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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거제공고 → 팔각정 → 암봉 → 계룡산 → 절터 → 통신탑 → 포로수용소 유적지 → 534봉 → 고자산치 → 헬기장 → 선자산 → 원덕골마을'의 8km 구간을 5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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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鷄龍山]
높이: 570m
위치: 경남 거제시 거제면 신현읍
거제도 신현읍에 해발 564m의 아담한 계룡산은 정상의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산세로 등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푸른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거제도는 국내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갖고 있으며 면적으로는 제주도 다음으로 크다. 가라산을 비롯해 산방산·계룡산·선자산·옥녀봉. 노자산 등 5백m대의 산이 7개나 있다. 높이는 얼마 안 되지만 산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계룡산~가라산까지의 종주 산행은 총거리가 약 25㎞. 하루로는 빠듯하다. - 한국의 산하
선자산[扇子山]
높이: 519m
위치: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계룡산 줄기 남쪽의 산으로 높이 507m로서 신현읍과 거제면의 경계에 있으며 고현에서 구천계곡 쪽으로 들어가 수자원개발공사를 지나 삼거리 윗담마을에서 오르면 된다.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아름답고 자작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하며 계곡물이 맑고 깨끗하다. 이 계곡, 물들이 굽이굽이 모여 구천 댐 물을 이루고 있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토요일은 섬이나, 섬이 아닌 거제 계룡산과 선자산을 연계해 달리기로 했다. 애조 목요일 대기업 안내산악회 오지 팀의 박지산행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거창 오두봉 산행 때, 겨울이라 길이 얼어 계획한 날머리인 평창 진부의 ‘발왕1교’까지 버스가 오르기 힘들어, 대중적인 코스로 변경할 확률이 높다는 인솔 대장의 얘기에 페널티를 물고 산행을 취소했다[산행기]. 그 코스는 2019년 1월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온 후라 다시 갈 이유가 없다[산행기]. 해서 이후 눈여겨본,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의 거제 계룡산행을 급하게 신청했다. 물론, 호황이라서가 아니라, 남도의 섬인 거제까지 편히 갈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래봐야, 11월 8일 공지한 산행이라, 승객이 선호하는 자리는 다 찬 이후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서 토요일 거제 계룡산, 선자산을 연계해 오르게 됐다.
거제 계룡산은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146위, 까만 소 100+, 찌라시 계열 월간지 선정 100 산에 속해, 수도권 안내 산악회에서 매월 최소 한 대 이상의 버스가 출발할 정도로 인기 좋은 산이다. 해서 갈만한 산이 없을 때 오를 예정으로 산행 계획 목록에 넣어뒀다. 그러다 갑자기 무박으로 계룡산만이 아니라, 거제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는 망산, 가라산, 노자산, 선자산, 계룡산의 26km를 달리는 거제 5 산 종주가 인기다. 해서 계룡산만 오를 것인지, 5 산 종주를 할 것인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으나, 그건 닥쳐서 고민하기로 하고 신경을 끄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체력의 한계를 실험하는 5 산 종주는 버리고, 계룡산과 선자산만 연계해 다녀오기로 했다. 미래 어느 순간 또 갈만한 산이 안 보이면 5 산 종주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때!
산행 일인 토요일 거제와 가까운 연화산 산악날씨는, 최근 혹한과 달리 기온은 영상 11도에서 12도, 바람은 4~5m/s로 다소 강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는 예보다. 12월답지 않게 산행하기에는 더울 예정이라는 거다. 그나마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씻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와중에 중국에서 몰려오는 황사로 조망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강한 먼지를 몰아내기 바랄 뿐이다. 어쨌든 최근 산행과는 달리 간절기 복장으로 간다. 산행 후 날머리라 예상되는 '삼거동추어탕'에서 하산주를 곁들여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날머리가 선자산 등산로가 끝나는 도로라면, 식당까지 900m에 불과한 거리라, 왕복할 수 있다. 당연히 이 모든 건 식당이 영업할 때 얘기다! 그렇지 않을 것에 대비해 신사역표 김밥을 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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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신사역 5번 출구에서 7시 정각에 출발하는 안내산악회라, 양재나 사당 출발보다는 여유가 있어, 5시 10분경 기상해 볼일을 보는 동안 밤사이 바뀐 게 없는지 산악회 카페에 들어가 확인했다. 그런데, 있다. 다른 게 아니라 비었던 내 옆자리가 자는 동안 채워졌다. 고로 거제 왕복을 편하게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사라졌다. 카페 주인장이야 빈자리가 없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해서, 배낭도 옆자리에서 짐칸으로 위치가 변했다. 그 외 날씨나 다른 건 어제와 달라진 건 없다. 어쨌든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6시 5분경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연신내역에서 열차를 타고, 6시 50분경 신사역에서 내렸다.
