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국공예관 한지공예교실 ‘한지랑’-오렌지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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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관 한지공예교실 ‘한지랑’

‘천년 잇는 한지, 단풍보다 고운 자태를 뽐내다’

실바람에도 수줍게 흔들리는 한지는 연약하게 보이지만 천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공예품의 한 재료다. 한지를 여러 겹으로 붙이면 튼튼한 가구가 되고, 전구 위에 살포시 씌우면 빛을 그윽하게 비춰주는 전등갓도 된다. 혹은 멋스런 옷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소반이 되어 먹을거리를 담아주기도 하니 참으로 재주가 많은 재료다. 한지로 만들 수 없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건지, 한지의 변신은 끝이 없어 보인다.
 




화려하면서 담백한 한지,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워가며 자신의 일을 해 본 적이 언제였을까? 남편과 아이들은 돌보는데 하루가 모자랐던 시절이 지나고 ‘내’가 보이기 시작하는 그 때부터 담백하고 맑은 조선종이 ‘한지’의 매력에 빠진 한지랑 공예교실의 회원들을 만났다. 한지공예는 닥나무가 원료인 한지를 천연염료로 물들여 적색, 청색, 황색, 흑색, 백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여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멋을 담아 섬세한 문양을 넣어 만든다. 한지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실제 생활에 쓸 수 있으면서 집안을 화사하게 꾸밀 수 있어 인테리어를 겸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적합한 소재다. 또한 제작기법이 어렵지 않아 나만의 취미생활을 원하는 주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지랑 공예교실의 김영애 강사는 “한지공예는 가방, 옷, 핸드폰 고리 등 작은 것에서부터 장농, 반닫이장까지 생활에 쓰이는 물건들을 거의 다 만들 수 있다”며 “조상들이 전해준 전통을 이어가는 공예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실생활에 쓸 수 있어 더 좋다. 한지처럼 천년을 견디는 공예품이 흔치 않다”고 말했다.
 





직접 만드는 공예품, 수업이 즐겁다

한지랑의 수강생들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서로에게 조언을 구한다. 작품의 용도에 알맞는 한지의 색깔이나 문양에 대해 서로 묻는 것.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같은 교실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는 친근함이 더 깊어진다며, 한지를 접하면서 회원들도 서로 편안해져서 한지수업이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 뿐만 아니라 한지공예를 배우니 좋은 점이 또 있다. 직접 만든 공예품이 생활용품이 되어 집안 곳곳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의 가구들을 직접 만들어 한지공예품으로 들여놓은 김정란(50·총무)씨는 “결혼선물이나 생일선물 등 지인들에게 한지로 만든 공예품을 선물하면 무척 좋아한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선물이라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집안이 환해 졌다고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한지랑 공예교실을 이끌고 있는 김미희(57·회장)씨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회에 나갈 작품을 만들 때는 밤을 새우며 만들다가 새벽까지 겨우 완성해서 제출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힘들었지만 끝까지 완성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남편이 적당히 하라고 말리기도 하지만 상을 받았을 때 같이 기뻐해 주고 격려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지랑 공예교실의 수강생들은 한국공예관에서 모집한 한지공예기초반에 입문해 7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공예비엔날레의 전시를 비롯해 ‘전통공예대회’등 전국대회에 출전하면서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해 이제는 초보를 넘어서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는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지공예를 가르쳐 주는 봉사도 맡고 있다고. 금요일마다 한국공예관에서 한지공예를 배우고 있는 장초월(34·중국)씨는 “그동안 보석함도 만들고 접시, 인형 등 여러 가지를 배워서 만들었다. 한지공예품은 색깔도 예쁘고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서 빠지지 않고 오고 있다”며 “한지를 만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르쳐주는 분들에게 무척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부드러운 한지의 결을 살려 작품을 만드는 한지랑 공예교실 수강생들은 한지만큼 고운 인생의 결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