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3월호
[202211]도란도란
어머니의 레지오 장(葬)을 마치고
김성수 프란치스코 논산 부창동성당 기쁨의 샘 Pr.
도란도란 202211
한 시골성당(대전교구 홍산성당)에서 지난 6월17일 아름다운 레지오 장례미사가 거행되었다. 본당 레지오에서 주관하고 주임 신부님의 주례로 진행된 레지오 장례미사와 장례 예절은 일반 장례 의식과 달랐다. 평생 성모님을 닮으려 애쓰며 사셨던 어머님과 구슬땀을 흘리며 장례미사와 예절을 집전하셨던 주임 신부님의 열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자랑스러운 어머님의 삶과 아름다운 레지오 장례 장면을 소개한다.
‘아가다’라는 이름으로 세례명과 호적상 이름이 같았던 어머니는 평생 성모님 닮은 삶을 살고자 하셨다. 교우촌에서 사셨던 탓인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기도(조과)와 저녁기도(만과)를 바치시고, 80세가 넘도록 주일미사를 궐하지 않고, 레지오 활동을 꾸준하게 하셨다. 어머니는 결혼하면서부터 옹기점을 하셨는데, 옹기장사를 위해 머리에 옹기를 이고 십 리, 삼십 리길 도보 행상을 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였고, 낯선 마을 사람들 앞에서 틈나는 대로 ‘십이단 기도문’은 물론 ‘320 조목의 교리문답’을 술술 전달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평소 주변 어르신들의 장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잠자다가 성모님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당신의 뜻대로 편하게 주무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늘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 생활을 소홀하지 않으셨던 어머님을 성모님께서 어여쁘게 받아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어머님을 모셨던 장례식장 빈소에는 이틀 동안 레지오 단원들의 연도가 이어졌다. 어머님께서 평생 다니시던 성당의 교우들은 물론 자녀들이 다니는 주변 성당의 레지오 단원들이 방문하여 계속 연도가 이어져, 마치 연도경연대회를 하는 분위기였다.
어머님을 위한 장엄한 레지오 장례미사는 레지오 단원들과 본당 신부님의 합작품이었다. 미사 시작 전부터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는 가운데 제대 앞에 배열된 레지오 단기를 향하여 소복 차림의 레지오 단원들이 어머니를 운구하여 제대 앞에 모신 후 미사가 진행되었다.
본당 신부님은 강론 중에 어머니의 평범했던 삶을 소개하시고, 그동안 고인께서 오랜 세월 믿음의 생활로 여러분들 앞에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보여주셨지만, 본의 아니게 고인으로부터 상처받은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미사 중에 화해하고 용서해 주실 것을 청하셨다.
고별식에서 레지오 까떼나 기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단원들이 국화꽃을 헌화하는 시간에는 영정사진 속의 어머니께서 환한 미소를 띠며 하늘나라로 오르시는 것 같았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본당 신부님께서 검은 수단 차림으로 장지까지 함께하시어 구슬땀을 흘리며 하관 예절까지 주도해 주셨고, 묘지 작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려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시고, 하늘나라로 떠나시는 어머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셨다. 고인이 되신 어머니께서는 본당 신부님과 레지오 단원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믿는다.
장례 예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몇몇 교우분들은 “레지오 활동을 계속해서 나중에 나의 장례식도 레지오 장으로 하면 좋겠다”는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레지오 장례 의식은 단원들의 선종 시에 주어지는 가장 큰 선물이 되는 것 같다.
성모님의 군사로서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레지오 마리애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단체라고 자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