출발 하루 전, 인솔 대장이 산행 게시판에 몇 가지 안내와 같이 날머리에 식당이나 가게가 없다고 공지한 상태라, 신사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나가자마자 즉석 빵집 틈새 상품인 김밥을 사서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버스 정류장 쪽을 주시하면 5번 출구로 나갔으나, 산악회 버스는 보이지 않는 게, 사당에서 6시 45분에 출발한 버스가 아직 도착 전이다. 해서 버스정류장으로 가 의자에 앉아, 5분가량 기다리니, 7시 정각쯤 버스가 도착해,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로 가, 짐칸에 배낭을 넣고, 슬리퍼 등이 든 파우치를 들고 차에 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잠이 들었으나, 옆자리 승객이 죽전 탑승이라, 죽전에서 그가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일어나야 했다. 이후 잠깐씩 깨기는 했으나, 계속 잠을 자다가, 9시 5분경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와 잠에서 깼다.
예상대로 ‘금산 인삼랜드’다. 버스가 주차하고 승객이 차례대로 통로로 빠져나가길 기다리는데, 옆자리 승객이 빨리 안 내리고 뭐 하냐고, 신경질이다. 아침부터 상대하기도 귀찮아 무시하고 있다가 내 차례에 버스에서 내려, 급하지는 않으나, 가야 할 길이 멀어, 화장실로 가 일을 봤다. 그리고 수변 공원으로 가, 인삼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잘 있다. 누군가 뽑아가기에는 너무 크긴 하다. 이후 버스 돌아가 다시 잠을 청하려고 보니, 옆자리 승객이 아직이다. 해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자리를 잡은 후 다시 잠을 청하는데, 버스가 출발하며,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높은 산은 아니나, 쉽지 않은 산이라는 말로 시작해 다른 안내산악회는 원덕골마을에서 거제공고로 달리는 게 대세이나, 우리는 공지대로 거제공고에서 원덕골마을로 진행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 차이를 몰랐는데, 산행 내내 해를 바라보며 날머리까지 가야 하는 산행이라 반대로 달린 것에 비해 어려움이 하나 더 있고, 당연히 주변을 조망하기 위해서는 가다가 멈춰 뒤로 돌아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산악회에서 코스를 변경하지 않은 건, 다른 안내산악회에는 없는 B 코스 때문이라 생각된다. 도상 거리 10km도 안 되는 코스를 5시간 내에 달리지 못하는 등산객을 위해 계룡산과 선자산을 연결하는 고자산치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B 코스가 있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혹시 B 코스를 선택하는 등산객이 없으면, 반대로 갈 생각이 있었는지 인솔 대장이 승객을 상대로 확인하니, 4명이나 있어 코스는 공지대로 진행했다. 그래서 이 산악회가 대기업 안내산악회와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날머리에 주차할 만한 곳이 없어, 서울 방향으로 200여 미터 올라간 곳에 할 수도 있으니, 버스가 안 보이면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끝으로, 날머리에서 900여 미터 서울 방향으로 가면 '삼거동추어탕'이 있으니, 일찍 하산해 버스에 있기 싫은 산꾼은 거기서 기다리면, 마감 후 서울로 가는 길에 픽업하겠다고 했다. 정말 반가운 소리다. 예상대로 추어탕집 주변이 날머리가 아니다. 다행은 추어탕을 먹고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 11시 40분 들머리 도착 예정이라, 공식 마감은 16시 40분이지만, 추어탕 소식에, 하산 목표를 15시 10분으로 잡았다. 추어탕집 왕복을 고려한 시간이나, 왕복할 이유가 없으니, 10여 분의 여유는 있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잠이 들어 중간에 몇 번 깨기도 했으나, 잘수록 잠이 느는지 계속 자며 가,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깼다. 들머리가 멀지 않다는 얘기라, 바람막이와 넥워머를 벗고,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조금 지난 11시 33분 들머리인 거제시 체육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감은 예정대로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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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앱을 기동하고, 짐칸으로 가 배낭을 꺼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벗어 들고 있던 바람막이를 배낭에 넣었다. 산행 중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바람막이는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 후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32.2m! 생각보다 높다. 아니 너무 높다. 심지어 95.6m인 경기도의 오지 포천보다 높다! 계룡산의 높이가 566m니, 표고 차가 434m에 불과하다. 표고 차를 확인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들머리를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체육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일행이 보여, 후미에서 선두를 따라, 10분가량 올라가자, 요란한 차량 소음이 들린다. 위에 최소 자동차 전용도로다. 그리고 도로를 건너는 육교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육교를 언급할 때는 도심지 육교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광천종주 때 우담산에서 국기봉으로 넘어가려면 건너는 그 육교다. 그리고 육교 아래 이정표에 의하면 계룡산 정상까지는 1.55km!
