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암벽반 29기 선나리입니다.
예비30기 노용호님보다 늦게 후기를 올리게 됐네요.
음... 마치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이 된 느낌입니다.
(정말이지, 4월ㅠㅠ 너무 바빴어요..)
4주차 숨은벽은 작성해놓은 후기가 조금 있는데
졸등은 기억이 증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72AF345912FC5F1F)
아마 졸등 당일 인수봉 정상에서
기쁨의 셀카 찍다 모든 기억이 사라진 듯 합니다..
(등반중에 사라진것 같기도 하고요ㅋㅋ)
암벽 손자리 더듬더듬 잡을 곳 찾듯
첫주부터의 기억을 더듬더듬 살펴가며 쓰겠습니다.
몰아쓰는 일기 후기가 될거같네요.
편하게 썼습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1주차 수락산
출발
교육첫날이였던 만우절.
전날 종일, 하염없이 내릴것 같던 봄비는 거짓말처럼 그치고
설렘보다 두려움이 약간 더 큰 마음으로 맞이한 교육 첫날.
(비가 그치길 바랐다면 아마도 그건 거짓말일거예요...)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고 김밥을 사고 암장으로 가니
삼삼오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자마자
빈차에 타라고 알려주시는 선배님들.
차에 올라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출발!
내가 꼴찌로 온걸까? 다들 나를 기다렸나?ㅠㅠ 싶은 순간
혹시 오지 못한 교육생이 있는건 아닌지 찾으시는 유쌤의 단톡방 카톡.
모두 모여 다 함께 출발하지 않고
차량인원에 맞춰 탑승하면 바로바로 바위로 달려가는구나-
출발시간에만 맞춰 나온 해맑은 교육생은 잠시 반성mode.
재승선배님의 차를 타고 능무선배님, 그리고 수현선배님과 함께 수락산으로 향했다.
수현선배님과 능무선배님은 암장에서 종종 뵈었던 지라
(암장 오며가며 나눈 대화가..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밖에는 없었지만)
괜시리 반가웠다.
어프로치
모든게 어색하다.
아직 배송 전이라 빌려입고 온 훌렁훌렁한 남편의 등산 바지도,
유서깊은 헬맷이라며 꼼꼼히 손질할것을 당부받은 골동품 같은 아빠의 빨간 헬맷도.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차량의 일행을 따로 챙길것 없이
바로 목적지로! 직행하는 것도.(ㅋㅋ)
막상 수락산으로 향하는 길에 오늘 오를 바위를 보고 또 산에 오르니,
두려움보다 설레임이 조금씩 커져갔다.
저질체력으로.. 숨이 차 빌빌거리기 직전에 나타난 뿅! 하고 나타난 내원암.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30분 좀 더 걸린 듯 하다.
'엇, 그래도 이정도면 다닐만 한데?' 라고 생각했던건
경기도 오산쯤이란걸 4주차 북한산 숨은벽에서 깨닫기까지는 3주가 걸립니다
어쨋든 도착. 이제 진짜 암벽이구나!
이론교육
바로 출발~ 도착후~ 바로~ 산으로 향했듯,
선배님들은 도착하자마자 어느새 장비를 착용하고
빠르게 바위에 오르신다.
아아. 바위가 선배님들을 부르고 있었구나..
그래서 이리 서둘러 온 것이구나..
(교육을 위해, 루트 확보를 위해 줄을 깔아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해맑은 교육생mode2)
그사이 유쌤이 이론교육을 해주신다.
쌤이 꼭! 필요한것만, 꼭! 알아야하는것만 알려주는거라고
그러니 지금 이야기하는건 기본적으로 다 알고있어야 한다고
이것저것 말씀해주시는데... 말이죠
눈은 자꾸 바위에 붙은 선배님들에게로 간다. @@
잘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겠지?
근데 자꾸 손에 땀이 차네.
이론 교육이 끝나고, 유쌤이 조를 짜주셨다.
수현언니랑 상아와 같은 조.
같은 조원들이 돌아가며 등반/빌레이를 봐주는 시스템인가보다.
누가먼저 올라갈꺼야? 라는 선배님의 물음에... 셋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키 큰 순서로 올라가라는 윤명선배님의 말씀에(왜죠!!!ㅠㅠ)
1등으로 매듭을 묶는다.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은 어느새
할 수 있을까로 바뀌어 있었다.
등반
출발! 을 외치고 딛은 첫 발.
그.런.데
.
.
.
.
.
.
.
![](https://t1.daumcdn.net/cfile/cafe/226D1E33591300A41E)
잡을게없다!!!
정말이지 놀랍도록...
매끈매끈 아주 그냥 찰지게도(..) 생긴 바위.
잡을 곳이 없고, 잡을 곳이 없으니 디딜 곳도 없고.
아핳하하하하 왜 하필 일등으로 마음의 준비할 사이도 없이
으헣허어ㅓ오갈곳이 없네 아핳하하(라고 아마도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던 사이 저 위 바위에 매달린
능무선배님과 진영선배님의 응원의 소리가 들린다.
"잘하고 있어!"
"허벅지랑 발 끝에 힘을 주고, 발을 믿고!"
"발끝을 11자로 하고!"
