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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한가위 추석 연휴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다음주, 조금만 출근하면 시작이네요!
물론 업무에서까지 해방은 무리일 것 같지만 😞
좌우간 그 기념으로 책 추천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소설 쓰기까지는 무리인 게 정말 너무 아쉽네요. 나 언제 연재 다시 재개하냐.
도서명: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저자: 백세희
* 이 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통신망 넓은마을 도서관에 데이지 형태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하나, 바로 도서명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이라니, 동화책 캐릭터들이 무슨 소송이라도 한단 말인가?
우선 ‘선녀’라 하면 우리네 고전 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그 선녀일 텐데, 선녀는 피해자 아닌가?
<인어공주>는 또 어떤가. 안데르센 동화 중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로 손꼽아도 되는 게 <인어공주>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쪽은 딱히 소송 여지가 없는 것 같은데?
동화 속의 캐릭터들이 변호사를 왜 만나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변호사가 필요할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그 어려운 ‘법’이 동화와 만나 어떻게 내 눈높이에 맞도록 쉽게 풀릴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아주 예전에 도진기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를 아주 재미나게 읽었기에 이런 류에 대한 첫인상이 제법 호감이었다는 점도 한몫 톡톡히 했다.
딱 보니까 동화 인물 모티브로 진행할 것 같은데, 설마 동화 캐릭터 소재로 써놓고 날 잠들게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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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 문화계 전반의 깨알 법률 TIP!
책은 예상대로 표제에 나와 있는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인어공주’를 소재로 법률 지식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소재가 꼭 동화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동화의 캐릭터를 일부 차용했을 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림책 작가와 출판사 간의 계약,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얽힌 공방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한 이야기 등이 법 설명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이 책에 나온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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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가 친 사고, 배너 박사의 책임? - 심신장애에 대하여
애니메이션 및 영화로도 제작된 유명한 작품 <헐크>, 나는 이걸 본 적 없고 내용도 잘 모른다. 그러나 헐크라는 덩치 큰 캐릭터가 엄청난 괴력으로 나쁜 악당을 물리치는 스토리라는 건 안다.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헐크의 원래 모습은 브루스 배너 박사라는 과학자인 모양이다. 그는 왜인지는 몰라도 분노를 느끼면, 딱 봐도 멀쩡한 정신이 아닌 괴력의 소유자 헐크로 변한다고 한다. 배너 박사와 헐크는 사고 방식이나 성격, 신체적 특징 등이 다르다. 또 배너 박사는 헐크가 된 후 저지른 일을 기억 못한다고 하니, 이건 뭐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다중인격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배너 박사가 변신한 헐크가 그 무식한 힘으로 나쁜 놈들을 이리저리 집어 던지고 업어치고 매치고 할 테니 주변 기물 부서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굳이 그 애니메이션 안 봤어도 로봇 나오는 전대물만 떠올려도 답은 나와 있다.
유리창 깨지는 건 정말 사소하고,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가 찌부러지는 건 일상이며, 폭발이나 화재 발생도 다반사, 건물이 무너지는 것 또한 뭐, 그냥 그저 그런 배경 화면으로 넘어갈 따름이다. 어디 나쁜 놈뿐이랴, 때로는 악당에게 반격을 당한 우리의 주인공이 몸으로 무언가를 깔아뭉개 ‘와장창 쿵 콰강~!’ 하는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 이쯤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그 배경 화면 말인데,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 있을 것 같다. 저 피해는 대체 누가 보상을 해줄까 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만약 무너지는 건물에 사람이 다치거나 깔려 사망했다면? 그 인명 피해는 또 어쩔까?
지구를 침공한 악당이 ‘어이쿠, 집 부서서 아임 쏘리!’ 하면서 보상해 줄 리는 만무하다. 나쁜 놈이 사람 몇 죽었다고 죄책감 느낄 리도 없다. 그럼 정부나 국가 기관이 피해를 수습해줄까?
그러나 도로나 공공 시설 같은 건물이면 또 몰라도, 개인 자동차 같은 사유 재산은 피해 보상 없을 것 같다. 그럼 보험 회사가 지급해주나?
앞서 열거한 모든 기관이 다 ‘No!’를 외친다면 어쩌지?
슈퍼 히어로 ‘헐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헐크는 거의 이성 상실하고 날뛰는 캐릭터 아닌가? 과연 헐크에게 악당 물리치는 과정에서 내가 이런저런 피해 입었으니
법적으로 책임지라고 요구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은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 법률 문제를 제시하고, 그와 관련된 법적 개념, 헐크의 경우는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에 대한 것을 설명해준다. 덤으로 심신미약에 관한 개념과 법적 적용 범위도 나온다. 그 대목에서 나는 우리나라 법이 그래도 조금쯤 발전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 무턱대고 심신미약이 적용되는 건 막을 수 있게 된 것 같으니까. 즉, 술 먹고 운전대 잡았다가 사람 치면 얄짤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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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 - 사슴은 교사범, 나무꾼은 업무방해, 선녀는 또 뭐라고요?
