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암은 연등만 없다면 절이라고 하기에는
일반 가정집같은 독립가옥이 숲속에 자리잡은 소박한 느낌이다.
지장암 능선은 무슨 연유인지 출입금지로 묶어 놨는데 아주 호젓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북악산과 인왕산이 흐린 안개속에 실루엣으로 보여주고 비가 후두둑 떨어지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형제봉 능선과 칼바위 능선도 멋진 자태를 나타내고 있다.
몇년만에 와보는지 기억도 흐릿한 코끼리바위에 도착하여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하니...
상장 9봉과 도봉산이 아주 가까이에서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지나온 코끼리바위 뒤로는 수락산이 안개속에 우뚝 서 있다.
간만에 합궁바위(남근바위, 응응바위)를 보러 다시 지장암 능선으로 잠시 내려 가니 많이 쇄약(?)해 진 모습이다.
앞에서 바라본 여근바위가 묘한 자태로 수줍게 보인다.
상장능선도 가본지가 오래된 듯 하다. 이 능선도 호젓하니 좋은 곳인데 통제구역이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영봉 헬기장에는 막걸리 한병이 눈에띈다.
예전 같으면 한모금 마셨을 건데 요즘 산에서 술 마실 기분이 안들어 그냥 지나친다.
영봉에도 오랜만에 서니 감회가 새롭고 신록으로 단장한 인수봉 자태가 아름답기만 하다.
자연앞에 서서 나를 뒤돌아보며 피어보지도 못한 아까운 젊은 학생들의 영혼을 달래본다.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고 부끄럽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노력하기로 다짐해 보고...
수락산과 불암산뒤로는 천마지맥이 운무속에 살짝 모습을 들어낸다.
하루재에서 깔딱고개를 넘어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안개가 피어 오르기 시작하는데...
신선이 따로 없다. 갑자기 내가 신선이 된 느낌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 황홀감에 빠져든다.
무릉도원이 따로없다.
백운대와 인수봉
신선놀음...한폭의 수묵화
전국적으로 비소식도 있고 멀리가서 산행 할 기분도 아니라서 가까운 북한산이나 둘러 보기로 한다.
10년만에 다시 찾은 남근바위도 녹색 옷으로 갈아 입은 북한산 자태가 그나마 시름을 달래주는 느낌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산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