선두의 뒤를 따라 육교에 올라서서 보니, 오른쪽 아파트 뒤로 조선소의 크레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선소가 이렇게 가깝나? 태어나서 처음 거제를 방문하는 거라, 간접 경험 외에는 거제에 관해 아는 바가 없어, 조선소가 주택가와 가깝게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어쨌든 기념으로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육교로 들어선 후 그 모습도 사진 찍었다. 그리고 육교를 건너자, 갈림길 이정표다. 왼쪽은 '계룡산 정상 1.5km', 오른쪽은 '임도 전망대 1.6km'. 당연히 선두는 정상을 택해 좌회전한다. 그런데. 이정표 앞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인솔 대장이 좌회전하는 일행에게 그 방향은 짧은 코스라고, 외친 후 우회전한다. 도상 거리 9km에 불과한 산행이고, 전망대에서 보는 조망이 궁금해 좀 더 긴 코스라는 대장의 말을 믿고, 그 뒤를 따라갔다.
동네 뒷산답게 위로 오르는 동안 계속해 이정표 없는 갈림길인데, 그때마다 대장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바라본다. 와중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대장이 지도를 보는 동안 뒤에서 기다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왼쪽 계곡에서 위로 올라가는 일행을 발견했다. 응? 계룡산 정상이나, 임도 전망대나, 20여 미터의 거리를 두로 나란히 위로 가고 있었다. 둘의 차이는 왼쪽은 계곡, 오른쪽은 능선! 그래도 대장을 믿어 보기로 하고 뒤를 따라가, 대장이 좀 전에 지도를 보고 있던 갈림길에 도착해 보니, 왼쪽이 정상, 오른쪽은 산림욕장이다. 그리고 10여 미터를 더 올라가자, 다시 갈림길로, 왼쪽은 샘터 30m, 오른쪽은 정상으로 2.1km 거리다. 지방 대부분 그렇듯이 갈수록 정상이 멀어지는 이정표다! 그리고 그 뒤로 샘터 방향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일행이 보인다.
임도 전망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하나다. 그리고 일단 거제도 계룡산에 왔으니, 물맛을 보는 게 산꾼의 도리라, 왕복 60m를 무시하고 샘터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물론 대장은 우회전해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샘터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샘터를 중심으로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계룡산 등산로다. 일단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준비된 플라스틱 바가지로 약수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남들이 다 우회전할 때, 좌회전했다. 전망대에서 멀어질 확률이 높기는 하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싫어 왼쪽을 택했다. 아래에서 전망대를 택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쨌든 좌회전해서 가는데, 이제 막 샘터에 도착한 등산객 한 명이 아무 생각 없이 날 따라오다가, 반대쪽이 길이라고 큰 소리로, 알려주고 돌아간다. 해서 뒤로 돌아 '알고 있다!'라고 얘기하고 계속 가던 길을 갔다.
홀로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올라가, 11시 57분 운동 기구 몇 가지가 있는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와중에 파이프로 만든 둥근 물건의 정체가 궁금해 추측해 봤는데, 체육공원에 있다면, 운동 기구일 확률이 높다. 그럼, 훌라후프? 저 큰 것도? 훌라후프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훌라후프 도사가 있겠지, 생각하고 다시 길을 재촉해 위로 가자, 임도다! 응? 임도 전망대는 여기서 우회전해 이 길을 따라가면 되나? 그럼, 이정표나 안내문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해서 무시하고 임도를 가로질러, 위로 100m가량 올라가자, 쉼터로 샘터에서 우회전했던 일행 몇이 쉬고 있는 게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동안 저 멀리 오른쪽으로 위로 가는 일행을 보고 언젠가는 만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을 감상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쉬고 있는 일행을 뒤로하고 계속 가, 12시 18분 정상 0.8km 이정표를 지났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 직전, 여기서 0.3km 지점에 '434봉'이 있다. 지자체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있으나, 지도에는 없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이라, 싫어도 오를 예정이다. 그 이정표를 통과해 다시 3분가량 가자, 두 번째 쉼터다. 앉아서 쉬는 인간이 아니라, 거기서 쉬고 있는 일행을 뒤로하고, 434봉이라는 생각되는 봉우리로 올라가며 보니, 울창한 숲사이로 정자가 보인다. 전망대다! 임도 전망대는 임도에 있는 전망대가 아니라, 임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망대라는 뜻인 듯하다. 어쨌든 기념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다, 전망대 직전, 등산로에서 벗어난 바위 전망대가 좋아 보여, 그곳으로 가 주변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선두 그룹이 쉬고 있거나, 주변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임도 전망대가 아니라, 정자 전망대에 12시 28분 도착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육교를 지나, 어느 길을 선택해도 전망대를 거쳐야 계룡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고로 인솔 대장도 초행?
