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에서 황유미님처럼 온갖 화학물질을 취급하던 이혜정님은 전신성경화증이라는 병을 앓았습니다.
손끝에서부터 마비가 시작되어 폐가 마비되어 죽는 끔찍한 병입니다.
손끝과 발끝에서는 피가 통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 너무도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아파서, 누워 잘 수가 없어 쿠션을 대고 앉은 채로 잠들었다고 합니다.
이혜정님의 가족은 추석날 부고소식을 알려왔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삼성이 죽인 118명째 죽음입니다. 삼성반도체/LCD에서만 80번째 죽음입니다.
2년전 반올림이 강남 삼성본관앞에서 처음 노숙농성을 시작할 때,
이혜정 님이 피해자 이어말하기에 영상으로 참여했습니다. 아픈몸이 아니었다면 일인시위라도 하고싶다고 했으나 이미 잘 걷지도 못하는 몸이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이혜정님이 삼성 경영진에게 하고싶은 말'을 물으니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신 가족이 아파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지....미안하다고 사과는 안해도 돼요. 앞으로는 이런 똑같은 병이 없기를 바랄 뿐이니까.”
억울합니다. 이혜정님은 “미안하다고 사과는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혜정님을 생각해서라도, 그리고 다시는 이런 병들이 없기를 약속받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겠습니다. 삼성은 더 이상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반올림은 737일째 농성중입니다. 2015년 10월 삼성이 독일까지 가서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고 기막힌 거래를 할 때 직업병 피해자들과 반올림은 삼성이 깨트린 직업병 협상에 책임을 물으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삼성은 요지부동입니다. 직업병 문제에 대해 삼성이 제대로 사과하고 투명하고 배제없이 보상하고 약속한 재발방지대책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최소한의 상식적 요구조차 삼성은 여전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10년째 요지부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국정농단, 뇌물범죄의 주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되었지만, 삼성은 아직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무죄가 없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하고 여전히 직업병이 아니라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노동부 국정감사일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조차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며 노동부는 그간 삼성을 두둔하여 왔습니다. 지난 10년째 삼성직업병 문제는 국정감사의 단골이슈였으나 우리는 여전히 농성중에 있습니다.
이 기막힌 현실을 고발하고 문제해결 촉구를 위해, 오늘 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도 반올림 공유정옥님이 참고인으로 출석합니다. 그리고 올해 돌아가신 김기철, 이혜정 두 분의 영정사진을 보여주고 삼성직업병 문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릴것입니다.
국정을 농단한 것 뿐 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명을 앗아간 죄까지 물어야 합니다. 이재용에 대한 엄중한 처벌만이, 자정능력이 없는 암덩어리같은 삼성의 변화가 이루어질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야만 노동자들의 생명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