서 정신건강(精神健康) 이상자로 판정됐으나 현역으로 입대해 최전방 사단에 배치된 AㆍB등급 관심병사(關心兵士)들이 전체 병사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고 가능성이 있어 ‘관심 병사’로 분류된 병사는 C급을 합치면 전체의 20%에 이른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2차 검사 이상자 중 85%가 현역 판정을 받아 군에 입대했으며, 2008〜2011년에도 그 비율은 80〜86%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 군 복무 기간 단축 등으로 인하여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역 병사로 입대하게 된다.
이에 육ㆍ해ㆍ공 전군의 관심 병사 중 사고 고(高)위험군인 A급은 전체 병사의 3.6%인 1만7000여명 수준이다. 지난 6월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GOP 소초에서 경계 근무 중이던 임모(22)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에는 A급 300명, B급 500명, C급 1000명의 관심 병사가 있다. 임 병장은 2013년 4월 첫 번째 인성 검사에선 A급 ‘특별 관리’ 대상으로, 11월 2차 인성 검사에선 B급 ‘중점 관리’ 대상 판정을 받았다.
한편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정신병자(精神病者) 행세를 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경우가 있으며, 정신질환을 위장해 병역 면제를 받은 연예인들이 적발되어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예를 들면, 연예인 손모(28)씨는 정신이상을 호소해 2010년 3월 병역 면제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케이블TV에 출연하고 음악 밴드 공연기획자로 활동하다가 적발됐다. 또한 정신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이 판사와 검사로 재직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다.
연예인 이모(29)씨는 지난 2010년 “무대에 설 수 없을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심하다” “환청(幻聽)이 들린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싫다” 등 증세를 호소하면서 대학병원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한 달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 2012년 병무청에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2011년부터 16회에 걸쳐 일본으로 출국해 팬미팅을 하는 등 정상적 연예활동을 하다가 결국 적발되었다.
인간의 정신에서 ‘정상’과 ‘비정상(非正常)’의 경계는 무엇인가? 정신질환은 뇌(腦)의 질환인가, 아니면 과거의 심리적 트라우마(trauma, 精神的 外傷)로 인해 발생하는 마음의 병인가? 마음의 치료는 의료의 영역인가, 사회가 해결할 일인가? 이런 질문들은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논쟁거리였다.
20세기 초에 스위스 정신과 의사 로르샤하(Hermann Rorschach)에 의해 창안된 검사인 좌우 대칭을 이룬 무의미한 10가지 데칼 코마니 그림(無彩色 카드 5장과 有彩色 카드 5장)을 보여주며 “무엇으로 보이느냐?”라고 물어 그 반응에 따라 사람의 인격을 진단하는 로르샤하 테스트(Rorschach test)에 의존해 ‘정상’과 ‘비정상’을 평가하는 정신의학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에드워드 쇼터 교수(역사학)는 저명한 의사(醫史)학자이다. 그가 쓴 ‘정신의학(精神醫學)의 역사’는 1800년대 이후 약 200년에 걸친 정신의학사의 주요 논쟁을 풀어냈다. 정신병(精神病)이란 개념은 원래 사회적 격리를 통해 정상인을 보호하려고 시작됐으며, 유럽도 그 시작은 수용소(收容所)였다.
1795년 프랑스의 젊은 의사 필립 피넬은 ‘치료적 수용’이라는 개념으로 쇠고랑에 묶여 있던 정신병 환자들을 풀어주고 치료적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어 1865년 베를린대학 그리징거 교수가 정신질환을 뇌 질환으로 규정하면서 1세대 생물정신의학의 창시자가 됐다. ‘근대 정신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독일의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in, 1856〜1926)박사는 ‘광인(狂人)’으로 뭉뚱그려져 있던 정신증과 기타 질환을 비슷한 증상군(症狀群)끼리 묶어 13가지 범주로 나눠 객관적으로 분류하는 기초를 닦았다.
크레펠린 박사는 환자의 증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분류하면서 진단총람을 만들었고, 현대의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의 개념을 확립하였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미국 정신의학회(精神醫學會)의 ‘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요람(DSM)’의 질병분류 근거도 여기서 나왔다. 현재 미국정신의학회는 무려 297개의 진단명을 제시하고 있다.
항(抗)정신병 약물의 등장은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즉 1952년 클로로프로마진이 개발된 이후 효과적인 약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정신병 환자들은 획기적인 증상 호전을 경험하게 되고 병원 입원환자의 수는 급감했다. 1980년대 ‘기적의 항우울제(抗憂鬱劑)’로 불리는 프로작(prozac)이 등장하였다. 최근 20여년은 심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에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64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정서ㆍ행동 특성 검사’ 결과에 따르면 105만명(16.3%)은 우울증 징후를 보이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관심군(群)이고, 그중 22만명(4.5%)은 바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주의군(群) 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ㆍ청소년기에 일찍 우울증, 비행(非行) 등에 빠지면 성장하면서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
우리나라 정신질환 실태조사(2011년)에 따르면 성인의 14.4%가 정신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정신과 진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15.3%에 불과해 미국(39.2%), 호주(34.9%) 등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정신질환 치료 기록이 남는 것을 기피하여 병원 진료를 외면하고 있다. 즉,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아 증세가 깊어지는 환자가 많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3년 4월부터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약물 처방과 정신질환 검사 없이 간단한 정신과 외래 상담만 받는 경우 ‘정신질환(F코드)’가 아닌 ‘일반 상담(Z코드)’으로 건강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Z코드’ 확대는 부정적 시선이나 사회적 낙인 효과를 일부라도 해소해 가벼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게 하자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 제도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은 지난 1년간 Z코드 진료 환자 수가 5명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에 따라 각 질병을 A〜Z로 분류한다. Z코드는 현재 질환은 없지만 상담이나 건강관리 등 보건 서비스를 받을 때 쓰는 코드다. 반면 F코드는 우울증(憂鬱症), 불면증(不眠症),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 등 정신질환을 일컫는 상병(傷病) 코드다.
일상생활에서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수칙에는 ㅿ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 ㅿ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ㅿ반갑게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한다 ㅿ하루 세끼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 ㅿ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ㅿ누구라도 칭찬한다 ㅿ약속시간에 여유 있게 가서 기다린다 ㅿ일부러 라도 웃는 표정을 짓는다 ㅿ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 ㅿ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등이다.
정신건강에 좋은 운동은 등산, 조깅, 수영 등 개방된 자연공간에서 할 수 있는 비경쟁적인 운동 종목이 좋다. 운동은 생체 내의 본능적인 경계 반응을 완화시켜주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며 정신적 이완과 원기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자신감을 증대시키고 압박감이나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정신건강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정신이 건강해야 신체건강은 물론이고 행복과 성공적인 인생이 보장된다. 선진국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좀 이상한 느낌이 들면 정신과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다. 이에 우리도 정신과에 찾아가 진료 받는 걸 부담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벼운 정신질환은 고혈압, 당뇨병처럼 누구나 앓을 수 있고 쉽게 치료가 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69). 2014.8.10.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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