정자에 들어가 쉴 생각은 없어, 그 아래에 있는 갑판 전망대에서 거제도의 북쪽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고로 오른쪽은 동쪽이다. 물론 파노라마도 남겼다. 정확히는 팔각정 전망대 직전 이정표 또한 기록으로 남기고, 500m 떨어진 계룡산 정상으로 향하자, 인솔 대장이 언급한 암릉이 시작된다. 암릉이니, 아주 당연히 곳곳이 바위 전망대다! 왜, 434봉에 팔각정 전망대를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하긴 나 같은 인간에게나 바위 전망대지, 일반 등산객에게는 오르기 위험한 바위일 뿐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 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거나, 정자 전망대에서 보는 거나, 높이만 좀 달라졌을 뿐 다른 건 없다. 그래도 혹시 무언가 다른 게 찍힐 수도 있어, 기록하는 걸 포기하지 않으며, 암릉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와중에 동영상도 가끔 촬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며 보니, 송전탑 뒤 봉우리에 정상석으로 생각되는 비석이 보인다. 물론 그 주변을 서성이는 등산객도!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걸 기뻐하며 가자, 12시 45분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찍으며 200m 같은 50m를 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라, 촬영을 중단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좌회전하면 계룡사와 약수터다. 약수터는 물 한 모금 마시러 왕복하기에는 좀 먼 0.4km! 그리고 이정표 뒤 바위가 계룡산 정상이라,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앞선 등산객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느라 어수선한 정상에 12시 47분 도착했다. 먼저, 인증 대상이 바뀌는 틈을 타, 남해를 배경으로 정상석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막 도착한 둘이 상부상조해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이후 미련 없이 정상을 떠나, 암릉을 즐기며 가다가 가끔 뒤로 돌아보다가, 정상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바위 전망대에 도착해, 암봉 정상과 정상석 주변 등산객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까만 소 100+ 중 하나라, 인증꾼에게는 중요한 정상석이다!
진행 방향 암릉의 모습을 기록을 남기는 걸 잊지 않고, 다시 길을 재촉해, 바위 전망대를 내려가자, 왼쪽으로 암릉과 바위 지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두 바위가 만든 터널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추락 위험' 경고 팻말이 가로막고 있으나, 터널 끝부분이 궁금해 경고를 무시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좁은 터널로 들어갔다. 막상 도착해 보니,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아래를 보니, 생각보다 높지도 않다. 그래도 떨어지면 사고는 사고다! 그렇다고 조망이 특별한 것도 아닌 게, 남진하는 동안 오른쪽으로 계속 보게 되는 거제도의 서쪽 바다다. 어쨌든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터널에서 나와, 3분가량 가자, 샘터 갈림길이다. 직진은 샘터, 선자산 길목의 고자산치는 우회전해 암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말인즉 직전 암릉을 따라 계속 가도 되는걸, 등산로를 우회하게 만드는 바람에 오르내려야 했다. 그걸 미리 알았으면 내려오지 않고, 암릉으로 직진했을 텐데.
와중에 암봉으로 올라가는 철 계단은 계단이라기 보다는 사다리에 가까운 경사다. 두 개의 철 계단을 오르자 다시 바위 전망대나, 보이는 건 똑 같아,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지만, 철계단을 오르는 중에 보이는 계룡산 정상은 새로운 모습이라 그것만 사진 찍었다. 그리고 길을 재촉하다가, 점심 시간이 지났고, 배도 고파 신사역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렇게 가,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계룡사 갈림길을 통과하며, 꽤 멀리 왔다고 생각한 정상까지의 거리를 보니, 0.4km에 불과하다. 진행 방향의 고자산치는 1.7km, 선자산은 4.3km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약수터는 80m로 왕복 160m에 불과하나, 김밥을 먹고 보온병에 넣어온 따뜻한 우엉차를 마신 후라 당기지가 않아, 바로 고자산치로 향했다. 다시 두 개의 이정표를 통과해 가, 아래로 보이는 지붕 없이 벽만 남은 건물이 포로수용소 유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유원지에 있을 만한 것들이 뭔지는 모르겠다. 그보다 더 궁금한 건 포로수용소를 왜 이렇게 높은 곳에 두었냐는 거다. 특별 포로 수용?
