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지만 그닥 보고 싶지는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두려움 때문이겠지요.
작년, 2020년 어머니가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나마 착한 치매였지만 그래도 치매는 치매였지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혼자 10대 소녀가 되어 휠체어를 타고 요양원을 종횡무진했지요.
하지만 육체의 쇠락으로 어머니는 끝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채 돌아가셨고.
그래서 치매에 관한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보게 되었죠.
과연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영화는 처음부터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끝나고 나서도 뭐지? 어떻게 된 거지?
다시 처음부터 봐야지 뭔가 감을 잡을 것 같은 심한 압박감까지도 있었죠.
그러다 생각하니, 이 영화는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라는 것이 떠올랐어요.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아 이제 이 장면이 현재로구나.
지나간 장면은 모두 안소니의 기억이었어요. 엉킨 실타래 같은 기억.
마지막 시퀀스 장소는 요양원입니다. 안소니는 요양원에 입원한 지 몇 주가 지났고, 주말마다 파리에 사는 앤은 아버지를 방문하지요. 일어났더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안소니. 다시 아침이 시작되었고, 원점의 상태부터 출발합니다. 어제도 이곳에서 지냈을 안소니는 또다시 기억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안소니는 갑자기 간호사에게 자기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간호사가 '안소니'라고 알려주자, 안소니는 간호사에게 당신 이름은 뭐냐고 묻습니다. 간호사가 캐서린이라고 대답했지만, 안소니는 5분 후에 다시 물을 것입니다.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죠. 육체는 멀쩡한데, 정신이 아픈 치매는 삶을 무지막지하게 무너뜨립니다. 보호자였던 딸은 없고, 간호사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사실이 두여운 안소니는 어린아이가 됩니다. 엄마가 그립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엄마가 보고 싶다며 흐느껴 우는 안소니.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 잎사귀들이 흔들거립니다. 안소니는 요양원 병실에 갇혀 있지만 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탄생과 죽음. 노년은 어떤 식으로든 죽음의 과정을 겪어야 하지요.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것을 갈망하게 되네요.^^
첫댓글 얼마전에 마미라는 캐나다 영화를 두번째 보았는데 마미도 파더도 아프네요.
그래도 마미는 처음 보았을 때보다 ost가 귀에 박혀서 다 다운받았는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노래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라는... ㅠㅠ
마미...찾아서 봐아겠어요.
어머님 생각이 나서 더 마음 아프셨을텐데. 저도 보고 싶은데 너무 눈물 날 것 같아서요.
치매, 정말 두려운 병이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