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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禪詩]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穿 : 뚫을 천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輪 :바퀴 륜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티끌를 일으키지 아니하고, 둥근 달빛이 연못을 비추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구나 .
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閒. 頻 : 자주 빈 수류임급경상정 화락수빈의자한.
물은 급박히 흘러가도 주변은 항상 고요하고 낙화는 비록 빈번히 지지만 마음만은 저절로 한가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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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명(明)나라 말기 홍자성(洪自誠) 홍응명(洪應明) 등이 엮은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채근담에는 古德云「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吾儒云 「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閒」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古德云이란 '옛날 덕이 높은 스님이 이르기를' 이란 뜻이고 吾儒云이란 '우리 유가에서 말하기를'이란 의미입니다. 앞글은 불교에서 뒷글은 유교에서 쓰여오는 말임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글이 아니라 두 글을 모아 놓은 귀절입니다. 앞 귀절은 宋나라 冶父道川(야부도천) 선사 또는 唐나라 雪峰和尙(설봉화상) 선사가 게송(偈頌)했다 하고
뒷글은 송대(宋代) 의 성리학자 강절선생이 지었다고 합니다만 두 글 작자는 모두 분명지 않습니다.
게송(偈頌) : 부처의 공덕을 찬미한 노래. 채근담 저자는 아래와 같이 자기 소회를 말하고 있습니다.
人常持此意 以應事接物 身心何等自在.
인상지차의 이응사접물 신심하등자재.
사람이 항상 이런 뜻을 가지고 일에 임하고
물건에 접한다면 몸과 마음이 어찌
자유롭지 않겠는가 !
『人常持此意 사람은 항상 이뜻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此意(이 뜻)는 무엇일가?
대그림자나 달빛처럼 흔적을 남기지 마라. 자취를 남기려 하면 욕심이 생기게 된다. 욕심을 버려라. 버리고 비워라. 그것이 空(공)이다. 空이란 비움이다. 비움이란 虛(허)다. 空卽虛(공즉허). 공은 곧 허다. 허심(虛心)으로 돌아가라. 마음을 비워라 비운자는 살고 갖는 자는 죽는다.
불가에서는 이 세상을 色卽空(색즉공)이라 합니다. 色은 세상이고 空은 바움입니다.
세상은 비어 있느데 그걸 가지고자 한들 어찌 가질 수 있겠습니끼? 아무리 아둥바둥 가지려하고 놓지 않으려 해도 그게 안 되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아무리 주먹을 불끈 쥐고 세상을 나왔지만 돌아갈 때는 손바닥을 펴고 가는 것이 인생사입니다. 가진 것 없이 빈 손으로 돌아갑니다. 空手來요 空手去입니다.
아래 글에서는 채근담의 此意를 한 발 더 나가 현애철수(懸崖撤手)하라고 합니다. 낭떨어지에서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아라는 이야기입니다.
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撤手丈夫兒 攀 :더위잡을 반.먀달리다,의지하다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 懸 : 매달릴 현 崖 :벼랑 애 撤 :거둘 철
나무를 얻어 가지를 붙잡은 것은 별반 기특한 것은 아니다. 낭떨어지에서 메달린 손을 놓는 것이 대장부로다.
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載月歸 覓 : 찾을 멱 載 : 실을 재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
물도 차고 밤도 차거워 고기가 잡히지 않아 머물렀던 빈배는 달빛만 싣고 돌아가네.
懸崖撤手(현애철수) 낭떨어지에서 메달려 있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놓으면 죽고 잡고 있으면 고통의 시간. 이것이 바로 불가에서 말하고 있는 번뇌입니다. 잡고 있으니 고통스럽다면 해결책은 놓아버리는 것.
여기에 버림과 비움의 철학이 있습니다. 허심(虛心). 마음을 비워야 사는 것입니다.
空船載月(공선재월)
달빛만 싣고 돌아가는 빈배. 이것이 비움입니다.
채근담에서 말한 此意. 「意自閒 」 몸과 마음이 스스로 한가롭다는 것은 곧 버림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버리고 비워야 산다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번뇌에서 빠저나오는 것 그것이 禪(선)의 길입니다.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綸: 낚시줄 륜
一波纔動萬波隨 일파재동만파수 纔 : 겨우 재 ① 겨우 ② 조금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불식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천 자나되는 긴 낚시줄을 똑바로 드리우니
한 물결이 일어나 곧장 수많은 물결이 뒤따르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거워 고기는 물지 않으니
빈 배는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가네.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천 자나 되는 긴 낚시줄을 똑 바로 드리운다는 것은 깊은 물 속의 고기를 보다 크고 많이 잡아보겠다는 욕망의 내재를 볼 수 있습니다.
一波纔動萬波隨 일파재동만파수 纔 :겨우 재 고기를 잡고자 낚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파도가 하나 밀려옵니다. 낚시에 파도는 천적지간. 헌데 이건 무슨 훼방입니까? 파도 하나가 지난 뒤 조금 있다가 더 많은 파도가 줄줄이 밀려옵니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불식 파도는 치고 밤은 점점 깊어가는데 물결 마저 차가워지니 고기는 아예 입질을 하지 않습니다. 어쩝니까?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고기를 못 잡은 배는 비어있을 수 밖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가. 낚시를 거두어 돌아가는 배 . 그 배는 그래도 滿船입니다. 고기는 없어도 달빛을 가득 안고 돌아갑니다.
욕심을 낸다고 채워지는 것이 아니니 생각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떨가 싶습니다.
가는 길은 내 자신에게 있습니다.
선문(禪文)을 보면서 자신을 한번 더 돌아봄도 분명 뜻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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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자주 좋은 작품 볼수 있게 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에 카톡 이미지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