표제에 등장한 우리네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도 당연지사 다룬다. 그런데 그 방향이 참으로 특이하다. 각 캐릭터마다 적용되는 혹은 적용될 수 있는 죄를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슴, 다른 버전에 따라서는 노루가 교사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책의 저자인 변호사는 말한다. 사슴은 나무꾼에게 은혜를 입은 보답으로 아내를 얻는 게 소원이라는 그에게 선녀가 목욕하는 연못을 가르쳐주고 날개옷을 훔치라고 조언한다. 아기를 셋 이상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어라? 어릴 때는 그러려니 넘긴 전래동화가 이제 보니 진짜 좀 그렇다. 처음에 사슴이 무슨 죄인가 했던 생각도 가만 보니 이 사슴 좀 ‘돈 사슴’ 아닌가 싶어진다. 하계 지상에 호기심 품은 선녀에게 건실한 나무꾼 총각이 하나 있다고 소개시켜주는 중매도 아니고, 무슨 날개옷 훔쳐서 결혼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한편 나무꾼도 좀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변태도 아니고 여자들 목욕하는 건 왜 숨어서 훔쳐보며, 날개옷은 왜 스리슬쩍 숨기냔 말이다!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에서 언급한 나무꾼의 죄는 사소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업무방해인데, 그가 사냥꾼이 잡으려 한 사슴을 숨겨준 데서 업무방해를 했다는 주장이다. 뭐, 이건 말하는 사슴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무죄가 될 수 있다고 하고, 또 나무꾼의 다른 죄보다는 가벼운 것이니 새로운 관점 제시 측면에서 깨알 포인트인 것 같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건 선녀라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피해자인 것 같은 선녀는 또 무슨 법적 논쟁의 빌미를 품고 있는가 하면, 의외롭게도 미성년자 약취유인이라는데......
선녀와 나무꾼 관련 나머지 법적인 이야기는 실제 이 책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을 직접 독서해보는 걸로 하고, 나는 이제 그만 다음 흥미로운 전래동화 법적 이야기로 건너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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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과 인어공주 - 사기와 자살방조와 인신매매, 신체양도 계약!
이 책을 독서하며 나는 동화나 구전 이야기에 뭐 이리 법적 논쟁거리가 많단 말인가 생각했다. 효심의 상징 <심청전>에도 그 소재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것도 죄목이 하나같이 사기니 자살방조니, 심지어 인신매매까지 죄다 심각한 종류로다가 포진해 있었다.
일단 주인공 심청이는 피해자로 지정되었다. 법적 논쟁 소지가 없다. 그러나 공양미 3백 석과 얽힌 스님, 심청이를 인당수에 제물로 바친 상인 등은 재판을 피하지 못했다. 심청이에 대해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있다면, 소송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하다는 설명이었다.
스님은 심봉사에게 공양미 3백 석을 요구하는데, 법적 요점에서 그 대목이 사기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기사, 가난하게 보이는 심봉사에게 너무 과한 것을 요구하긴 했다.
상인들 또한 사람을 사는 행위에 걸려 인신매매를 저질렀다는 죄를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심청이의 자살을 방조한 것으로 보면, 최대 자살방조, 최소 자살방조 미수에는 걸린다는 저자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물론 심청전의 배경은 먼 과거이고 그 시대에는 이런 법적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상 오늘의 현대적인 법을 적용하기 애매하다는 뜻이다. 동화는 동화로 봐야지 괜히 다큐 찍는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관점에서 제시된 법 개념과 논쟁은 꽤나 흥미로웠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일단 법이 좀 쉽게 다가온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덧붙여 책은 심청전에 뒤를 이어 <인어공주> 이야기, 애리얼과 바다 마녀 우르슬라가 맺은 계약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동화는 차치하고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는 애리얼의 아버지 트리톤까지 난감하게도 무말랭이가 된다고 하니, 이 바닷속 집안에게는 변호사가 꼭 필요해 보이긴 한다.
저자는 첫째, 계약을 초반부터 무효로 돌리는 방법, 둘째 계약은 유지되나 효력을 상실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계약 자체를 인어공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 틀어버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어떤 방법이냐고? 미성년 계약에 관한 법적 근거를 내세운 건데, 자세한 건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을 직접 읽어보시라.
내 서평에는 안 그래도 스포 많다는 평을 받았던 바, 더는 적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방법이 제일 무난해 보이고, 세 번째 방법은 애리얼에게는 해피엔딩이지만 마녀 우르슬라가 어째 불쌍하게 보이기도 한다. 변호사로서는 세 번째 방법이 의뢰인 애리얼에게 유익하니 그 방법을 적용할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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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가지 깨알 법 케이스 -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이 작품의 단점은 글쎄, 일단 오탈자가 좀 되는 편이다. 묵자책 원본 자체가 그런 건지, 데이지도서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생긴 오타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초반부에서는 동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영화의 내용을 소재로 해서 제법 흥미로웠지만, 뒤로 가면 문화계의 전반적인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최소한 나에게는 실제 작품이나 이야기, 영화 등을 빌려와서 법적 논쟁을 다루는 게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촉발된 인종 차별 논쟁, 디지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나온 다른 민족의 비하적 요소, 그와 함께 살펴본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 인식개선 및 포괄적 차별 금지법 문제 등은 상당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였다.
서론 다 떼고, 자질구레한 것도 다 뺀 뒤, 백세희 변호사이자 칼럼니스트의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의 총평을 적자면, 시간 투자해 문화계 전반에 녹아 있는 깨알 법률 TIP 32가지를 읽어봐도 좋다는 것이다.
첫댓글 생활속에 깊이 파고 든 법.
태초에 법없는 세상을 만들지만 간괴의 유혹에 다툼과 불신이 잣대라는 법을 맹글기 시작했고 기준의 가치가 형평에 맞지 아니하여 인정의 인간미가 줄어드는 현실이 되었다.
내 생각은 어쨋든 법은 줄어야 세상은 살맛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