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자 선생님 대신 오랜만에 서하나 어르신을 뵈러 갔다. 봄에 보고 몇 달 만에 찾았다.
“어르신, 재가지원팀장 김희자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어르신! 엄영자 선생님 대신 제가 어르신 뵈러 왔어요. 잘 지내셨어요?”
“아이고 오랜만이네. 내가 요즘 잠을 못 자서 어지러워. 저 방에 누울게. 여기 의자에 앉아.”
“왜 잠을 못 주무세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병원은 가보셨어요?”
“병원에 가서 수면제 처방받아서 여기 한 알씩 먹는데 딱 먹고 나면 4시간 자고 나면 잠이 안 와.”
“아이고, 잠을 잘 자야 어지럽지도 않고 식사도 잘하시는데요. 너무 신경을 많이 쓰시는 거 아니신가요? 바깥에 운동도 좀 하시고 햇빛도 보시고 수면제가 도저히 안 들은 것 같으면 다시 병원도 가보시고 하셔요.”
“내가 딸은 없고 아들만 셋인데 막내아들이 갑자기 이혼한다고 해서 며느리는 안 한다고 하고 손녀가 둘이나 있고 대학가지 다 키웠는데, 내가 그 뒤로 잠도 계속 못 자고 있어. 내가 84살인데 너무 오래 살아가 못 볼 거 다 본다. 내가 팀장한테 오늘 별소리 다 한다.”
“무슨 소리세요. 84살이라고 아무도 안 믿겠어요. 누가 보면 70대인 줄 알겠어요. 관리도 잘하시고 어서 빨리 컨디션이 좋아지셔야 할 텐데요.”
“제 어머니는 61살에 돌아가셨어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어르신들 보면 오래 살았으면 해요.”
“아이고 왜 그리 일찍 갔나? 서운해서 어쩌나? 엄영자 선생도 참 잘했는데 그만둔다고 하고 내가 요즘 많이 서운하다.”
어르신이 눈물을 흘려 티슈를 뽑아 어르신 눈물을 닦아드렸다.
“오늘 팀장한테 이야기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후련하다. 어디 이야기할 때도 없는데 들어줘서 고마워.”
“저도 어르신과 이야기 나누고 좋았어요. 다음 주에 좋은 선생님 뽑아가 인사드리러 올게요. 입맛 없어도 식사 잘 챙겨 드세요. 가볼게요.”
늘 선생님 방문 때마다 곱게 차려입고 화장하고 기다리던 어르신이 누어서 응대하고 눈물을 보이니 마음이 쓰였다. 어르신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여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2023년 6월 26일 월요일, 김희자
첫댓글 어르신은 하소연 하고 싶어 보입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 좋으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