바위 봉우리에서 내려와 벽만 남은 포로수용소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유원지에 있을 만한 건 국내 최장이라 자랑하는 모노레일 승차장이다. 고로 유원지가 맞다. 그런데, 지금은 운행을 안 한다. 애초 이 산악회가 산행 계획을 공지할 때 ‘C 코스’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오는 관광 코스가 있었다. 그런데, 출발 하루 전 운행 중지라는 정보에 따라 없었던 걸로 했다. 안내산악회가 주먹구구다. 내가 그 코스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개지랄했을 텐데?! 아, 애초 그 코스를 고려하고 있던 관광객은 없었나? 어쨌든 고갯마루에는 '소원 군번줄 걸이'라는 철책이 있고, 거기에 많은 군번줄이 걸려 있다. 군번줄은 어디서 구했을까? 승차장 매점? 그럼, 매점에 간단한 먹거리도 있지 않을까? 김밥을 먹은 후고, 모노레일이 운행 중지라, 매점도 영업을 안 할 거라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앞에 보이는 갑판 계단으로 봉우리로 향했다.
갑판 계단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유명인이 한마디 한 산에 관한 경구가 적혀 있다. 정확히는 고생 후 낙이 온다는 말들로 꼭 산에 관한 건 아니고, 익숙한 것들이라, 기록으로 남길 필요조차 못 느꼈다. 다만 뒤로 돌아 지나온 능선을 보자, 계룡산이라는 산에 저절로 감탄이 나와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봉우리로 향하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셋이 왼쪽의 전망대로 보이는 곳에서 다시 계단으로 내려와, 계단 난간 기둥의 등산로 표기 방향으로 간다. 애초 전망대가 목적은 아니었던 거 같고, 등산로라는 글을 보지 못해 전당대로 갔다가, 길이 없어 되돌아온 거로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어차피 같은 조망이라 전망대에 별기대가 없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 굳이 가야 할 이유도 없어, 전망대는 버리고, 그들을 따라 바로 직진했다.
전망대를 버리고 등산로로 봉우리에 오른 후, 다시 고개를 향해 내려가다, 내려온 밤송이 같은 봉우리와 오른쪽 즉, 거제의 서쪽 바다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속 남진해, 1시 37분 고자산치라 생각되는 고개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고개에서 이어지는 능선이 선자산 능선인 건 알겠는데, 선자산 정상이 어느 봉우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좌로 뻗어가는 능선이 방향을 바꾸는 지점의 봉우리가 가장 높아 보이지만, 달리 보면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이어지다가, 아래로 떨어지기 전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둘 중 하나가 선자산 정상이다. 정황상 뒤가 정상일 확률이 높다! 가야 할 능선과 그 위에 솟은 봉우리를 자세히 관찰하고, 고개를 향해 내려가는데, 마른 흙길에 급경사라, 생각보다 미끄러워 꽈당을 피할 수 없었다.
마른 흙길에 엉덩방아도 찧으며, 내려가는데, 등산 앱이 반응해 핸드폰을 꺼내 뭔지 확인했다. 고산자치 반경 50m 내다! 차량이 다니는 고개에 배지라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고산자치란다! 그런데, 공식 이정표와 등산 앱의 지명이 다르다는걸, 산행기를 쓰다가 발견했다. 공식 이정표는 '고자산치'다. 즉 '고자산'의 고개다. 고자산? 원래 선자산이 고자산이었나? 그런데, 등산 앱은 '고산자치'다. 고산자 김종호의 호를 딴 고개?! 어쨌든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가, 1시 47분 임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임도 건너에는 선자산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사이에 두고 정자가 두 개나 있다. 그리고 선자산 방향을 차단하는 철책이 있는데, 현재는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임도 건너 이정표에 의하면, 임도 왼쪽은 용산마을, 그 반대편은 거제여상, 당연히 직진은 선자산으로 2.4km 거리다.
두 정자 사이로 난 길, 정확히는 차량이 통행하는 임도로 보인다. 완만한 경사의 그 길을 따라 선자산을 향해 갔다. 고개로 내려오기 전, 위에서 능선의 경사와 기복을 자세히 관찰하며, 대략적인 산행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소요 시간을 계산했는데, 위에서 평가한 거보다 더 완만하다. 그리고 이 임도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와중에 고자산치의 높이가 궁금해 등산 앱을 확인했다. 397m, 거의 400m에 육박한다. 그럼 선자산 정상과 표고 차는 100여 미터에 불과하니, 위에서 보고 평가한 것과 비슷하다. 어쨌든 활짝 열린 철책 문을 지나, 임도로 선자산 정상을 향해, 10분가량 가자, 저 앞에 이정표가 보이고 그 옆에 있는 상상도 못한 걸 보고 깜짝 놀라 사진을 찍었다. 자가용이다! 원래 내 산행 모토가 '차가 다니는 길은 차로, 그렇지 않은 길만 걸어서 다니자!'라, 완만한 경사의 임도로 오며, 차로 와도 되겠구만 했는데, 그걸 실천으로 옮긴 등산객이 있다. 저절로 존경심이 솟아난다!
