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욕망으로 인해 괴로움이 생긴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나쁜 경험을 하면 좋은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좋은 경험을 하면 더 좋은 경험을 하고 싶고, 이 좋은 경험이 끝날까 봐 두렵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욕망을 어떻게 수행으로 다스릴 수 있을까요?”
“욕망이 충족이 되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은 것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도 없고, 이루어진다 해도 또 원하는 것이 더 커지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고, 기분이 나쁠 때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분이 좋고 기분이 나쁜 것으로 행복과 불행을 삼는다면 우리는 행복과 불행을 계속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분이 좋은 것과 기분이 나쁜 것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반응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기분이 좋은 것으로 행복을 삼고, 기분이 나쁜 것으로 불행을 삼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기분이 좋다고 해서 그것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것을 행복으로 삼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조금 지나면 그로 인해서 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좋다고 지나치게 들뜨지 말고, 기분이 나쁘다고 기분을 가라앉히지 말고, 항상 평정심을 유지해 나가야 겁니다. 기분이 좋으면 ‘기분이 좋구나’,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입니다. 북을 치면 소리가 나듯이 기분이 그렇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기분에 들뜨거나 가라앉거나 하면 결국은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안 된다든지, 기분이 좋으면 괴로움이 올 거니까 두렵다든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질문자가 지금 관점을 잘못 잡은 것입니다. 기분이 나쁘면 나쁜 줄 알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줄 그냥 알 뿐입니다. 기분을 거부하지도 말고, 기분에 집착하지도 말라는 겁니다. 즐거움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질문자가 말하듯이 즐거움에 집착하면 다음에 괴로움이 또 일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려워한다는 것마저도 즐거움에 집착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래야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런 판단과 의도를 가지는 게 아니고 그냥 기분이 좋으면 ‘기분이 좋구나’,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약간 들떴다가 바로 평정심을 유지하게 됩니다. 우리의 카르마에 따라서 기분이 좋고 나쁨이 일어나기 때문에 카르마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거예요. 카르마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와 해탈입니다. 마음이 고요 적정한 상태, 즉 들뜨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가 바로 열반입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자유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