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1313번지. 도심을 가로지르는 사거리 한 귀퉁이에 시간을 거스른 듯한 초가지붕이 이색적이다. 지난 1991년 경기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일산밤가시초가’다.
‘일산밤가시초가’는 조선 후기 한국 중부지방의 전통적인 서민 주택구조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농촌 가옥이다. 19세기 전반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고양시에 유일하게 보존된 조선 시대 초가다. 150년을 훌쩍 넘기도록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원형을 그대로 갖췄다. 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인 90년대 초반까지 실제 주민이 살고 있던 집이다. 일산 신도시 개발에 앞선 문화재 조사에서 발견 돼 사라지거나 위치를 옮기지 않고 지금껏 보존될 수 있었다. 당시 초기 건축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돼 있었으나 집 주인이 보일러를 설치해 문화재 지정이후 보일러를 뜯어내고 온돌을 복원했다.
초가의 특징 중 하나는 기둥과 문틀·마루·서까래 등이 모두 밤나무로 만들어 졌다는 점. 초가가 있는 지역은 예로부터 ‘밤가시’란 마을 이름으로 불렸을 정도로 밤나무가 울창하고 가을이면 야산에 밤가시가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지붕 가운데가 둥근 모양으로 뻥 뚫어진 ‘또와리 지붕’형태라는 점. 집안에 들어서면 내리쬐는 햇살이 집 한가운데 동그란 빛 그림을 그린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이 같은 또와리 지붕형태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건축양식”이라며 “(또와리 지붕은)바람과 추위를 어느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위치 상 바람이 강하고 추웠던 지역에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마당을 지나면 좁은 대청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안방, 왼쪽에 건너 방이 있다. 부엌은 대문에서 정면으로 들여다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벽을 세우고 통로를 만들었다. 기둥을 살펴보면 도끼와 자귀(선 채로 나무를 다듬는 큰 연장)로 거칠게 다듬은 흔적을 볼 수 있다. 서까래의 배열도 불규칙해 익숙한 기와집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서민가옥의 소박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일산밤가시초가’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일년 내내 무료 개방 중이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 4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5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