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행되는 계간 '무교회'지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 한국사회가 안게 될 문제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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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간병을 논하다
白井德滿(시라이도쿠미츠)
1. 雪國에서 만난 50대 부부
작년 겨울, 동북지방을 여행하며, 언제나 도움을 받던 펜션에 머물다가 요코하마에서 차로 이불까지 싸들고 온 50대 부부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부는 매년 연말이 되면 이불을 싸들고 이곳에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고향인 雪國에는 80대인 아버지가 50대 차남과 둘이 살고 있으며, 차남은 오랜 기간 홀로 아버지를 보살펴 왔다고 합니다.
요코하마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남은 연말이면 이렇게 부부가 아버지와 차남을 찾아와, 넷이서 집도 돌보고 설날음식을 만들어 새해를 맞이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신들이 덮을 이불을 준비해서요.
간병인이 부족한 상황은 지금 온나라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간병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는 사람이 연간 10만 정도라고 합니다. '노(老)-노(老) 간병'이라는 말도 흔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2. 중증장애인을 돌보다
제 직장은 증증장애시설로, 태어날 때부터 뇌에 장애가 있어, 대부분 지적장애, 뇌성마비, 간질을 겸하기 때문에 평생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거두고 있습니다. 돌봄의 수준이 향상되다 보니, 장수하는 사람들이 늘어 지금은 60세 이상이 20% 정도 됩니다. 생활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돌봄을 받으며 60년을 산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대단한 일입니다.
도쿄에는 9개의 중증장애시설이 있는데, 약 1,300명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하는 사람들도 약 600명이나 있습니다. 순번을 기다리는 분을 모두 받아들이려면 계산상으로 2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가정에서 돌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양육자는 거의 부모로, 부모가 노인이 되어도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나라에서도 시설을 늘릴만한 예산이 없고, 건물을 짓더라도 지속적으로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현실은 이런저런 사회 지원을 받으며, 집에서 돌보는 것이 유일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 수고와 고통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3. 장수시대의 도래
인간이 오랫동안 추구했던 장수가 어느 정도 실현된 지금,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명이 늘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장수는 원래 하나님의 축복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로인해 점점 고통이 생겨나는 건 왜일까요? 복지와 간병 부분에서, 지금 개선해야 할 긴급한 과제가 셋 있습니다.
4. 격차가 많은 사회
첫째는 격차를 좁히는 문제입니다. 오늘의 일본사회는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빈곤율로는 이미 미국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1억중산층나라로 알려져 그렇게 믿었는데,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벌써 40%에 달한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들의 수입은 정규직의 50% 전후에 지나지 않고, 미혼률도 높아, 이대로 간다면 가까운 장래에 기초수급에 의지할 사람이 급증할 것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앞으로 간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급증하리라는 걸 의미합니다.
따라서 생활보호 대상자가 되기 전에 예방할 지원대책이 필요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도움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쪽에 서서 살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를 위한 정책이 지금 바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학자금 대출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없이 대학을 다닐 수 없어 이에 의지하고 있는데, 상환문제가 졸업후 큰 부담이 되는 것이지요. 40%가 비정규직인 젊은이들에게 학자금 상환은 결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성의 경우는 비정규직이 60%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혼하여 자녀양육을 해야 함에도 직장을 나가야 합니다. 일은 해야 하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쉽지않은 문제입니다. 일본이 언제부터 이렇게 생존이 어렵고, 가난하고, 빈부격차가 극심한 사회가 되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5. 어디에 예산을 쓸까
문제는 어디에 돈을 쓰는가입니다. 아베내각에서는 군사비 지출 증가가 눈에 띕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군비를 확장한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인데, 군비를 확장한다고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건 인류의 오랜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요인이 군비증강입니다. 군비지출을 늘리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챙기려는 탐욕과 이웃나라에 대한 공포와 몰이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서는 인간의 노력으로 평화가 오지 않는다고 선언합니다. 평화는 하나님의 뜻이며, 그리스도의 재림에 의해 실현된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입니다. 착취하는 자를 벌하고, 과부의 억울함을 풀어주라는 구약 예언자의 소리에 현대의 일본사회가 귀 기울여야 합니다. 군비를 삭감하여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제2의 숙제입니다.
6. 썩지않는 생명으로 사는 소망
의학의 진보는 지끔까지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늘어난 수명이 행복한 삶이 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라 생각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지상의 생명이 끝나는 날은 천국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로스도에 의해 속죄받은 생명으로 사는 신앙은, 간병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의 짐과 고통을 덜어주는 한 줄기 빛이 되겠지요. 썩지않는 생명에의 소망으로 살고 죽는 일, 이것이 장수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세 번째 숙제이며, 또한 기쁨입니다.
(秋津요양원장, 소아과 의사, 무교회신주쿠집회 소속)
첫댓글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들은 주님이 약속하신 새 하늘과 새 땅을 간절히 소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이 점점 살기 좋은 곳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다. 성경은 잠시 있다가 이 세상은 사라지고 우리는 나그네로 살다가 영원한 하나님이 준비하신 그 새하늘과 새 땅에서 살게 된다고 하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 이곳 저곳 아프고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힘들겠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은 오히려 소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