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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권북퇴 제목의 영화 및 TV드라마 포스터. 출처=바이두. 필자 제공. |
만약 ‘주먹’과 ‘다리’가 싸우면 어느 것이 이길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파워가 있는 긴 다리가 이길 확률이 높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중원을 장악한 북방민족이 지배계층으로 대부분 권력을 잡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힘의 권력이 대부분 북방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남방민족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장사’를 통해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었다. 돈을 벌어 관직을 사고, 권력을 옆에 두는 것이다.
중국에서 유명한 지역상인이 대부분 남방지역에 분포되어 있음을 봐도 알 수 있다. 상하이, 저장, 광둥의 상인과 같은 남방상인들이 지금까지 그 영향력‧응집력과 규모 면에서 북방상인들보다 높게 평가받는 이유이다.
돈 버는 장사수단도 남방계가 북방계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예를 들어 저장성 원저우 상인의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중국의 유대인’, ‘시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원저우 상인이 있다.’ 등 원저우 상인들을 일컫는 다양한 표현들이 이를 웅변한다.
900만 명이 넘는 원저우 사람 중 약 300만 명이 자기사업을 하며,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원저우 중심가에서 ‘왕(王) 사장님’이라고 크게 부르면, 지나가는 성(姓)이 왕(王)씨인 사람의 3분의 2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뒤돌아 쳐다본다고 한다. 규모가 크고 작을 뿐이지 모두 자기사업을 하는 사장들이다.
중국서점에 가보면 원저우 상인들의 성공철학을 다룬 경영·인문 도서들이 한 칸을 채울 정도다. 책 제목을 보면, ‘원저우 상인들은 왜 돈을 버는가?’, ‘원저우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당신과 다르다’, ‘원저우 상인 따라 하기’ 등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원저우 상인들의 사업 성공 및 창업경영철학을 소재로 다룬 TV 드라마도 여러 편 제작되어 방송된 바 있다.
원저우 상인을 소재로 한 TV드라마와 관련 도서. 출처=바이두. 필자 제공. |
지난 5차례 칼럼을 통해 다양한 중국 남방과 북방 비즈니스의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했다. 중국은 지역적 방대함으로 인해 각기 다른 지역적 비즈니스 특징을 가지고 있고, 56개의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진 다민족 국가임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중국도 지역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도 존재하는 지역감정이 중국처럼 크고 다양한 국가에서 없을 수 없다. 단지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 사회를 촘촘히 들여다보면 각 지역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어느 지역 사람들은 어떤 특징과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지역상인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에 있어 기술적인 접근법보다 중국지역 비즈니스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제 말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중국 친구가 있다’는 표현보다는 ‘상하이 친구 혹은 산둥 칭다오 친구가 있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표현이 향후 중국 사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