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사초(事齊事楚)
제도 섬기고 초도 섬긴다는 뜻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事 : 일 사(亅/7)
齊 : 가지런할 제(齊/0)
事 : 일 사(亅/7)
楚 : 초나라 초(木/9)
사람이 살아가는 길엔 항상 선택이란 난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 길엔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의 두 가닥 갈림길이 있는데 어느 길을 가거나 자유이다.
어느 쪽이 나은가를 알 수만 있다면 불행해지는 사람이 없을 터이지만 알 수가 없어 이리 가기도 하고, 저리 가기도 한다.
너무 고르다가 눈먼 사위 얻는다는 말대로 신중하다 보면 오히려 나쁜 것을 고르게 될 수도 있으니 선택하기란 그만큼 어렵다.
이와 같이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참으로 선택하기 어려울 때 쓰이는 성어가 齊(제)나라를 섬길까 楚(초)나라를 섬길까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滕(등)나라의 딱한 사정을 말하는 事齊事楚다. 事에는 事大(사대)에서와 같이 섬긴다는 뜻이 있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등나라는 사방 50리도 못되는 소국이었는데 북쪽에 이웃한 제나라와 서남쪽의 초나라는 모두 강대국이었다. 항상 두 나라 사이에서 위협을 받아 등나라는 어느 한 나라만 가까이 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文公(문공)이 다스리고 있던 등나라에 어느 때 지혜가 높은 孟子(맹자)가 찾아왔다. 문공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묘책이 없을까 물었다.
등나라는 초와 제의 중간에 끼여 있어서 처지가 모호하기 짝이 없는데 제나라를 섬겨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초나라를 섬겨야 하겠습니까(滕小國也 間於齊楚 事齊乎 事楚乎)?’ ‘孟子(맹자)’ 梁惠王(양혜왕) 하편에 나온다.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서 괴로움을 받는다는 間於齊楚(간어제초)의 성어도 똑 같이 여기서 나왔다. 현명한 맹자라도 택일은 어려웠나 보다.
그 해결책은 자신도 없다면서 굳이 말해야 한다면 국경 주위에 못을 파고 성벽을 쌓아서 백성들과 함께 나라를 죽음으로써 지키는 일뿐이라고 했다.
▶️ 事(일 사)는 ❶상형문자로 亊(사), 叓(사)는 고자(古字)이다. 事(사)는 깃발을 단 깃대를 손으로 세우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역사의 기록을 일삼아 간다는 데서 일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事자는 ‘일’이나 ‘직업’, ‘사업’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이 등장했던 시기 使(부릴 사)자와 史(역사 사)자, 事(일 사)자, 吏(관리 리)자는 모두 같은 글자였다. 事자는 그중에서도 정부 관료인 ‘사관’을 뜻했다. 사관은 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주관했기 때문에 事자는 제를 지내고 점을 치는 주술 도구를 손에 쥔 모습으로 그려졌다. 후에 글자가 분화되면서 事자는 ‘일’이나 ‘직업’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정의하기로는 史자는 ‘일을 기록하는 사람’으로, 吏자는 ‘사람을 다스리는 자’로, 事자는 ‘직책’으로 분화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事(사)는 일이나 볼일 따위를 이르는 말(~를, ~을 다음에 쓰이어)이나 또는 일의 뜻을 나타냄의 뜻으로 ①일 ②직업(職業) ③재능(才能) ④공업(工業), 사업(事業) ⑤관직(官職), 벼슬 ⑥국가(國家) 대사(大事) ⑦경치(景致), 흥치(興致) ⑧변고(變故), 사고(事故) ⑨벌(옷을 세는 단위) ⑩섬기다 ⑪부리다, 일을 시키다 ⑫일삼다, 종사하다 ⑬글을 배우다 ⑭힘쓰다, 노력하다 ⑮다스리다 ⑯시집가다, 출가하다 ⑰꽂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사실(事實), 뜻밖에 일어난 사고를 사건(事件),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사태(事態)평시에 있지 아니하는 뜻밖의 사건을 사고(事故),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사정(事情), 모든 일과 물건의 총칭을 사물(事物), 일의 전례나 일의 실례를 사례(事例), 일정한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지속적인 활동이나 일을 사업(事業), 일의 항목 또는 사물을 나눈 조항을 사항(事項),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어 있는 일의 안건을 사안(事案), 처음에는 시비 곡직을 가리지 못하여 그릇 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 또는 온갖 사건을 사사건건(事事件件), 사실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무근(事實無根), 사태가 급하면 좋은 계책이 생김을 사급계생(事急計生), 일정한 주견이 없이 세력이 강한 나라 사람을 붙좇아 섬기면서 의지하려는 사상을 사대사상(事大思想), 자주성이 없어 세력이 강대한 자에게 붙어서 자기의 존립을 유지하는 경향을 사대주의(事大主義) 등에 쓰인다.