문득, 정신이 든다.
마냥 매달려 있을수도, 기다릴 수도 없고.
이렇게나 응원해주시는데, 내 다리를 한번 믿어보자! 라고.
용기를 내 한발한발 딛고 나니
또 한번의 만우절 거짓말처럼... 잘 올라가지네?!
발 끝을 11자로하고, 허벅지와 발 끝에 힘 뙇!! 주고 올랐더니
안미끄러지네? 어라?
할 수 있구나!
여차저차 첫 등반을 마치고 나니 두번째는 처음보다 더,
세번째는 두번째 보다 더 수월해 졌다.
밟을곳을 잘 못찾아 머뭇머뭇 거릴때마다 정훈선배님과 윤명선배님께서
발자리를 차근히 알려주셨고,
제영선배, 능무선배, 진영선배께서 교육생들 겁먹지 않게
바위위에서 맞아주셨기 때문에 점점 더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었다.
빌레이
등반만큼, 아니 등반보다 더 떨리는것이 있었으니..
같은 조원의 빌레이를 봐줘야하는것!
얇디얇은 이 줄 하나에 의지해
나를 믿고 오르고 있을 한 생명(!!)을 생각하니
자일을 쥐고있는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의식하는 순간, 등반보다 빌레이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긴장한 탓 그리고 첫 등반이라 등반 시간이 좀 소요되고 요령이 없는 탓에
팔은 등반했을때보다 더, 암장 운동을 했을때보다 훨씬 더! 아파왔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무사히 완료를 하고
하강까지 마치고 나니
손바닥이며 손톱밑이 새까맣다.
손톱밑 때라니... 허허 빌레이장갑을 사야겠다
헬기목격
세번 즈음 올랐을까. 왼편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우리팀 사람은 아니겠지.웅성웅성.
그런데. 함께 온 선배님이라고..
저 먼 익산에서, 첫 교육을 함께 하려 달려와
교육생들 사진도 찍어주시던 근진선배님이라고.
유쌤과 선배님 몇분이 가셔서 떨어진 선배님을 넓은 장소로 옮기신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계속되는 등반.
이후로 어떻게 올랐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몇몇 구조대가 도착해 선배님을 들것에 싣는 듯 하더니
헬기를 기다리나보다.
그런데, 헬기가 늦어도 너무 늦는다.
부른지 한참을 지난것 같은데 왜 아직인지.
마음을 졸이다 점심을 맞고, 밥이 코로 넘어갔는지 입으로 넘어갔는지 모르게
비워버리고도 한참을 기다린 끝에 (체감으로는 왜인지 3시간쯤..)
곧 헬기가 온단다.
바람이 거세 이것저것 많이 날릴 수 있으니 준비를 단디 하라고.
가방을 추리고 타프를 정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저 멀리서 헬기가 온다.
헬기가 저-기서 오는데,
오는데,
오..! 왔는데!
!!!!!!!지나갔다!!!!!!!!!!
..아마 우릴 못보고 지나쳤나보다..
뒤늦게 구조탄을 치고, 치고, 또 치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85538591303A618)
헬기가 저 멀리서 오는게 보일 즈음이 바로 구조탄을 쳐야하는 타이밍인것..
다행히 헬기는 구조스팟을 찾았고, 무사히 선배님을 싣고 떠났다.
그 뒤로 진행된 오후 교육내내 마음은 뒤숭숭.
얕은 줄기의 봄비가 내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첫교육은 마무리 됐다.
계획은 그랬습니다.
오늘 밀린 일기 후기를 다 써버리자..!
살면서 써본 후기라고는
쇼핑몰 후기 100자 정도가 전부였는데(...)
제 안의 후기 본능 이란것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더듬더듬 더듬다 보니 계속해서 나오는것...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2EF335912FBE10B)
첫주_후기밖에_못썼네.jpg
다음을 기약하며
첫주 교육 후기는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후기라기에는 민망하지만요..
첫댓글 적절한 삽화(?)의 배열이 후기의 맛을 더해주네요. 생동감있고 재밌어요~ ㅎㅎㅎ
삽화빨(!) 좀 받아봤습니다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재밋네 ㅎㅎ.
다음편도 부탁해^^~
후기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이미 기억저편 희미해져버린 졸등까지 후기로 마무리 하도록! 노오력하겠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틈틈히 쓰는데 진도 안나가네요 ㅋㅋ 언제 다쓸런지 모르겠네요 ㅎㅎ
저도 틈틈히 써보려했으나 실패..ㅋㅋ 어제 맘 잡고 회사에서 썼어요. 그래서 왜인지 야근아닌 야근을 했다는ㅋㅋ
후기 너무 재밌어요. ㅋㅋ
졸등까지 재미있게 잘 부탁드립니다. 👍
인수b 한 피치 끝날때마다 메모리가 리셋 되었지만ㅋㅋ 졸등 후기까지 꼭남길게요!
우왕 나리씨 적절한 짤이 너무 재밌네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점점 후기압박이....
적절한 짤을 찾아 헤맸는데 덕을 보는군요ㅋㅋ 쓰다보니 자꾸만 개그욕심이...
절망스런 웃음소리 음성지원 되네.ㅋㅋ
아주그냥 짤 부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