어쨌든 이정표 옆에 주차한 자가용을 보니, 임도 사거리에서 선자산 방향으로 철책으로 차단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런 차량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임도가 계속됨에도 차를 여기다 주차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정표에서 우회전하자,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고, 임도 상태도 승용차가 다니기에는 좋지 않다. 해서 여기다 주차하고, 배낭을 둘러메고 선자산으로 향한 거 같다. 어쨌든 차가 주차한 옆 이정표에 의하면 '선자산 전망대 0.8km', '선자산 정상 1.9km'다. 남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급경사 임도를 오르는데, 왼쪽 숲속에 거대한 텐트 아니, 천막이 보인다. 아무래도 저 텐트가 아래 승용차의 주인이 거주하는 집으로 보인다. 어떤 신분이기에 저기다가 저런 규모의 천막을 치고 거주하는지 궁금하나, 그걸 알 방법은 없다. 추측도 안 되니, 메모리에서 아예 삭제해 버렸다.
다시 길을 재촉해 임도로 올라가니, 저 앞에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진 등산객이 힘겹게 가고 있는 게 보인다. 일행인가? 44명이나 되니, 일행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다. 어쨌든 약간의 급경사에 그를 추월해 위로 가자, 다시 이정표다. 선자산까지 남은 거리는 1.5km로, 차가 주차한 이정표에서 고작 400m 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정표에서 다시 급경사를 200여 미터 가니,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벗어난 곳에 바위 전망대라 당연히 그리로 갔다. 그리고 뒤로 돌아 지나온 계룡산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진행 방향의 능선과 오른쪽의 바다를 기록했다. 이후 저 위로 정자 비슷한 게 보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2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선자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직전이 삼거리로, 좌회전은 아파트로, 전망대는 아파트 주민을 위해 만든 거 같다.
이미 아래 전망대에서 감상할 거 다 하고, 기록도 남겼는데, 앞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가 봐야 딱히 다른 게 있을 거 같진 않아, 정자 전망대는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참고로 임도는 전망대에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능선 등산로다. 울창한 관목이 터널을 만든 능선 등산로로 전망대에서 15분가량 가자, 선자산 정상 0.5km 이정표다. 그야말로 다 왔다. 산행 전부터 궁금했던 거제도 추어탕이 멀지 않다. 신이 나서 정상을 향해 가다가, 선자산의 본모습은 기록으로 남긴 게 없다는 걸 깨닫고, 앙상하나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기기는 했으나, 여전히 아쉬워하며 가다 보니, 등산로에서 벗어난 왼쪽으로 바위 전망대다. 당연히 그 전망대로 가 선자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역광이라 원하는 사진은 아니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역광의 정상 모습을 찍은 후 돌아 나오려는데, 하늘에 무언가 떠다녀 자세히 보니, 패러글라이딩이다. 계룡산 정상 직전 활공장이 이정표를 봤는데, 거기서 날아오른 거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당연히 활공장이 있는 계룡산 방향을 바라봤다. 역시 하늘에 큰 새가 날아다닌다. 확대하지 않으면 구분도 되지 않으나, 어쨌든 그 새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등산로로 돌아가, 50여 미터를 가자, 등산 앱이 신호를 보낸다. 선자산 정상이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앞선 두 명의 일행이 있는 정상에 2시 40분경 도착했다. 두 명 중 여성은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뒤로 돌아 무언가를 먹고 있고, 막 도착한 거로 보이는 남성은 정상석 주변을 서성이고 있어, 그가 없는 틈을 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당시 사진은 찍었으나, 읽지는 않은 이정표 아래에 있던 선자산 소개 글을, 이 글을 쓰는 동안 읽었다. 아래 고개의 이름인 고자는 내가 생각한 그 고자다. 다만 고자가 되는 과정이 미처 생각지 못한 전개라 깜짝 놀랐다.
마지막으로 정상의 이정표와 계룡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두 일행을 뒤로하고. 좌회전해 구천댐 상류 방향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선자산 높이가 507m, 날머리의 높이를 모르니, 들머리로 기준으로 거제 체육관 해발이 132m, 표고 차가 375m로 생각보다 높지 않다. 해서 다른 산악회는 여기서 시작하는 거 같다. 어쨌든 표고 차는 별로 나지 않으나, 그렇다고 급경사가 없으면 한국 산이 아니나, 시작은 완만한 경사로 내려가, 하산이 생각보다 쉬워, 정상을 떠난 지 14분 만에 1.2km 지점의 이정표에 도착했다. 날머리나 다름없는 구천댐 상류까지 남은 거리는 0.8km! 현재 시각 2시 55분 등산로가 이 상태로 이어진다면, 목표로 한 3시 10분까지 도착할 수 있다. 어쨌든 날머리를 향해 가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에 바로 붙어, 산성으로 보이는 걸 사진으로 남기며, 길을 양보했다. 그리고 앞서 나갈 때 누군가 보니, 정상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던 여성 산꾼이다.
