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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글) 오태규(소설가)
전라남도 순천 출생.
조선대학교 법학과 졸업.
문교부 시행 고등학교 교원 자격 검정고시 영어과 합격.
순천고, 순천대, 단국대 등에서 영어 강의.
1982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창작집 『해동머리』, 『물방울 하나의 기록』, 연작장편소설 『우시아로 가는 길』, 장편소설 『친구 줄리앙』, 『광장의 눈』 , 수상록 『클럽방문기』 등 출간.
. 목차
작가의 말
‘아고니스트 당신’은 MB가 2008년 집권하자마자 내가 쓰기 시작한 일종의 난중일기(亂中日記)다. 10여 년 동안, 일테면 2017년 박근혜 정권이 붕괴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까지 매일같이 일어났던 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질풍노도시대’(疾風怒濤時代)를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낱낱이 증언해 놓았다. 오랜 고심 끝에 A4용지 3213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기록을 1년씩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서 열두 권을 차례차례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소설은 인내요, 시는 영감이요, 일기는 직관이었다. 나는 한사코 일기체로 글을 썼다. 일기는 직관이 논리와 형식 속에 숨어버리지 않고 내 생각과 느낌을 솔직히 털어 놓을 수 있고, 마치 환을 치듯이 사실에는 책임지지 않고 느낌에 보다 충실한 말을 쏟아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자조문학(自照文學)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아고니스트 당신’이란 제목을 붙여놓자 부쩍 용기와 의욕이 샘솟았다. ‘아고니스트’(agonist)는 경연(競演), 갈등, 투쟁 등에 투신한 사람이나 문학작품의 주인공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내적 갈등으로 고뇌하는 사람’(a person who is torn by inner conflict)이란 뜻으로 썼다. 가장 위대한 아고니스트는 예수였다. 겟세마네에서 그의 고뇌에 찬 기도는 핏방울이었다.
내 글이 가끔 서사와 맥락이 없고 태깔만 고운 ‘추상덩어리’로 변질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자신이 시대와 인간에 대한 불평이나 터뜨리는 ‘게정꾼 혹은 싸움닭’으로 전락한 사람으로 느껴졌을 때 나는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작가 의식은 기를 쓰고 인간과 사물에 반응했고, 이를 악물고 기록했다. 가장 하찮은 것, 가벼운 것, 발칙한 것, 어설픈 것, 맞갖잖은 것에서도 삶의 가치와 의미는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 살아 있는 역사적 증언이 소중한 ‘인간의 정신적 유산’으로 영원히 살아남기를 몽매에도 기원하고 있다.
작가가 성공하기 위해선 prodigy(재능) path-breaking(독창성) patron(후원자)등 3P가 필요하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연비연비(聯臂聯臂)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기 바란다. 그동안 오로지 글만 쓸 수 있도록 나를 헌신적으로 도와준 아내 조정애 시인과 파리에서 10년 동안 ‘예술치료’를 공부하고 돌아와서 이젠 출판사를 차려서 ‘아버지의 책’을 내는 데 발 벗고 나선 딸 오나용에게 새삼 가족의 고마움은 느낀다. 이 책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는 ‘아고니스트 당신’을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썼던 프롤로그와 책 끝에 붙인 발문을 소개함으로써 대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