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한껏 들뜬 뉴욕의 반짝이는 것들을 말해왔다면
이젠 좀 숙연하게 지나가야 할 장소를 소개한다
2001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911 테러
세계 경제의 중심지에서 가장 참혹한 장소로 추락해 버린 이 사건이
미국의 자존심을 얼마나 크게 건드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때 무너져 내린 쌍둥이 빌딩 자리는
그라운드제로로 영원히 남겨져 역사의 현장 혹은 추모의 장소가 되었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그라운드제로 추모공간에는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이름 위에 붙여놓은 장미꽃도 간간히 발견할 수 있다
희생자의 생일에 붙여준다고도 한다
이곳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이름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 희생자의 이름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넓어 포기했다
실제 이 추모공원을 지날 때 할머니와 소녀쯤 되는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목격했다
인공폭포로 이루어진 제로그라운드엔 끊임없이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데
이는 희생자들의 가족이 흘리는 눈물과 슬픔을 상징한다고 한다
추모공원 한가운데 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건물 주변이 매몰되었는데 이 나무 한그루가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으로 옮겨와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가며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어준다고 한다
쌍둥이 빌딩이 폭발해 무너질 때 웬만한 도시 같았으면 도시 절반은 날아갔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변 건물이 그리 많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이 맨해튼의 지반이 바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
실제 센트럴 파크나 거리에서도 바위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곳을 그나마 지켜준 이유가 이 바위지반이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린 이제 제로그라운드 바로 옆에 새롭게 세워진 타워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들어간다
911 테러의 아픔을 딛고 뉴욕의 가장 높은 건물로 완성되어 현재 뉴욕의 상징적인 건물이 되었다
미국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운 상징성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이곳 102층엔 전망대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져 뉴욕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제로그라운드의 전체적인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스크린이 펼쳐지면서
맨해튼의 건물들이 시대에 따라 새롭게 지어지는 모습을 보여줘 흥미롭다
처음에 몇 개 안 되던 맨해튼에 건물이 빼곡히 채워지면 엘리베이터는 어느덧 전망대가 있는 102층에 도달한다
뉴욕이 전망대 창으로 가득 담긴다
오전에 만나고 온 자유의 여신상도 보이고 주변을 항해하는 배들도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고 있다
추모공원에서는 숙연하고 우울한 감정까지 들다가
전망대에 올라와서는 뉴욕의 아름다운 전망에 감탄하다가...
오늘 하루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
브루클린 브리지와 맨해튼 브리지가 너무 아름답고 평화롭다
수많은 마천루 중에 역시 눈에 띄고 익숙한 건물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추모공원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잠시 제로그라운드를 다시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평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 의미를 지닌 것인지 강렬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