선자산에 산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신탑에서 만난 산불 감시 요원이 계룡산에 관해 얘기하면서, 임진왜란 때 계룡산 암릉이 산성 역할을 했다는 언급이 기억났다. 과거에 산성이 있었나? 그럼, 안내문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떠한 소개문이나 팻말도 없다. 산성이 아니라 화전민? 지금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없고, 앞서가는 산꾼을 따라 산성에서 2분가량 가자, 역시 선자산도 한국 산이라는 걸 증명하듯 낙엽 쌓인 급경사로 바뀐다. 이런 하산이 전문인 인간이라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자, 이제는 그 산꾼이 길을 양보한다. 와중에 이어지는 능선과 아래 댐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뛰다시피 내려갔다. 그리고 3시 10분경 저 아래로 도로가 보이는 곳에서 유심히 살펴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주차한 버스가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목표보다 조금 늦은 3시 11분경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날머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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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행에게는 산행이 끝났으나, 나와 몇몇 산꾼은 ‘삼거동추어탕’까지 가야 산행이 끝나는 거라, 기록 중인 트랙을 그대로 두고, 확인차, 현재 고도와 시간, 거리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고도 196.1m로 132.2m인 들머리 거제공고보다 65m 높다. 그리고 거제공고로부터 11.7km의 거리로 도상 거리인 8km보다 3.7km가량 멀다. 여기까지 소요 시간은 3시간 38분으로 목표한 3시간 30분보다 8분 더 걸렸으나, 양호하다. 그 길로 바로 버스로 가며 보니, 먼저 도착한 일행 셋이 버스 옆에서 라면을 끓여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그들을 지나,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은 후 버스 짐칸에 배낭을 벗어 넣고, 그대로 900m 거리라는 '삼거동추어탕'으로 향했다.
3시 16분 삼거리를 지나자, 저 앞으로 추어탕집이 보인다. 그러자 배가 더 고파진다. 와중에 갈증까지! 그 모든 걸 대략 500여 미터만 걸어가면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쁨을 안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 3시 22분경 도착했다. 기쁜 마음으로 문으로 가며 보니, 유리 벽 너머로,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말인즉 영업이 끝났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방장 겸 사장으로 보이는 덩치 좋은 남성에게, 영업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끝났다!'다. 허탈하게 밖으로 나와 야외 테이블에 주저앉아. 일단 기록 중인 등산 앱을 종료했다. 그리고 지도 앱으로 주변에 다른 식당이나, 편의점이 있는지 확인했다. 안 보인다. 그래도 모르는 거라,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혹시 주변에 다른 식당 또는 편의점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 돌아온 답은 '없다!'다.
돌아버린다. 요리는 필요 없으니, 소주와 김치만 좀 달라고 할까? 아니, 마실 물이라도 좀 부탁할까 하다가, 허탈한 상태라 만사가 귀찮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여기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도되나, 1시간 20분 가까이 영업 종료한 식당 야외 테이블에 멍청히 혼자 앉아있는 것도 그림이 아니라, 버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만, 돌아가는 길은 왔던 뜨거운 도로가 아니라, 산 그림자가 드리운 농로를 선택했다. 농로로 가며 보니, 농막 옆에 수도가 있어, 목이나 축일까 하고 틀어봤는데, 안 나온다. 되는 일이 없는 날머리다. 그래서 다른 안내산악회는 거꾸로 하나? 어쨌든 포기하고 돌아가다가, 올 때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600m를 가면 심원사라는 절이 있다는 이정표를 본 기억이 났다. 남는 게 시간이라 심원사 감로수로 갈증을 해소하기로 하고, 삼거리에서 우회전했다.
우회전하며 보니, 왼쪽 산기슭에 심원산가 세운 이정표에는 '심원사 600m'라고 크게 쓰여 있으나, 공식 이정표에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지장보살봉원경(심원사) 1.3km'다! 볼 것도 없이 공식 이정표가 맞을 거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일단 600m는 가 보기로 했다. 절은 없고, 계곡 옆으로 한옥 체험관이라는 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도로를 작은 계곡이 내려오고 있어, 혹시 그 위에 마실 물이 있을까 하고 가 봤으나, 없어 다시 내려와, 걸음을 돌려,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다가, 그냥 가면 재미가 없으니, 계곡을 따라가기로 하고 계곡으로 내려가서 보니, 건너로 오솔길이 보인다. 해서 그 오솔길로 하류로 내려가며, 마실 만한 지류가 있나 살폈으나, 없다. 그러다, 비상식이 들어 있는 디팩에 귤과 쌍화차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 뜨거운 물이야, 버스에 있고!
