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뒷방지붕과 창고지붕 사이 벌어진 틈 속에
몸을 푼 고양이가 있었다.
양철지붕 위에 누가 우당탕탕 거린다
올라가 보았더니 꼬물꼬물
다섯마리 새끼를 낳아 젖을 물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육점에 가서 소고기 반근을 끊고 우유 큰통 하나 사왔다.
소고기 미역국 내 생일에도 끓이지 않는데 나원참
한솥의 미역국과 우유를 먹은 고마움의 표시일까
이틀 후 아침 악 ~
댓돌 위에 머리가 없는 쥐 한마리가 놓여있었다.
얼마 전 뒷뜰에 있던 원두막이 쓰러진 자리
차를 만드는 작업실을 짓느라 공사를 하던 이들이 창고문을 열어놓고 간 사이
집 근처를 알짱거리며 다니던 고양이가 잽싸게 들어와 또 몸을 풀었다.
얼굴 반쪽이 선연하게도 다른,
내가 옛날 만화영화 아수라백작이 떠올라서 아수라라고 부르는 녀석
발효차를 만드는 도구들, 채반이며 멍석등을 꺼내려 창고에 들어갔는데
쉭 쉭 쇳소리를 내는 소리가 들려 살펴봤더니
잔뜩 경계를 하고 있는 어미와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세마리 새끼들,
아으~ 어쩌겠는가
다시 또 소고기 반근과 우유를 사와서
한그릇씩 한그릇씩 갖다 주었다.
그런데 이녀석 입이 짧아서인지
조금씩 밖에 먹지 못한다.
녹차잎을 따준다며 와있던 이들이
고양이산모 덕분에 맛있는 소고기 미역국을 다 먹어본다며
한그릇씩 배를 불렸다.
그랬는데 엊그제는 아니 세상에 별일도 다 있지.
어미가 마침 앞 마당으로 나와있길래 먹이를 주려는데
슬금슬금 다가 오더니 꼬리를 바짝 올려들고
내 등뒤로 다가서더니 몸을 부벼대는 것이 아닌가
지금껏 곁 한번 주지 않던 들고양이였는데 아니 이런 일이 ㅎㅎ
그랬는데 엊그제도 또 한번 그러더니
어제는 먹이를 먹으려 다가 오다가
냄새를 맡은 다른 고양이들이 마당으로 모여들자
그 고양이들을 보며 냐옹냐옹 거리더니
또 내 등 뒤로 다가와 몸을 한바퀴 비벼대는 것이다.
마치 그 고양이들에게 나는 이 사람과 이런 사이다.
뭐 꼭 그런 큭큭 ^^
차차차가 지났다
찻잎 따느라 고맙고 수고로운 손길들에
비록 적은 양이나마 첫물녹차를 나눌수 있어서
그나마 미안함을 덜어본다.
뒷뜰 별체 당호를 한소헌(閑召軒)이라 지었다.
한가함을 부르는 집이라는 내 욕심을 조금 얹어보았다.
거기 그대들이 한잎 한잎 따며
미소를 띄웠던 평화로움이,
우주의 고요 한 점 마음의 점 한 점이 익어가고 있다.
그래 삶의 자리마다 어찌 꽃 아니겠는가.^^
첫댓글 올해 읽은 가장
감동적인 악양편지...
자간 사이마다
따뜻한 정이 묻어나
눈물이 글썽 ! ^^
놓고 간 바지는 안녕합니다요~^^
다보인다! 차차차 작업을 다 마치고 나면
한소헌(閑召軒) - 한가함을 부르는 집
별채에 죽부인을 들이고 뒹글뒹글 한가로움을 즐기시겠찌?^^
대돗자리와 부채와 한 권의 책과
그리고
스르르르 밀려올 낮잠 친구도 부르시고...
이분과?^^
@플로라(徐喜淑) 사모님~~~^^
군자의 즐거움은
한가함 속에 있는 법
차가 익어가는 시간
시가 익어가는 시간
그리고
꽃이 피었다 지는 시인의 공간
묵묵히 내려다 보며 미소 지으리
한소헌!
내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아주 잠깐 머물렀던 이파리여, 훌륭한 차가 되어주기를 ......
시인님 편지에 다시금 힘내어...
자리마다 꽃~!
텅 빈
그래서
무엇이든
거기서 부터
시작할수 있는
한소헌
.....
이쁜 이름입니다.
듣기만 해도 한가해지는듯...♡
찻잎 또 따러 가고싶당.
어제 찻잎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3주 전 내가 만난 그녀와 아이들
고양이 생김새가 볼수록 독특해요~ 뭘좀 아는 영특한것ㅋ
저희 부부에게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그 아짐씨가 쥔 양반이 총각이라는걸 알아 삐맀그마... ^^
묘하게 생긴 얼굴이로군요
냥이가 몸을 비비는 것은 애정과 신뢰의 표현이라고~~어디선가 들었던 소리 같기도 하고
처음 따보았던 찻 잎.
행여 잘못 딸세라~ 지리산풀님께 검사 받아가며^^
여리디 여린 찻 잎을 따며, 결코 쉽지않은 과정에 경건한 맘까지 느꼈지요...시인님께 받은 차는 결코 쉬 먹을 수 있을런지....
아수라발발타! 멋진 이름이에요! *^^*
아수라발발타 덕분에 쇠고기미역국으로 몸보신하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당신 드시자고 육고기 사실 분이 아닌데 품안에 든 들고양이 산후조리차 쇠고기 끊으러가시는 모습에 참..참참...
저 고양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까,
저 고양이 전생에 내가 구했을것이야.. 그러게 덕분에 귀한 손으로 끓인 국 한 그릇 더불어 받는게지.ㅎㅎ
미역국 함께 먹던 지풀님과 여서 몸풀고싶다 고급진 산후조리받게 어쩌고 농담 나누며... 고양이를 부러워했죠.🐱
햇살의
무늬마저 한가로운 한소헌
따듯합니다
향기롭습니다
그아래 내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