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유사성, 필유사기
-잘못 알고, 잘못 가르치고 있다. 수필시학을 찾아서 -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청승스럽다. 청승은 슬픔과 다르고, 궁상은 가난과 다르다. 궁상과 청승은 청산해야 할 우리 문학의 유산이다. 이 시는 너무 감상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시인의 감정이 객관화되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슬픔을 어떻게 시로서 성공적으로 표달하는가이지 아내의 죽음을 청승스럽게 슬퍼하는 일, 그 자체는 아니다.
■ 이번 특강은 본격수필을 꿈꾸는 작가들에게 격조 높은 수필미학, 또는 수필시학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안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동양의 ‘모르는 게 약이다’보다는 서양은 ‘아는 게 힘이다’라는 논리가 학문세계에서는 더 유용하지 싶다. 알아야 쓴다는 의미는 머리 속에 수필의 원형적 구조가 그려져 있어야 하고, 보이지 않지만 수필을 써가는 손끝은 수필의 메타성을 지향해야만 원고지 위에 좋은 수필이 들어앉게 되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내가 아는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x)
=>수필은 교술에 속하며, 자아를 세계화하는 것이다.(x)
=>수필은 논픽션이다.(x)
■ 문제는 지금까지 수필시학을 구축하면서, 수필 장르를 수필 속에 가두어두고, 수필의 내포만 다져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수필의 문학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수필의 상위 개념인 문학, 나아가 예술, 작가라는 차원으로 확대해서 수필 시학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이 수필의 문학성과 수필의 요건이 동일한 의미인가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본격수필을 쓰려면, 우선 자신의 머리 속에 수필의 좌표라는 수필시학을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제가 정립한 <필유사성사기>는 수필창작에서 시급한 수필의 원형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수필은 사실대로 쓰는 것이다.(x)
=>수필은 여기의 문학이다.(x)
=>수필 ->문학 ->예술 ->작가
=>①사회에 대한 장님,
②사회를 보되,그 흐름을 작품 속에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
③사회 한복판에 서서 그 흐름을 파악하고, 문제를 작품 속에 담아내는 사람
=><인간됨>을 지향하고, <인간답게>에 공헌해야
=>매슈 아놀드 -모순에 찬 사회를 다시 인간이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종교가 아니고, 문화, 문화의 핵심내용은 예술작품이며, 문학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 <작수필유법불가, 무법역불가>, ‘수필을 씀에 있어서 작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는 말에는 작법이 꼭 무엇이라 말할 수 없지만, 어떤 룰이 있을 것이란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가설에 따라 수필시학을 찾으려고 많은 수필학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건 기정사실이다. 필자 역시 <필유사기>, ‘수필은 사기다’에 이어, <필유사성>, ‘수필은 네 가지 성질을 가진다’라는 필법을 드디어 완성하였다.
=>
수필에서 피해야 할 네 가지는,
① 품격을 잃으면 안 되고, <격약불노>-삼화
② 지성이 없으면 곤란하고, <이단불심>-통섭
③ 의도가 불순해서는 아니 되고, <의잡불순>-감화
④ 재주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재부불아>-진실
수필에 있어야 할 네 가지는
① 예술적 차원에서 수필은 비가시성을 가시화해야 하고, <비가시성의 가시화>
② 문학적 차원에서 인식과 형상의 복합체이어야 하고, <인식과 형상의 복합체>
③ 수필 차원에서 구성적 비유의 형상적 의미화를 이루어야 하며, <형상적 체험>
④ 작가의식 측면에서 수필은 차이를 가치화하는 저항적 담론이어야 한다는 젓이다. <저항적 담론>
=>침묵은 몰지성의 최대 도피처
■ 한국에서 수필이 여전히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폄하되고 있는 까닭은 수필의 잡문성에 기인한다. 이런 부당한 인식을 바꾸어주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비평가가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수필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활발하고 이론체계가 잘 세워진 곳도 없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잡문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은 수필창작에 앞서 제기되는 것이 메타수필이라는 원형적 구조다. 메타수필이란 수필작품으로 구체화하기 위하여 작가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추상적 구도를 말한다. 메타수필에 대한 개념을 머리 속에 인지하고 있는 작가는 그렇지 못한 작가보다 더 본격수필을 쓰기 쉽다.
=>수필은 제재나 주제 중심의 글이다.(x) ->제재와 주제
=>제재를 통해서 주제를 겨냥해야 한다.
=>구성적 비유의 존재론적 형상화 <형상적 체험>
=>머리 속의 수필 ->원고지 위의 수필
■ 본격수필을 쓰는 작가들은 늘 제재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성찰과 관조를 시도하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미적 구조로 재조직하여, 문학적 문장과 담론전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오늘 이 특강이 본격수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진지한 탐구의 문으로 연결되길 희망한다. 이를 통하여 그 동안 쌓여있던 수필문학에 가해진 오해와 편견들도 사라지길 소망한다. 뿐만 아니라 시도 소설도 희곡도 아니면서 다른 장르들의 장점을 변증법적으로 취하여 절묘하게 생성한 게 본격수필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심층구조 ->제재와 주제의 상관화(철학자)
=>표층구조 ->인식의 언어적 형상화(어휘채집가, 활어디자이너, 이야기꾼)
=>담론구조 ->비유의 형상적 체험화(언어의 연금술사)
■ 루카치에 따르면, 모든 대상은 보편성과 개별성의 범주를 지니는데, 그것을 변증법적인 통일을 통해서 특수성의 형태로 범주화하는 것이 바로 수필의 행보다. 좋은 작품은 예술성과 철학성, 그리고 그것들이 혼융 속에서 생성되는 미적 울림의 구조와 정체를 유기적인 심미작용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완성한 수필시학은 수필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수필시학으로써 널리 수필가들에게 인지되어야 할 것이다.
=>문학은 어불성설이다. (치환) (이것을 저것으로, A를 B로)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기실현으로
=>덮개-기억이 아니라 아하-경험
=>지금부터 실상이 아니라 상상으로
■ 진정한 작가는 오직 문학작품만을 생각하고, 생산해 내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