▶️ 齊(가지런할 제, 재계할 재, 옷자락 자, 자를 전)는 ❶상형문자로 斉(제)의 본자(本字), 䶒(재)와 동자(同字)이고, 齐(제)는 간자(簡字), 亝(제)는 고자(古字)이다. 곡물의 이삭이 가지런히 돋은 모양을 본떴다. ❷상형문자로 齊자는 '가지런하다'나 '단정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齊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와 刀(칼 도)자와 같은 다양한 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의 齊자는 매우 단순했었다. 齊자의 갑골문을 보면 곡식의 이삭이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곡식이 가지런히 자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후에 글자의 획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갑골문에서는 곡식을 가지런히 그려 '가지런하다'나 '단정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齊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대부분이 가지런함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齊(제)는 중국 춘추시대에 산둥성(山東省) 일대에 있던 나라의 뜻으로 가지런할 제의 경우 ①가지런하다(제) ②단정하다(제) ③질서 정연하다(가지런하고 질서가 있다)(제) ④재빠르다, 민첩하다(제) ⑤오르다(제) ⑥같다, 동등하다(제) ⑦좋다, 순탄하다(제) ⑧다스리다(제) ⑨경계하다(제) ⑩지혜롭다(제) ⑪분별하다(제) ⑫이루다, 성취하다(제) ⑬섞다, 배합하다(제) ⑭약제(藥劑)(제) ⑮배꼽(제) ⑯한계(限界)(제) ⑰삼가는 모양(제) ⑱제나라(제) ⑲가운데(제) ⑳일제히, 다 같이(제) 그리고 재계할 재의 경우 ⓐ재계하다(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다)(재) ⓑ공손하다(재) ⓒ엄숙하다(재)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재) 그리고 옷자락 자의 경우 ㉠옷자락(자) ㉡상복(上服: 윗옷. 위에 입는 옷)(자) ㉢제사에 쓰이는 곡식(자) ㉣꿰매다(자) ㉤예리하다(자) 그리고 자를 전의 경우 ㊀자르다(전) ㊁깎다(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집안을 바로 다스리는 일을 제가(齊家),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소리를 질러 부름을 제창(齊唱), 어떤 행동이나 동작을 일제히 함을 제거(齊擧),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모두 바침을 제납(齊納), 반열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함을 제반(齊班),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분개함을 제분(齊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정성을 바침을 제성(齊誠),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호소함을 제유(齊籲), 큰 일을 의논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앉음을 제좌(齊坐), 여럿이 일제히 떨쳐 일어남을 제진(齊振), 여럿이 한 자리에 모임을 제회(齊會), 한결같이 가지런함을 제균(齊均), 금전이나 물건 등을 균등하게 나누어 줌을 제급(齊給), 일제히 길을 떠남을 제발(齊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일제히 소리를 지름을 제성(齊聲), 마음을 한 가지로 함을 제심(齊心), 가지런히 열을 지음을 제열(齊列), 남편과 한 몸이라는 뜻으로 아내를 이르는 말을 제체(齊體), 음식을 눈썹 있는데까지 받들어 올린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 깊이 경애함을 일컫는 말을 제미(齊眉), 밥상을 눈썹 높이로 들어 공손히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일컫는 말을 거안제미(擧案齊眉), 자기의 몸을 닦고 집안 일을 잘 다스림을 이르는 말을 수신제가(修身齊家),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제나라를 공격하나 이름만 있다는 뜻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다른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벌제위명(伐齊爲名), 온갖 꽃이 일시에 핀다는 뜻으로 갖가지 학문이나 예술이 함께 성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백화제방(百花齊放),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성제인(子誠齊人),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죄를 일제히 꾸짖음을 이르는 말을 제성토죄(齊聲討罪), 중국의 제나라 동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그 말을 믿을 것이 못 된다는 뜻으로 의를 분별하지 못하는 시골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제동야인(齊東野人),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봉제비(兩鳳齊飛), 토지의 크기나 덕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서로 조건이 비슷함을 이르는 말을 지추덕제(地醜德齊), 제나라도 섬기고 초나라도 섬긴다는 뜻으로 양쪽 사이에서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지도 못하여 난감한 상황을 이르는 말을 사제사초(事齊事楚), 월나라와 제나라에서 미인이 많이 나온 데서 미인을 이르는 말을 월녀제희(越女齊姬) 등에 쓰인다.
