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 부부가 주는 교훈
솔향 남상선 / 수필가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 젊은이들은 결혼을 회피하고 있다. 게다가 결혼한 부부들까지 출산을 꺼려하고 있으니 국가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2년 우리나라의 통계 출산울이 0.78명, OECD 국가 중 최하위가 되었다. ‛출산은 행복이 아닌 고통’이란 말이 나올 정도 심각해졌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내 집 마련이나 육아, 교육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부부라 한다면 그런 것 해결을 급선무로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일 게다. 이렇다 보니 결혼해서 출산하는 것이 행복이라기보다는 고통이 따른다는 얘기가 되리라.
내가 사는 주변에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총각 두 사람이 있었다. 노총각 김○○는 결혼을 하려고 맞선도 여러 번 봤다. 하지만 연분이 안 돼서 그랬던지 맞선 볼 때마다 딱지를 맞았다. 나이는 들어가고 안 되겠다 싶었던지 결혼상담소의 주선으로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 아가씨가 그리 예쁘지는 않았지만 성실한 여인이었다. 이국 만 리 먼 지역에서 시집와 언어도 다르고 풍속 문화 모든 면이 생소한 데도 4,5년이 지나니 그런 대로 적응을 잘하는 편이었다.
신부는 홀시어머니를 모시는 데도 반포보은(反哺報恩; 부모를 잘 모시는 효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효성을 다하여 시어머니를 모셨다. 출산율이 낮아 걱정하는 판국에 아들딸 남매까지 낳으니 대우를 받으며 살게 되었다. 잉꼬부부라 할 만큼 남편과 금슬이 좋은 부부였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기 아니겠는가!
이 집은 다문화 가족인데도 티를 내지 않고 평화롭게 살았다. 부부가 업으로 식당일을 하는 데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더니 이 부부를 일러 하는 말 같았다. 가위가 무엇을 잘라 낼 때는 양날이 힘을 합하여 위력을 발휘하듯 이 부부가 바로 그런 부부였다. ‛옥에도 티가 있다.’더니 그게 김 씨 부부를 일러 하는 말 같기도 했다. 남편 김 씨는 신장에 문제가 있었는지 얼굴이 자주 붓는 편이었다. 그래서 신장 투석을 한 지가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악화 일로에 있었던지 신장 이식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았다. 고민 중에 부인이 자기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아무리 부부라 하지만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검사해서 이상 반응이 없으면 자기 신장을 기꺼이 내 놓겠다는 거였다. 남편에게는 구세주가 아닐 수 없었다. 부처의 자비와 천사의 선심(善心)이 자리를 같이 하는 순간이었다.
인근에 살았던 박○○ 총각 얘기도 좀 해 봐야겠다. 박 총각은 술집을 자주 드나드는 한량이었다. 술집을 찾는 빈도수가 잦다 보니 거기서 만난 아기씨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무슨 콩깍지가 씌었던지 아니면, 월하빙인(月下氷人:중매인)의 측은지심이 작용했던지 속성으로 결혼식까지 마치게 되었다. ‘콩깍지가 씐 사람’은 도파민의 효력이 많이 가야 3년이라 했다.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처음에는 도파민이란 홀몬 덕분에 콩깍지가 씌어 서로의 장점만 보이던 두 사람이 3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부터 발견하지 못했던 서로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술집 아가씨는 사치에다 술만 좋아하고 실속 없이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사는 여안이었다. 구설수에 오르기 안성맞춤이었다. 남자도 실속 없는 한량이라 아내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콩깍지가 씐 것이 풀렸는지 3년이 지나고부터는 부부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어느 한 쪽이라도 져주는 체만 했어도 싸움은 되지 않았으련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부부였다. 같이 살 수 없다는 판단이 됐던지 끝내는 남남이 되고 말았다.
오늘 아침 자르기 어려웠던 한약 봉지를 가위로 잘라 냈다. 가위의 좌우 양 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서로 다른 두 날이 협력해서 한약 비닐봉지를 잘라냈다. 이와 같이 어떤 일이 있을 떼에 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이 육력동심(戮力同心)이란 걸 알았다. 가위질을 통해서 제대로 깨달은 셈이었다. 부부는 이와 같이 삶에 있어서 서로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함께 해야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고 가정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 보았다. 부부한테 어울리는 단어는 부창부수(夫唱婦隨), 일심동체(一心同體), 육력동심(戮力同心)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느질할 때 쓰는 가위의 양 날이 베어내는 걸 보고 소중한 걸 깨달았다. 가위의 쇠붙이 양날이 힘을 합하고 마음을 같이하여 천이나 종이를 잘라내는 걸 보고 육력동심(戮力同心)의 본 뜻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 어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육력동심은 우리 모두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었다.
. 두 쌍의 부부 얘기를 하다 보니 영국의 성직자 토머스 플러의 말이 떠올랐다.
토머스 플러는 말하기를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라 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한 쪽 눈을 감고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했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열심히 관찰하여 자신이 원하는 반려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서로의 선택에 의해 결혼이 성립되면 상대방의 장점에만 눈을 뜨고, 단점에는 한쪽 눈을 감고 사는 의젓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문화 가족 부부가 주는 교훈’
남편은 한국사람, 아내는 베트남 여인
언어풍속 다른데 효심엔 국경이 없구나.
두 사람이 힘을 합하고 마음을 같이하는
육력동심에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되었네.
외화내빈엔 눈이 없고 부창부수하는 여인
남편 위해 신장까지 내어 주니 보기 좋아라.
바느질 가위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깨달았구나.
세인들아, 어찌 살아야 하는지 맥을 짚어보아라.
첫댓글 진정한 사랑은 국적과는 상관이 없군요. 신장을 턱 기증하겠다고 하니 참 훌륭한 아내분이네요. 결혼 참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