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민일보 2024년 5월 31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저마다, 꽃
이종암
사월 산길을 걷다가, 문득
한 소식 엉겁결에 받아 적는다
-저마다, 꽃!
연두에서 막 초록으로 건너가는
푸름의 빛깔 빛깔들
제 각각인 것 모여, 사월의 봄 숲
총림叢林이다
굴참나무너도밤나무개옻나무고로쇠나무단풍나무소나무오동나무산철쭉진달래산목련아까시나무때죽나무오리나무층층나무산벚나무싸리나무조팝나무서어나무물푸레나무…….
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
몸의 구부러짐과 곧음
색깔의 유무와 강약에도 관계없이
온전히
함께 숲을 이루는 저 각양각색의
나무, 나무들
사람들 모여 사는 세상 또한, 그렇다
저마다 꽃이다
♦ ㅡㅡㅡㅡㅡ연두에서 초록으로 이어지는 봄의 산야(山野)에는 다양한 빛깔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 / 구부러짐과 곧음, 색깔의 유무와 강약에도 관계없이’ 함께 숲을 이루는 나무들처럼, 각각의 수임대로 수행하는 총림(叢林)처럼..... ‘사람들 모여 사는 세상 또한, 그렇다’
초목은 초목의 세상을 살고, 사람은 사람의 세상을 산다. 사람들이 구성원인 사람의 세상 또한 다양한 생김새와 다양한 성향과 성격, 다양한 생각과 행동으로 각각의 희비애락을 겪으며, 저마다의 특성과 환경 속에 자기방식대로 살아간다. 잘 났거나 못났거나 자신의 삶을 최적화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저마다 꽃이다. 우주에서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 한, 저마다 한 송이 우주의 꽃이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