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저어새 둥지재료 넣어주기_수하암

[소벌(김경)]

지난 4월5일, 물새네트워크 대표인 이기섭 박사님과 연구원들, 박건석 선생님, 김석우 선생님 등 7명이 수하암에 저어새 둥지 재료를 넣어주기 위해 모였습니다. 출발 장소는 동검도 선착장.

초속 7~8미터의 거센 바람과 최고 2미터에 이르는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배가 뜰 수 있을까 걱정하다가 다음 물때를 맞추기가 만만치 않아 일단 최대한 들어가 보기로 결정합니다.

이기섭 박사님과 연구원들이 고무보트에 타고 깊은 곳까지 노를 저어가는 동안, 우리도 가져온 둥지재료를 다른 배에 옮겨 싣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우리가 타고 갈 바다호는 동그랑섬 앞 쪽 선착장에 대기로 했답니다.

 바람을 빵빵하게 채운 고무보트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뒤에 바퀴를 달아 어른 둘이 들었는데도 길지 않은 거리를 중간중간 몇번이나 쉬었다 가야 했다.

바다호 선장님이 유유히 배를 몰고 들어오시고, 우리는 트럭에 싣고 온 둥지재료를 영차 영차 싣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안 나가시려는 선장님을 설득해 갈 수 있는 만큼 가보기로 했다네요. 말수가 적고 약간은 퉁명스러워 보이는 바다호 선장님은, 그러나 한눈에도 아주 노련한 뱃사람의 포스가 풍기더군요^^

둥지재료를 싣고 선장님 포함해서 5명이 타니 꽉 차는 작은 배, 수하암 근처는 뻘이 높아서 자칫하면 배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배로 가야 한다는군요.

수하암, 북위 37도32분, 동경 126도32분. 영종도 쪽 영종대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바위섬입니다. 바로 직선으로 질러갈 수 없어 세어도 뒷편 물길을 따라 빙 둘러가야 합니다.

바다에 나오니 동검도에서 바라볼 때와 달리 정말 파도가 거셉니다. 뒷편에서 한참 노를 젓던 고무보트는 엔진 시동을 걸자 빠른 속도로 쫓아오네요. 바람을 맞으며 물살을 헤치고 달려오는 이기섭 박사님과 연구원들이 마치 공작을 나가는 UDT 대원들처럼 비장해 보입니다^^ 

뱃머리가 치솟았다 가라앉았다 하기를 수십 차례, 50여분에 걸친 '대항해'를 마치고 마침내 수하암 도착.

특히 수하암 근처는 뻘이 높아 이 작은 배도 여러차례 갯벌에 걸리면서 어렵사리 도착했습니다. 60~70여 마리의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저어새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배가 너무 흔들려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지만, 황홀한 그들의 모습은 나를 용감하게 만드네요. 원래는 꽤나 큰 바위섬이었는데, 오른쪽 평평한 부분쪽을 발파해서 돌을 캐갔다고 합니다. 평평한 부분은 물이 차면 잠기기 때문에 둥지를 틀 수가 없다고...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그 장관을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시간이 많지 않기에 서둘러야 했습니다. 배에서 둥지재료를 내리고, 둥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끈들을 끊어주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알이 아닌가요. 어떤 성미 급한 부부가 있었나보네요. 벌써 '쑴풍'하고 귀여운 알 하나를 낳았군요.

한 팀은 옆의 평지에서 돌을 주워나르고, 또 한 팀은 그 돌로 둥지터를 만들어주고.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물론 나는 힘쓰는 게 전문이라 열심히 돌을 나르고, 틈틈이 사진도 찍고...

돌로 알이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둥지터 주변을 막아주고(이를테면 펜스다), 또 서로 다투지 않도록 구획 정리도 해줍니다. 그리곤 가져온 고춧대에 붙어 있는 비닐 끈을 제거한 후, 둥지 자리에 잘 깔아 줍니다. 물론 어떤 놈은 더 깔끔한 이부자리를 원하겠지만, 그건 자신들의 몫일 터.

군사작전처럼 치러진 수하암 둥지재료 넣어주기. 돌아오는 길은 더욱 험난했습니다. 더 거칠어진 파도와 바람 때문에 쉴 새 없이 물벼락을 뒤집어 써야 했고, 시간 역시 조금 더 걸렸습니다. 동검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물에 빠진 생쥐가 따로 없습니다. 힘든 대항해였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그날 고생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