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덕원농장 사장님과 백춘덕 아저씨와 마리에 있는 사과농장에 갔다.
사장님은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하셨다.
백춘덕 아저씨는 예초기로 농장에 자란 잡초들을 정리하셨다.
우리는 사과나무가 태풍 등에 쓰러지지 않도록 끈으로 고정했다.
중간에 농장에서 직접 딴 사과를 새참으로 먹었다.
백춘덕 아저씨도 사과를 여러 조각 드셨다.
네 명이서 동그랗게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다.
"백 군아, 우리 끝까지 한 번 가보자."
"백 군아 많이 먹어. 그래야 우리 같이 오래 살지.
먹는 거는 신경 쓰지 말고 먹고 싶은 대로 먹어."
사과나무 사이로 서로 눈이 마주치면
백춘덕 아저씨께서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주셨다.
사장님은 노래를 불러 주시기도 하고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인생 선배라고 생각하고 들어요.
지금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중에 되면
'아, 그래서 사장님이 이런 말 하셨구나.' 할거에요.
살다보면 힘든 일도 당연히 있지.
그럴 때는 ‘참을 인’자 새기면서
인내하고 기다리면 다 지나가게 되어있어.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
"견물생심이라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는가 보면서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살면 돼.
농사일은 빨리 하려고 하면 안 돼.
제 속도에 맞춰서 차근차근 해야지.
그러니까 학생도 차근차근 천천히 살면 돼.
남 속이거나 빨리 가려고 하지 말고 정직하게 베풀면서 살아.
어딜 가든 다 눈이 있어서 드러나게 되어있어."
"부모처럼 생각하고 언제든지 찾아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여기서 끝내지 말고 또 만나면 좋지.
한 번 맺은 인연은 평생 가는 거야.
인연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라
다음에 인사할 정도만 되면 그게 인연인거지.
인사만 하고 다니면 됐지.
그러니까 앞으로 사람들을 만날 때도
길가다가 아는 사람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하고
혹시 상대방이 못 알아본다 하더라도
"저번에 어디서 만났던 사람이에요." 설명하면서
또 그렇게 인사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또 내가 알면 내가 먼저 하면 되는 거고,
그렇게 인사를 해야 인연이 되지.
아는데 친하지 않다고 그냥 지나치면 그 인연은 거기서 끝인 거야.
누구든지 한 번 만났으면 전생에 삼천 번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만나는 인연들이 그렇게 만난 게 다 귀한 거라고.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찾아와. 힘들 때 찾아와도 돼."
덕원농장 사장님을 통해서 사회사업을 배운다.
인사 하나만 잘 해도 인연이 이어진다는 말씀, 관계가 살아난다는 말씀 잊지 않아야 겠다.
농사일을 거들러 왔지만 인생 교훈을 배우고 왔다.
농장일 마치고 가는 길에 사장님이 거창의 여러 여행지를 설명해주셨다.
나도 표지판을 보면서 이곳저곳 여쭤보았다.
"사장님, 거창에 온천도 있어요? 가조온천이라고 써져있네요."
"있지. 거기가 외부 사람들도 많이 와.
그럼 우리 다음에 일요일 날이나 일 쉬는 날 다 같이 온천 한 번 갈까."
"좋아요. 쉬는 날에 다 같이 가면 좋겠네요."
만남을 주선해주셨다.
오후 늦은 시간에 백춘덕 아저씨께 연락을 드렸는데
계속 휴대폰이 꺼져있다고 해서 집으로 찾아갔다.
유심 칩이 빠져서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되었다.
간 김에 사장님, 사모님, 아드님에게 인사드리고 복숭아 박스 접는 일 거들었다.
백춘덕 아저씨께 “아저씨, 이 상자는 어떻게 접어요?” 여쭈니
“이걸 이렇게 접고, 넣고,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 설명해주셨다.
아저씨가 설명한 대로 상자를 접고
“아저씨, 이렇게 하면 되는 거에요?”
"응, 맞아." 확인 받았다.
일을 마무리하고 덕원농장 사장님과 사모님, 김민지 선생님과 상희, 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모인 김에 가야지. 또 언제 다 모이겠어.” 하시면서
사장님께서 나가서 먹자고 하셨다.
백춘덕 아저씨가 계산하겠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내가 사줄게.”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하며 실랑이 하시다가
결국 오늘 저녁은 사장님이 사셨다.
사모님은 이제 우리를 보고 “상희 학생, 지연 학생.” 이름을 불러주신다.
백춘덕 아저씨도 상희와 나를 헷갈려 하지 않고 항상 이름으로 불러주신다.
2015.07.22 서지연 일지
김민지 선생님
'가조온천, 쉬는 날에 다 같이 가면 좋겠네요.'
고마워요.
이를 구실로 날짜, 차량, 함께 갈 분을 아저씨와 농장 사장님 내외분께
여쭙고 의논드리면 좋겠어요.
밭을 맬 때, 복숭아 상자를 접을 때마다 아저씨께 여쭙고 배우려는 모습, 고마워요.
그리 여쭈니 아저씨의 어깨, 목소리에 힘이 실린 듯 합니다.
박현진 선생님
사장님의 말씀, 모두가 귀합니다.
사회사업가라면 적어도 이런 것들을 놓치면 안되지요.
물론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뒤한 분을 봉사자로 만났다면,
백춘덕 아저씨와 대상자로 만나게 했다면...
제 마당과 제 삶터, 자기 인간관계로 돕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가조온천도 가기로 했으니, 구실삼아 의논해봐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상희, 지연 고마워~
신아름 선생님
사장님 내외분, 실습생까지 챙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시고 감사합니다.
백춘덕 아저씨께서 인복이 많으세요.
상희, 지연 학생 만난 것도 아저씨의 복인가 봅니다.
아저씨의 삶에서 조정, 변경, 계획하지 않고
그대로, 삶 그대로 상희, 지연 학생이 들어가 있어 감사합니다.
박시현 선생님
당사자, 당사자의 둘레 사람에게서 배우는 게 많아요.
지연이가 느꼈던 것처럼 삶에 대한 성찰, 진리 같은 걸 문득 문득 깨닫게 돼요.
그 분들의 말과 행동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서 귀한 걸 보고 배웁니다.
사회사업, 귀한 일입니다.
첫댓글 복숭아 박스 접는 법은 아저씨에게 배웁니다.
무엇이든 아저씨에게 잘 여쭙는 상희와 지연이 덕에
아저씨 어깨에 힘이 실릴 것 같아요.
인사는 사회사업 방법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며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예절이지요.
인생의 스승으로 여러 이야기를 해주신 사장님, 고맙습니다.
'남 속이거나 빨리 가려고 하지 말고 정직하게 베풀면서 살아'
글 읽고 배우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