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서 만큼 벽이라는 단어를 자주 그리고 비중 있게 언급하는 스포츠 종목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벽을 세웠고 그 벽을 허물었다. 마라톤이 대중적인 스포츠로 저변이 확대된 이 시점에서 생활 속의 마라톤, 그리고 마라톤을
마라톤에서 만큼 벽이라는 단어를 자주 그리고 비중 있게 언급하는 스포츠 종목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벽을 세웠고 그 벽을 허물었다.
마라톤이 대중적인 스포츠로 저변이 확대된 이 시점에서 생활 속의 마라톤, 그리고 마라톤을 통한 정신적, 신체적 만족이라는 궁극의 지향점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벽을 세우고 허무는 일은 사명감과 도전의 측면보다 인류 전체의 잠재된 꿈의 견지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
최초의 마라톤 기록인 드미트리 오스 델리기아니스(그리스)의 3:03:05는 30년도 되지 않아 2시간 30분의 벽을 넘어서고 말았고, 끝을
짐작할 수 없는 도전은 계속되어 왔다. 한국의 마라톤도 이 치열한 경쟁사(史)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다. 35년 손기정은 2:26:42의 세계
최고 기록(올림픽 참가 전에 그가 세운 한국 최고 기록과는 국제적 공인 문제로 차이가 있다.)으로 베를린 올림픽을 제패했고, 그의 기록은 47년
서윤복이 경신하기까지 12년간 깨지지 않았다. 서윤복의 2:25:39라는 기록도 5년간 더 지속되어 결국 한국 마라톤은 17년간이나 세계 최고의
권좌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제임스 피터스(영국)는 53년 2:18:41의 기록으로 20분 벽을, 데렉 클레이튼(호주)은 67년
2:09:35의 기록으로 10분 벽을 돌파했다.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8분의 벽에 안주하는 듯 했으나, 카를로스 로페스(포르투갈)가
07:12, 88년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가 06:50, 98년 호나우도 다 코스타(브라질)가 06:05를 기록하며 6분 벽 돌파를
예고했고, 마침내 99년 할리드 하누치(모로코)에 의해 달성된 2:05:42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접한
우리들은 그 끝을 더 이상
짐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하누치는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운 자신의 기록을 3년도 채 안된
2002년 런던 마라톤에서 단축, 2시간 5분 38초의 대 기록을 달성하여 세계 육상계의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인간의 한계’라는
개념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래 살고 보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생명 연장의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그 전에 마라톤과
더불어 건전하고 활기찬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