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뭔 일이람?
저만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깔깔거리고 있다.
각설이가 왔단 말인가?
내도 슬그머니 그들 옆으로 끼여들었다.
아~고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데 왜 그래?
내가 잘못하는 거 아니잖아?
얼굴 보고 싶은데 왜 숨는 거야?
사랑한다고 말하면 지옥 가는 거야?
엉엉~~~~~~~"
내 시야에 그 작은 여자가 까맣게 얼룩진 얼굴을 치맛자락으로 닦아내며
괴상하게 소리지르며 울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지 치마 주머니에 미니 카세트을 지녔고 연신 음악에 몸을 흔들며 울면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도 여자다.
사랑을 하고픈 , 받고픈 여자이고 사람이다.
사람들은 마치 우리 속에 갇힌 원숭이 마냥 구경을 하고 있었다.
Dawn이 발견하여 발견자의 이름을 붙혀 다운증상이라 부르는 정신지체인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가씨이다.
동양인이나 서양인이나 유사한 특징을 드러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금방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다운증상은 47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많으면 좋은 것도 있지만 다운증상처럼 유전인자가 많게 되면 장애자를 낳을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태아가 임신 후 14 주쯤이면 양수 채취를 해서 세포 배양을 해 이상유무를 판단 할 수 있다고 하니
뱃속의 태아도 살아야 하는 생명의 권리의 논쟁이 분분하지만 한편으론 큰 불행을
미연에 막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녀는 작고 네모진 손을 허우적거리며 사시의 눈으로 사랑한다고 세레나데를 불러대는
상대는 다름 아닌 옷가게 50대 아저씨였다.
말이 없고 부끄러움이 많은 대머리 아저씨였다.
매일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한번씩 그 옷가게로부터 얼마의 거리를 두고 울면서 짝사랑을 하소연한다네.
그 아저씨 어제도 겁을 잔득 먹고선 숨어 버렸나 봐 30분 정도 울어대더니 뒤뚱뒤뚱 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장 속으로 사라졌다.
그 아저씨...
다운증후군의 아가씨가 사라지자 가게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씨익 웃는다.
"ㅎㅎㅎ 아저씨 사랑한다는데 왜 숨나요?
그 아가씨가 사랑하는 게 아저씨가 빛나는 머리를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잖아요?"
아저씨 얼굴이 푸르락 거린다.
내가 걸쳐준 말들 속에 자신이 싫어하는 삐까뻔쩍 보름달을 놀렸으니 우째 그 아가씨 때문에
속상한 아저씨 마음 위에 내도 한 몫 했으니 아저씨 대답을 듣기 전에 시장 소리속에
나를 숨기려 재빨리 달아나버렸다.
사랑한다는데 왜 숨어?
아저씨 착한 줄 알았었는데 이제 그 가게 옷 사려 안 가야겠다.ㅎㅎ
첫댓글 참 나쁜 사람이네 ....
50대의 아저씨가 내가보기엔 차암 착한 아저씨네,,정신이상인 아가씨가 사랑한다고 하소연할때
다른 사람같음 미친짓 한다고 야단을 치며 쫒아내건만 그 아저씨는 그래도 정신 지체인 여자래두
부끄러워 숨는 것을 보면 또한 화를 내기 보다는 본인이 피한다는 것이 착한 아저씨네..
허기사 대머리치고 착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 얺은가
엽이가 약간 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