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 shouldn't doubt about our commitment. Our commitment is ironclad and unbreakable."
지난 10월 18일에 있었던 기자들과의 관훈토론회에서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유일하게 3번이나 반복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왜 이런 말이 대사의 입에서 나왔는지 알만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월드리포트] 핵우산, 믿을 수 있나…핵무장은 불가능?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00862&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미, 핵우산 재강조…"핵 포함 모든 능력 동원"
사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전부터 적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은 점점 실체화 하고 있는데 반해 핵우산 공약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북미, 남북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중단됐던 확장억제전력협의체의 재가동을 미국 측에 요구>하면서 다시 협의가 시작됐습니다.
---> 그 누구보다도 친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막상 미국의 공약commitment를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매우 눈에 띄는 조치들을 윤석열 정부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F-35의 엘리펀트워크, 우리측의 B-52 순시, 로널드 레이건의 부산 입항 및 동해에서의 훈련을 말이죠.
우리 목소리 반영, 협의 체계화…비물리적 타격도 논의
핵우산 공약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이 핵우산을 작동 과정에 과연 우리가 얼마나 관여할 수 있느냐 입니다(남의 핵무기에 대해서 뭔소릴 하는겨???). 위협이 눈앞에 닥쳐도 그저 미국이 뭔가 해주기만 바라고 있어야 하는 식의 공약이라면 그저 공약(空約)에 그칠 수 있습니다. 우리 측 고위 당국자는 바로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협의에서는 원론적 논의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북핵 대응 방안을 몇 개 분야로 나눠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중략) 우리의 요구 사항을 미국 측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물론 핵 우산 작동 과정에서도 우리가 직간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핵우산 문제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가장 근본적인 의문, 즉 미국 본토가 공격당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과연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내놨습니다. 미국 측이 이번 협의를 계기로 방문한 우리 대표단을 미사일 방어청으로 초청해 미군의 본토 방어 능력을 브리핑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미 본토를 향한 공격이 실행된다 해도 충분히 막을 능력이 있는 만큼 미국이 확장억제, 즉 핵우산을 제공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 만약 이러한 보도내용을 간주한다면, 이 단락에서 우리는 현 정부의 미국에 대한 불신을 읽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불신이 점점 선를 넘는 언행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까지.
한미 양국은 이런 논의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고위급 확장억제협의체를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북한의 태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이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서는 협의를 정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일부에서 이미 군사동맹이 작동하고 있는 마당에 옥상옥 같은 이런 협의체가 과연 필요하느냐, 보여주기식 이벤트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 측에서도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우리 대표단에게 시간을 낸 걸 보면 한미 양측이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회의가 정례화된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화"로 보일 여지가 있습니다. 눈에 띄기도 하구요. 그러나 정례화가 아닌 실무진 사이의 상시화된 커뮤니케이션에서야 말로 진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은밀하니 무엇이든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조율 할 수 있으니까요.
---> 그런데 지난 3년간 문재인 정권에서는 왜 EDSCG가 개최되지 않았을까요? 그떄는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공되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진 않았습니다. 미국은 지난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도 확장억제에 대한 공약을 했으니까요.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굴종하여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태업했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권은 확장억제에 대해서 미국이 제공하는대로 그냥 냅두는 방관적 태도를 취했다. 마지막 하나는 문재인 시대의 확장억제협의체는 정례화되지 않고 상시화되었을 뿐이다.
--> 아무튼 간에 올해부터 고위급 EDSCG는 한미 양측의 공감대가 있어 매년 정례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맥락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차원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대북안보태세를 원하거나(그렇다면 지금 미국이 제공하는 대북안보태세에 대한 불만 혹은 불신이 있다는 뜻이겠죠) 국내에 보여주기 위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한 키 플레이어이자 세계전략상 중요한 파트너와의 - 정권교체와 상관없는 -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기꺼이 눈에 띄는 조치들을 취해준 것입니다.
핵우산 공약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이번 협의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성과가 작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자들 설명도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미국의 핵우산 공약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이번 협의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협이 현실화 됐을 때 미국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 골드버그 대사는 이런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Nobody shouldn't doubt about our commitment. Our commitment is ironclad and unbreakable."
그럼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들은 한 고위 당국자의 설명대로라면 이 역시 무망하기는 마찬기지입니다. 설사 한반도에 핵미사일을 다시 갖다 놓고 독일 전투기에 미국의 핵미사일을 달아 놓는다 해도, 결국 그 핵무기를 쓰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핵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미국에게 중요한 건 정말 핵을 쓸 마음이 있느냐는 거지, 핵무기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두느냐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체 핵무장은 불가능한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 안보를 다른 나라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건 불안한 일입니다. 핵무장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싱크탱크에서 한국 핵무장 시나리오가 언급된 적도 있습니다. 인도나 파키스탄의 전례를 보면, <자체 핵 개발 → 국제 사회 제재 → 제재 해제 →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 획득> 방식이 가능합니다. 핵심은 제재 해제인데 이는 강대국과 이해타산에 맞을 경우에 한합니다. 인도도 핵 무장 뒤 미국의 제재를 받았지만 역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제재가 풀렸습니다.
---> 물론 지금 현재의 한국은 안보에 있어서 미국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큽니다. 특히 ISR분야에서요(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ISR역량이 생각보다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부분들은 우리의 국방력은 손에 꼽힙니다. 당장 내일 전쟁이 일어났을때 동원체제를 가동할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얼마되지 않으니까요.
--> 그리고 무엇보다 위에서 표시한 문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결국 핵은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게는 핵이 있고 우리는 없으니 결국 우리의 안보는 미국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문장구조니까요. 하지만 안보태세는 핵으로만 유지되지 않는 것이고 핵에 대응하는 수단도 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nuclear umbrella가 왜 extended deterrence라는 용어로 바뀌었는지 우리 모두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복잡한 국제관계를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당장 우리 내부 사정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지만 제재로 교역이 막힐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얘기입니다. 핵도 무섭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게 끊기는 게 핵보다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 상당수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핵무장에 나서고자 할 경우 국민 분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똘똘 뭉쳐 핵 보유를 주장해도 견디기 힘든 판국에 내부 분열까지 더해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 일단 국민분열 운운하는건 사족이 너무 길어져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예전에 제가 항모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을때 쓴 문장을 다시 활용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핵을 가지지 않는데에 소요되는 비용이 있지만, 핵을 가지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있다.'라고 말입니다. 단순히 돈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 말입니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핵을 가지냐 마느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건 핵을 가졌을때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과 구상을 가진 뒤에야 핵무장을 주장하든 추진하든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핵을 상대할 수 있는 수단은 핵밖에 없으니 핵을 가지자'라는 발상은 '북한이 SLBM을 보유했으니 우리도 핵잠수함을 보유하자'라는 주장만큼이나 1차원적인 사고입니다. 그것도 스턱스넷으로 이란 핵시설을 망가뜨리는 extended deterrence의 시대에서는 더욱 1차원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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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미동맹은 혈맹이다"라느니 "우리는 한미동맹을 신봉하지만 너희들은 아니다"라는 가식내지 착각을 앵무새마냥 지저귀기보다는 차라리 솔직해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혈맹조차 확실히 믿지 못하겠다. 우리는 더욱 확실하고 확실하고 확실한 징표들을 원한다"라고요.
차라리 그렇게 말하는 편이 좌파니 우파니 뭐니 하는것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와 대화의 여지를 확장시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