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중학교 때 친구 3명이 소년원에 가 있었는데, 한 명이 오늘 출소했다는 말을 갑자기 들으니까 너무 불안해요.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관점이 안 잡혀서 질문드립니다.”
“그냥 평상시대로 대하세요. 소년원에 있었다고 하지만, 친구가 힘든 생활을 하고 온 거잖아요. 의리가 있는 친구라면 마중도 해야 하고, 밥도 한 끼 사야 하고, 얘기도 나눠야 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는 본인의 아들을 너무 못 믿고 있어요.
또 친구한테 물이 좀 들 수도 있어요. 세상이란 건 원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잖아요. 좋은 친구를 만나면 좋은 물이 들 수도 있고, 나쁜 친구를 만나면 나쁜 물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다 부모가 막아놓은 속에서 자란 아이는 온실의 화초와 같이 자생력이 없습니다. 그런 나쁜 친구도 있는 속에서 자기를 지켜나가는 법을 배워야 자생력이 생깁니다.
그러니 그걸 미리 방어하려고 벽을 치지 말고 아들하고 소통하는 채널이 되어 보세요.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아, 그랬나?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 받아주는 겁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바로 마음을 닫아 버려요.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가 싫어하는구나’, ‘이런 얘기를 하면 엄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구나’ 하면서 아예 말을 안 해버려요. 나한테 말을 안 하니까 내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고를 치고 다니거든요.
사고 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아이가 뭐든지 제일 어려울 때 나한테 얘기할 수 있도록 소통 통로를 열어 놓는 게 엄마가 해야 할 일입니다. 남한테 못하는 얘기도 엄마한테는 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놓아야 아이가 처할 위험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말 위험하다 싶을 때 조언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야단을 쳐서 소통 채널을 막아버리면 엄마한테는 말도 안 하고 자기들끼리 딴짓하고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가 친구들이랑 중학교 때 이미 약간 사고가 있었어요. 반년쯤 전에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땅바닥에 누워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동영상을 찍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니까 그 후로는 그런 일이 없더라고요. 만약에 또 애가 그렇게 술이 잔뜩 취하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동영상을 찍어서 또 보여주면 되죠. 그게 뭐 걱정이에요? 그럴 수도 있는 거예요.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술 먹고 취할 수도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소풍 갔다가 술 먹고 취한 친구를 리어카에 싣고 데려다주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랬던 애들이 다 커서 지금은 대학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유명인이 된 사람도 많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게 이해가 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폭력에 연루된 적도 있어요. 단체로 편을 지어서 싸워서 경찰이 출동하고 검찰 조사까지 받고 상담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애들이란 자랄 때 그렇게 친구하고 어울리게 마련이에요. 그러다 상대하고 싸움이 붙으면 패거리 싸움도 하고, 그러다 잡혀가서 상대한테 두드려 맞기도 하고, 또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잡혀가서 경찰 조사를 받고 오기도 하고요.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영화관에 가지 말라는데 갔다가 잡혀 와서 교실 벽에 걸린 정학 명단에 올라간 애들도 많았고, 머리 기르지 말라고 했는데 기르고 다니다가 이발기로 머리에 고속도로가 난 애들도 있었어요. 학생이라면 가지 않아야 할 이상한 곳에 갔다가 잡혀서 정학을 당한 경우도 있고요. 아이들은 그렇게 커가는 거예요. 너무 걱정 안 하시면 좋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엄마는 보호하는 사람이니까 그 하나하나를 막기보다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아요. 만약에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몰래 빼내 주거나 하면 안 돼요. 본인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경찰에 잡혀가서 처벌을 받도록 하되, 면회는 가주고 격려는 해줘야 해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까 어떤 짓을 해도 격려는 해주되 사회적으로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해 대가는 치르도록 해야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른 길로 갈 수가 있습니다. 몰래 빼주거나 하는 일이 자꾸 반복되면 나중에는 그게 버릇이 돼요. ‘내가 돈을 훔쳐도 엄마가 배상해 주겠지’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지금은 아이가 사춘기니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기회라고 여겨야 해요. 지켜보다가 정말 필요할 때 도와주면 어떨까요?
지금 질문자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걱정이 많다는 건 아이가 어릴 때 잔소리를 많이 했다는 뜻이고, 잔소리를 많이 했으면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심리가 억압됐으면 평소에는 착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술 한 잔 먹으면 감정이 폭발하고, 결국 폭력을 행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 앞에서 얌전하고 조용하다고 꼭 좋은 게 아니에요.
‘아, 아이의 심리가 억압이 되어 있구나.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겠다. 지금은 얌전하지만 여차하면 폭력적이 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정신과를 찾아가서 체크를 해 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될 수준인지, 아니면 그냥 좀 감정이 억압된 정도인지, 이런 것을 부모가 보고 옆에서 체크해 주는 게 좋습니다.
이런 지혜로움이 필요하지 무조건 막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아이를 부모가 평생 지키고 있을 것도 아니잖아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고2라면 1년만 더 있으면 성인이 되잖아요. 성인이 되는 하나의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니까 옆에서 지켜보고, 꼭 도움이 필요할 때만 도와주세요.
아이는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고, 자기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걸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좀 심한 것 같으면 병원에 가서 체크도 해보고, 여러 가지 전문 상담도 해보시고요. 걱정만 하고 있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습관처럼 걱정을 하고 있었네요. 이렇게 걱정하는 시간에 으뜸절 봉사라든지 제가 할 수 있는 봉사 제의가 들어오면 그냥 흔쾌히 봉사를 하면서 걱정에서 벗어나 보겠습니다.”
“집착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자꾸 생각에 빠지지 말고 절을 많이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정진을 하면 집착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아니면 둘 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선택해서 하든지요. 엿가락 붙듯이 자꾸 집착하면 그것도 병이라는 걸 아셔야 해요. 그런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해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우리는 나날이 감사하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해요. 오늘 하루 주어진 조건 속에서 기쁘게 살지 않고 ‘언제 무슨 일이 해결되면 기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나도 부자다’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 날은 죽을 때까지 오지 않거나, 아니면 온다 해도 금방 가버려요. 그러니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면서 지금을 편안하게 사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