▶️ 楚(초나라 초/회초리 초)는 형성문자로 옛 모양은 도끼로 작은 나무를 베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다. 楚(초)는 많은 나무를 뜻하는 林(림)과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에 많은 뜻(叢; 총)을 가지는 疋(필)로 이루어지며, 잘라 모아진 작은 나무의 뜻이다. 그래서 楚(초)는 (1)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나라. 양자강(揚子江) 중류의 유역에 근거한 나라로, 춘추 초엽에 무왕(武王)이 이웃 지역을 정복한 뒤부터 발전함. 장왕(莊王) 때, 제(齋)나라의 환공(桓公), 진(晉)나라의 문공(文公)에 이어 패자(覇者)가 됨. 한때 오(吳)나라의 공격을 받아 쇠했으나 다시 세력을 회복하여 전국칠웅(戰國七雄)의 하나가 됨. 후에 진(泰)나라에 멸망됨 (2)중국 5대십국(五代十國)의 하나. 호남(湖南)과 광서(廣西)를 영토로 하여 마은(馬殷)이 세움. 차(茶)의 재배로 거부(巨富)가 되었는데, 뒤에 내분으로 분열하여, 남당(南唐)에 망함. (3)중국에서 북송(北宋)이 망한 후 1127년에 금(金)나라가 세운 나라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초(楚)나라, 나라의 이름 ②회초리 ③가시나무 ④매(사람이나 동물을 때리는 막대기, 방망이 따위) ⑤아름다운 모양 ⑥우거진 모양 ⑦매질하다 ⑧아프다 ⑨괴롭다 ⑩늘어놓다 ⑪산뜻하다 ⑫곱다 ⑬우거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초나라의 노래를 초가(楚歌), 어떤 범위의 밖에 존재함을 초재(楚在), 가시나무가 무성한 거친 땅을 초지(楚地), 아프고 괴로움을 초통(楚痛), 꼬리가 긴 초나라의 닭으로 변변치 못한 물건을 이르는 말을 초계(楚鷄), 초나라와 월나라라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 상관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초월(楚越),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림을 초달(楚撻),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벌을 초벌(楚罰), 사람이나 짐승을 때리는 데 쓰는 매를 추초(菙楚), 간난과 고초로 고생이 심함을 간초(艱楚), 억울하게 당하는 고초를 원초(冤楚), 슬프고 가슴 아픔을 비초(悲楚), 몹시 슬프고 괴로움을 통초(慟楚), 말쑥하고 조출함을 청초(淸楚), 심히 아프고 괴로움을 통초(痛楚), 뭇사람 가운데에서 뛰어남 또는 그 사람을 교초(翹楚), 종아리채 또는 종아리를 침을 추초(箠楚), 초나라 왕비가 부를 지킨다는 뜻으로 명분에 사로잡혀 실을 잃음을 이르는 초비수부(楚妃守符),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빠짐을 사면초가(四面楚歌),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는다는 간어제초(間於齊楚), 나릇을 북쪽으로 향하게 해 놓고 남쪽인 초나라로 가려 한다는 뜻으로 의도하는 바와 행하는 바가 서로 어긋난다는 북원적초(北轅適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