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끓이기
손 원
겨울 추위에 곰탕 한 그릇으로 속을 데워 보자. 따뜻한 국물이 추위를 가시게 하고 힘이 솟는 기분일 것이다.
나는 주말이면 아버님이 계시는 시골 집에 간다. 지난 주에 우족과 사골을 사다가 한 솥 가득 끓였고 이번에는 두 번째 우려내기로 했다. 뽀얀 진국은 두 번째 우려 내야만 얻을 수 있어 다소 힘이든다.
지난 주는 전날 우족과 사골을 사다가 밤새 물에 담궈 핏물을 빼 두었다가 이튿날 시골로 가져가 끓였다.
시골 마당에는 담벼락에 붙은 조그마한 헛간이 있어 솥 두개가 나란히 걸려있다. 큰솥과 중솥 두개가 부뚜막에 걸려있다.
장작을 땔감으로 하기에 벽돌로 부뚜막을 만들어 솥을 얹은 단순한 구조다. 명절이나 잔칫날 고기를 삶거나 따뜻한 물을 사용하고자 불을 지핀다.
부모님 집은 지금은 벽돌스라브 집이지만 그 전에는 한옥이어서 장작을 연료로 사용했다. 재래식 부엌에 나무를 땔감으로 하여 밥을 짓고 쇠죽을 끓이고 난방을 했다. 부지런하신 아버님 덕분에 아직도 헛간에 폐목이 있어 유용하게 쓰고있다. 지금은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고 LPG로 취사를 하고 있지만 마당의 간이 아궁이용 땔감으로 아버님께서 넉넉하게 준비 해 두셨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이면 거기에 불을 지펴 따뜻한 물을 풍족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지난 주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깥 큰 솥에 수돗물을 가득 채우고 우족과 사골을 넣었다.
헛간의 폐목을 꺼내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폈다. 바짝 마른 폐목은 거센 화력으로 곰탕솥을 달궜다.
4~5시간 동안 푹 고았다. 처음에는 센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차차 불을 약하게 하면서 오래 끓여야 한다. 장작불이 타는 동안 아내는 부엌일을 하고 나는 집안 청소를 했다. 오후 3시쯤 잘 고아져 국물이 적정하게 줄었을 때 스텐바케스에 퍼서 식혔다. 우려 낸 뼈는 다음 주 한번 더 우려내기로 하고 냉장고에 넣어 두고 왔다.
오늘은 지난 주 한 번 우려낸 뼈를 다시 고았다. 초벌 때 처럼 이번에도 푹 고았다. 초벌 국물은 다소 탁했지만 이번 국물은 뽀얗게 잘 우러 났다. 두 번에 걸쳐 큰 솥에 우려 냈기에 곰국의 양도 많아서 큰 그릇에 부어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파트에도 제법 많은 양을 가져왔다. 삶은 사태살과 대파만 썰어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가끔 먹으면 맛도 있고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우리는 쌀밥이 주식이다.
밥과 국은 한 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내 밥상에 국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국 대신 찌게로 대신 하기도 하지만 찌게도 국의 한 부류임에는 틀림없다.
국이 없는 밥상은 허전할 뿐만 아니라 식사에 대한 부담감 마저 준다. 노인이 아닐지라도 국이나 찌게가 있어야만 밥이 잘 넘어 간다는 선입감마저 든다. 그래서 우리내 밥상에 국은 필수적이다.
국의 종류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재료를 넣는가에 따라 재료의 이름을 딴 국이 되기에 그 종류 또한 무궁무진 하다.
어떤 국이 왕중왕인지 따져 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할 것 같다.
국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고 같은 사람일지라도 때에 따라 선호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나 자신만 해도 그렇다. 추운 겨울은 따뜻한 선지국 이나 곰국이 좋고 한여름 더위에는 오이냉국 정도가 좋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고 즐겨 먹는 우리의 국을 굳이 몇 종류만 꼽으라면 곰탕, 미역국, 소고기국, 콩나물국 정도가 될 것이다. 찌게인 경우는 김치찌게, 된장찌게, 순두부찌게일 것이다.
국과 찌게를 통틀어도 인기에 있어서 곰탕이 가장 앞설 것이다. 곰탕에 밥 몇 수갈만 말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으나 다른 국은 밥 한 숟갈 말아도 한 끼 식사로는 충분치가 않다. 곰탕에 밥 몇 숟갈만 넣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지만 된장국이나 콩나물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볼 때 곰탕은 국물 중 왕중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내에는 곳곳에 곰탕집이 수두룩하다. 할매곰탕집이란 간판을 본 외국인이 깜짝 놀랐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보양탕을 즐기는 우리의 식 문화를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곰탕, 설렁탕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한 끼 식사다. 현풍을 지나 칠때면 현풍할매곰탕을 먹곤 했다. 지금은 체인점화 되어 대도시에는 쉽게 접할 수가 있다. 굳이 유명메이커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먹을 수가 있다.
이 처럼 먹기 편하고 영양이 풍부한 보양식을 아버님은 좋아 하신다. 갖 돌지난 손자도 잘 먹으면 좋겠다. 적당히 간을 한 곰국에 파만 썰어 넣어도 된다. 미역을 넣고 끌이면 미역국이 되고, 김치를 넣어면 맛깔나는 김치치게가 된다. 곰국으로 간단히 떡국을 끓일 수도 있다. 가마솥에 한 솥 끓인 곰탕은 얼마 동안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오를 것이다.(2020. 12. 20.)
첫댓글 곰탕 설렁탕은 우리나라 전통음식. 쇠고기가 귀한 시절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개발 되었으므로 여럿이 함깨 나누어 먹는 정이 진맛입니다. 곰탕 냄새가 이곳까지 퍼지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한그릇 좀.... 글에서 구수한 맛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곰탕 사랑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곰탕을 끓이시는 부부의 모습에 아버님에 대한 효심이 느껴집니다. 곰탕을 손수 끓이시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많이 드시고 건강하십시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