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야경에 취하다.. 홍성(보령) 오서산 백패킹 산행 2016.2.27~28

[윤우로]

이번 겨울 마지막 설중산행을 하기 위해서 오서산쪽으로 코스를 잡는다.

요즈음은 강원도보다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충청이남 쪽이 눈이 자주 오기에 계획을 했는데, 마침 떠나기 하루 전인

금요일날 눈 예보가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홍성과 보령에 위치한 오서산(7891m)은 서해에 접한 산 중에서 가장 높아서 어민들에게는 등대산이라고도 불린다.

남북으로는 긴 능선을 이뤄 서쪽이나 동쪽에서 보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빼닮았고, 비고(比高)가 높아 매우

웅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닷가에서 곧장 솟아오른 800미터 가까운 산체는 강원도 내륙 고지대의 1천3, 4백급

고산과 맞먹는 덩치이다. 또한 장쾌한 능선에 퍼져있는 억새밭과 서쪽으로는 바다가 아련하고 동쪽으로는 홍성과 청양

일대의 농촌이 아늑하게 펼쳐진다. 

* 상담 - 정암사 - 오소정 - 오서산 - 내원사 - 쉰질바위 - 임도 - 정암사

전에는 상담주차장에 차를 놓고 걸어서 정암사까지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정암사 아래 간이주차장에 차를 놓으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전에 와보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침까지 눈이 왔다고는 하나 눈은 이미 다 녹았는지 주변은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왼쪽부터 샘지기님, 백호님, 날개님, 채송화님, 노을님.

정암사 오르는 길.

삼족오 민족정기가 깃든 천년고찰 오서산 정암사.( 백제 성왕 담욱율사가 창건)

정암사에서 오름길은 1600여 계단을 오르는 가파른 길이다.

1시간여 올라 첫번째로 나타나는 전망대가 오늘 우리가 하룻밤 묶어가며 신세를 질 곳이다.

우리 인원이 딱 들어갈 공간이라 거의 맞춤형이 되었다.

더 올라가면 능선상에 오소정이라는 곳이 넓기는 한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자칫 시끄러울 수 있기에 조용하고

우리만의 공간이 더 좋을 듯 싶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아늑한 공간에서 자연을 벗삼아 한잔하는 맛이란..

푸짐한 돼지목살과 오리고기를 안주삼아 샘지기님이 가져 온 삼지구엽, 하수오 등 약술을 마시니 가히 신선이 부럽지

않을 지경이다. 이 느낌을 어찌 필설로 다하리요..

한 번도 양조되지 않은 술을 마신다

이슬방울을 국자로 퍼올려서 큰조끼로

서해바다에 있는 어떠한 큰통도

그와같은 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공기에 취한 나는

이슬의 난봉꾼이다

끝없는 겨울날 내내 비틀거리면서

빛나는 하늘의 주막집에서

주인이 꽃에 취한 벌을

쫓아낼때

디기탈리스 꽃에서

나비들이 한모금 마시는 것을

포기할때

나는 그만큼 더 마실 것이다!

요정들이 눈처럼 흰 모자를 흔들때까지

천사들이 창문으로 달려올때까지

작은 술꾼을 보기위해

달을 향해 기대서서 <에밀리 디키슨> 

술에 취해, 야경에 취해, 자연에 취해 아름다운 밤은 흘러간다.

홍성, 광천읍의 찬란한 야경. (소니 NEX5T, SEL20F28, S30", F/4, ISO-100)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오전 8시30분에 정상을 향해 출발하다.

날씨는 흐리지만 전망이 트이면서 오서산에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오서정.

오서정에는 역시 백패커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번에도 어떤 팀인지 밤새도록 떠들어 잠을 설쳤다고 밑에서 자고오기를 잘했다고 한다.

오소정을 뒤로하며 억새가 휘날리는 능선길을 걸어 정상으로 향한다. 

억새가 휘날리는 오소산 주능선길.

너를 보고 있으면

나도 흔들려도 될것 같아

바람이 불면 바람처럼

비가오면 내리는 비처럼

흔들려도 괜찮을 것 같아

흔들려도 흔들리면서도

네품은 따스하게 살아

새들의 젖은 날개를 털어주고 있잖아

그리움에 문을 밝힌 새떼들이

길을 만들어 날아 오르잖아

너에게 몸을 맡겨 흔들리다보면

몸이야 흔들리든 꺽이든

마음만은 끄떡없이 지켜낼 수 있을것 같아

바람 속에서도  고요히 마음을 누이는 법

알게 될것 같아. <김청미>

오소산 정상에서..

내원사방향 내림길은 아직 잔설이 남아있다.

날개님 아이젠 안차고 가다가 미끄덩~^^

임도로 내려서서 내원사를 지나 쉰질바위쪽으로..

쉰질바위 아래 작은 굴.

쉰질바위 전망대에서..

12시경 원점회귀로 산행을 마치다.

광천읍으로 와서 오징어순대와 해물칼국수로 오붓한 점심을 하고..

이집 명가해물칼국수는 발명특허를 받은 특별한 칼국수라 맛이 각별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눈이 펑펑 쏟아진다.

그리고 주위는 금새 하얀 설국으로 변한다.

정작 산에서는 눈을 보지 못했는데 내려와서 보는 눈이라 아쉬움은 남았다.

하루만 더 일찍 내렸어도..ㅎ    

이번 겨울 마지막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것 같다.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은 매우 중독성이 강한 측면이 있다.

인간이 태고적 원천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적인 감각 같은 것..

일상에서의 단조로움을 벗어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함께해서 더욱 아름다웠고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은 노을님, 샘지기님과 공유하였습니다.)

* p.s. 매년 '바림의 시인들' 동인 활동을 해 오신 백호님이 이번에도 시집을 내셔서 한권씩 받았습니다.

  감사를 드리며 내용 중 작년 북알프스때 추억의 시를 한편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