서둘러 계곡으로 내려가, 손을 씻고, 도로로 올라가, 4시 4분 버스가 주차해 있는 공터로 돌아왔다. 위 이미지 중 지도의 붉은 선이 추어탕에서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여정이다. 어쨌든 공터로 돌아와, 바로 버스에 타, 전기주전자 옆에 있는 종이컵 하나를 들고, 짐칸으로 갔다. 그리고 배낭에 든 디팩에서 귤과 쌍화차를 꺼내, 먼저 쌍화차 분말을 종이컵에 붓고 다시 버스에 탔다. 엔진이 동작하지 않아, 전기주전자가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아직은 따뜻해, 오히려 뜨거운 물보다 좋았다. 그렇게 따뜻한 물로 분말을 차로 만든 후 버스에서 내려, 계곡가로 가, 바위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 쌍화차와 귤로 갈증과 허기를 채웠다. 물론 비상식에는 에너지바, 육포, 구운 밤, 갱 등 먹을 게 많았지만, 그것들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버스에서 책을 보거나, 자기로 하고, 차로 돌아가다가 인솔 대장을 만나, 그에게 추어탕 집이 3시까지 영업이라고 알려줬다. 그러자, 그곳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다른 산꾼은 뭘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농로로 돌아올 때, 추어탕 집으로 향하는 세 명을 보고, 기다렸다가 저들과 합류해 김치와 소주를 내놓으라고 개겨볼 걸 그랬나, 약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럼, 그 셋이 그러고 있나? 뭐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고 버스에 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잠이 몰려와, 대략 10분 정도 깊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 시동 소리에 잠이 깨, 책을 보고 있는데, 4시 40분 정각에 서울로 출발했다. 먼저 추어탕 앞에서 3명을 태우며, 대장이 뭐했냐고 묻자, 돌아가는 게 귀찮아, 하는 일 없이 버스를 기다렸단다. 마지막으로 B 코스 등산객을 태우고, 서울로 향해, 7시 15분 예상대로 '금산 인삼랜드'로 들어갔다.
버스가 주차하자마자, 서둘러 차에서 내려, 일단 화장실에 들른 후, 편의점으로 가 음료 코너에서 식혜를 찾았다. ‘비락’이다! 손톱이 뒤집히는 일이 없기를 빌며 하나를 계산하고 편의점에서 나와 먼저,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중간 뚜껑을 따기 위해 애를 써봤으나, 요지부동이다. 하다못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 꽉 잡고, 오른손으로 별짓을 다 했으나 허사다. 더 하면, 손톱이 넘어갈 지경이다. 와중에 버스 출발 시간이 가까워 일단 버스로 가며, 허리에 차고 있던 멀티 툴을 꺼내, 손톱으로 딸 수 있도록 조금 뛰어나온 부분을 플라이어로 꽉 잡고, 뒤로 넘기자, 위에 코팅된 비닐만 벗겨진다. 몇 번 시도했으나, 마찬가지다. 와중에 다른 승객이 다 타, 서둘러 버스에 타서 마지막으로 시도했다. 역시 비닐만 벗겨졌다. 이것만은 안 하기를 바랐으나, 어쩔 수 없이 멀티 툴에서 톱을 꺼내 둥글게 잘라냈다! 그리고 목을 축였다. 비락아! 너희는 식혜를 팔지 말고, 강력 접착제를 팔아라!
산에 다니니 만약에 대비해 멀티툴을 차고 있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마실까? 아예 안 마시나? 어쨌든 다시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차가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선 이후 버스전용차선으로 달리는 걸 보고, 전용차선이 유지되는 9시 전에 죽전을 통과하기를 바랐다. 계룡산신이 도와서인지 그 바람이 통해, 8시 55분경 죽전에서 1차로 승객을 내려주고, 9시 18분 아침에 출발했던 신사역 5번 출구에 도착했다.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집으로 향해, 10시 10분경 도착했다. 11시 정도에 도착할 거로 생각했으니, 생각보다 빠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씻은 후 30도 빨갱이 온더록스에, 마누라가 미리 준비한 구운 돼지와 배추 된장국, 밥을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하산주 겸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거제공고 → 육교 → 샘터/좌회전 → 체육공원 → 1쉼터 → 2쉼터 → 팔각정 → 암봉 → 계룡산 → 절터 → 통신탑/산불감시초소 → 포로수용소 유적지 → 534봉 → 고자산치 → 헬기장 → 선자산 전망대 → 선자산 → 구천댐 상류 → 삼거동추어탕'의 12.8km 구간을 3시간 52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52분, 휴식 0!
예보대로 기온이 높아,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하자, 땀이 비 오듯 흘러, 오랜만에 시작부터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달렸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시야가 좋지 않아, 가까운 조망만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긴 산행이다.
암봉과 암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산이다. 그래서 까만 소 100+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