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부천 종합운동장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1971년 돼지띠 모임 piglet 피글랫이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날, 푸짐한 간식에 소곤대는 정감어린 대화들이 지나가는 동호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piglet은 71년생 돼지띠들의 애칭이다. 만화 영화 곰돌이 푸의 주인공 이름에서 빌려왔다. 잘 다듬어진 세련된 몸매부터 건강미까지 피글랫 회원들은 50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모임은 10년 전 조성자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창단했다. 초창기에는 회원 수가 그리 많지 않았으나 현재 48명이 활동 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이다 보니 모임 날짜를 정하기가 수월하지 않으나 문제 될 것이 없다.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몇 몇 날을 선정해 투표를 한다. 모임 장소도 마찬가지다. 주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나지만 회장의 재량에 맡길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개성이 강하지만 뭉치면 순해지는 것이 피글랫 모임의 최대 강점이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논의할 때도 고문단이나 회원들 다수가 원하는 대로 따른다. 서로 거리낌 없지만 늘 상대를 먼저 배려한다. 대회 출전하지 않는 친구들은 대회에 나가는 친구들을 위해 모임 날짜를 양보한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돈독한 만큼 서로 서로 신뢰가 쌓이는 모임이다. 그래서 부산에서도 철원에서도 멀다 하지 않고 더 찾아오는지도 모르겠다.
임원은 한 사람. 회장이 총무 역할까지 모두 다 한다. 회장의 임기는 1년. 초대 조성자 회장을 시작으로 10번째 회장을 맡고 있는 천선희 회장을 만났다. 천 회장은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회원 수도 많아졌지만 국화부 5회 이상 우승한 슈퍼도 많아졌다”며 “회원들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간식을 회비로 따로 챙기지 않아도 매 번 넘치도록 준비해 와 항상 풍요롭다”고 전했다.
게임 방식도 평화롭다. 실력의 차이가 있으나 늘 다채로운 경기를 통해 친목을 도모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 년 연말에 특별한 이벤트 경기를 했다. 그리고 각자 정성이 깃든 선물 하나씩 포장해서 친구들에게 주는 것이다. 일종의 마음을 주는 것만큼이나 귀한 선물을 받은 친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인정해 주는 피글랫 친구들은 전국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모임을 주선해 그 지역에서 임원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회비는 1년에 12만원. 매 번 모여서 회비로 식사하고 찻집에 가도 늘 여유가 있다. 그래서 14K로 앙증맞은 라켓이나 피글랫 모형의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회원들이 똑같이 하고 다닌다. 2년 전 회장을 맡았던 신숙이는 “대회 출전하다보니 같은 취미를 가진 동갑내기 친구들이 든든한 힘을 실어주는 응원군이 되어 좋았다”며 “전국 곳곳의 친구들끼리 운동하고 자녀 교육부터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힐러가 되었다”고 했다.
인간관계는 상호활동으로 한쪽의 열정만으로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감정이라는 계좌에 저축하듯 회원들 서로가 쌓은 믿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좋아지고 단단해 지는 것이다. piglet 모임이 바로 그렇다.
글 사진 송선순 사진 일부 피글랫 제공
역대 회장단들 (piglet창단- 2013년 중반)
초대 2014년회장ㅡ조성자, 김수진, 최원희,정은주, 최미경,유선미,한형숙,신숙이, 장현정,현재 천선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