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화:: 드라마 스페셜 선우선과 이태성 <옆집 아줌마>
극본 : 권기영
연출 : 황의경
출연 : 선우선(미주 역), 이태성(병훈 역)
방송일 : 2010년 6월 19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기획의도 : 선우선과 이태성은 아직은 세공 중인 보석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작인 “내조의 여왕”,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살맛납니다.”와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배우로서의 세공이 끝났을 때 그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웰메이드 단막극을 지향하는 KBS드라마스페셜은 “단막”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찾고자, 이번 회의 이름을 “선우선과 이태성”으로 정했다.
첫만남: 자신의 불알친구와 애인이 바람난 것을 안 병훈. 술에 취해 옆집아줌마에게 하소연을 한다.
예전에 권기영 작가의 <나의 그녀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에이즈에 걸린 여자와 외롭게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 둘은 외로움의 끝에서 만나 삶의 의미가 되어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병훈과 미주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취업낙방,실연을 겪는 병훈과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 미주.
지리할 정도로 벗어나고 싶은 답답한 현실속에서...나락의 끝에서 둘은 서로를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서로가 잘 보이려고 예쁘게 꾸미거나 포장하지도 않고 감정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둘의 감정은 진솔해 보이고 더 애절하게 느껴진다.
권기영 작가는'결핍'을 가진 두 인물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드라마속에서 언급한 '나비효과' 처럼,
각자의 삶속에서 무기력할 지언정 둘은 서로를 알게 됨으로 인해 용기를 내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
이건 사랑이라는 진부한 표현보다는 연민을 넘어선... 그 이상의 것 같다.
더이상 도망칠 곳도 없는 두 사람은 그들의 낙원 '아르헨티나'에서 이상을 꿈꾼다.
낯선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너무 먼 꿈이라고 할 지언정 여권도 만들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간다.
'당신의 최소한의 임무는 무엇인가?
당신은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다. 명심하라.'
병훈이 화장실에 갔을 때 본 이 문구.
이 드라마의 주제와 맞물려 환기효과를 주는 인상적인 인용이었다.
두 사람은 어쩌면 서로의 흔들리는 인생을 잡아주기 위해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두 사람의 삶은 스텝이 엉키고 꼬여서 엉망이 됐지만
댄서들이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삼지 않을까.
탱고라는게 스텝이 엉키면서 만들어지는 춤이니까.
병훈과 미주도 서로의 손을 맞잡고 탱고를 추듯 멋지게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흐르듯 유려하게...
댄서들의 모습을 보고 밝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예쁘면서도 슬프게 보이는 건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미주 남편의 말처럼 '붙어먹지 않고' 병훈이 그렇게 말한다. 이제 아줌마를 지켜준다고.
'사랑한다' 라는 말보다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여러명의 따뜻한 말보다 단 한 명의 손길이 절실한 법이니까.
디딤돌을 하나씩 쌓아가듯이 차곡차곡,
서서히 커져가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준 작가님의 내공이 돋보였다.
'건배 정도는 해야죠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
'1분이 얼마나 긴지 모르죠. 근데 아줌마랑 나랑 보낸 1분이요
대충 계산해도 3000분이 넘네.우리가 그런 사이예요'
'심심해 그런거나 계산하게...'
'어쨌든 아줌마가 내인생에 3000분이나 끼어들었어요.'
'난 누구 인생에도 끼어들지않아.'
'끼어들었어요! Hola mucho gracias(안녕.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스페인어를 공부할줄이야...나비효과 알아요? '작은 변화가 우주까지 변화시킨다는거'
'그러니까 나땜에 내가 네인생에 끼어들어서 우주가 바뀌었다 그거니?'
'네'
비록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 두 사람은 잠시 헤어졌지만...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다시금 살아가는 모습.
(병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고, 미주는 포기할 뻔한 아이를 키우게 되죠.)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사람뿐이라는 것.
저에게는 이 드라마가 아름다운 휴먼드라마 자체였다.
*평점: 8.5
*20자평:사람만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결핍이 만들어낸 나비효과!
[옆집 아줌마]에 숨겨진 왕가위 월드
둘의 관계는 마치 <화양연화>의 두 남녀처럼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또, <해피투게더>의 보영과 아휘가 꿈꾸는 아르헨티나...탱고... 삶에 대한 은유가 비슷했고
1분 이라는 짧지만, 짧지않은 시간에 대한 표현은 <아비정전>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지만) 권기영 작가의 특유의 진중함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왕가위 영화 코드는 지나친 비약일까?
결핍이나 외로움에 관한 코드가 비슷하니깐 그렇겠지뭐.
억측이라고 한들, 작품은 만들어진 순간 작가의 것이 아니며... 독자의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