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가에서 >
한 걸음 더 오르고 싶은데 길은 이미 끝나고
여기,사람이 지은 집 바람이 사는 집 있어
바람이 바람을 불러들여 몸을 섞으며 사르르 씨앗 몇 톨 쏟아 놓는 곳
찢어진 문 틈으로 드러난 사랑놀이에
쓸쓸함을 사루던 홍시 좌르르 붉은 한숨 끝내 쏟아 놓는 곳
이제 내려놓고 싶은데 길은 예서부터 시작되고
여기,사람이 버린 집 바람과 더불어 허물어지는 집
나와 함께 지워지고 싶은 집 있어
<글 가장자리에서> 더 오르고 싶은데 내게 허락된 길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모오든 것 여기에 내려놓고 싶은데 바로 여기서부터 길은 시작됩니다. 물론 내리막 길이지요.
저토록 무너져가는 폐가에서도 새 생명의 꿈틀거림은 있었고 서서히 무너져 가는 내 몸안에서도 생각과 생각이 만나 어린 생각을 낳습니다.
어쩌지요. 갓 태어난 어린 생각 때문에 참 심란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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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빛내음의 맑은 생각 원문보기 글쓴이: 물빛내음-한근식
첫댓글 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오를 곳 이곳 다 인가 팔을 들으면 저별 잡아 오를까 했는데 어절 수 없이 낡은 집 걸머메고 하산 길을 재촉하네 돌 뿌리에 채이고 이리저리 부딪친 상처투성이인 이 몸으로 낡은 집 내려놓고 주저앉자 잔바람에 땀이나 식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