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에 가다
서울을 떠난다. 대전을 들리고 광주를 둘러보고 장흥에 가는 것이 아니니 journey(여정)은 분명 아니다.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니 voyage(항해)도 물론 아니다. 장흥 행 고속버스를 타고 장흥에 가서 장흥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왔으니 travel(여행)이 분명하다.
차창에 비치는 풍경은 캔버스에 짙은 초록물감이 뿌려진 듯 여름이 완연하다.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昇花時)라! ‘화려한 꽃이 좋기는 하지만 한결같은 초록이 더 좋은 계절이다.’ 허지만 저 산들과 논을 제외하고 밭들에는 긴 가뭄으로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농부의 마음이 또렸이 읽혀져서 서글프다.
더도 말고 다섯 시간이 지나니 버스는 장흥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이 처음 가보는 장흥에서도 우리를 반기면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윤석 스테파노다. 나와 錫자도 같고 본명(스테파노)도 같다. 7명이 출발하여 일행이 8명이 되었다. 내 생일이 8월 7일생이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한 맞춤이다.
이제부터 장흥의 여행이 시작된다. 유치공소를 둘러보고 장흥 댐에 들려 물 문화공원을 산책했다. 유치면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분명하다. 삼림욕장과 자연휴양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마을이름에 장수풍뎅이와 지렁이가 등장한다. 맑은 물이 지천으로 있고 청정한 공기가 콧구멍을 시원하게 뚫는다.
창고를 빌려 공소로 개조하였다는 안양(安良)공소에 도착했다. 전에 윤석이 사목하던 영암과 해남에 있던 공소를 특급호텔에 비유하면 안양공소는 여인숙이 분명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에게는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마구간에 비할 손가! 공소예절을 드리고 나니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든다.
안양공소가 있는 안양면은 장흥벌을 향하여 울부짖는 사자산과 편백숲우드랜드로 유명한 억불산으로 삼면이 둘러 싸여있다. 편백나무는 스트레스해소, 장과 심폐기능강화, 그리고 살균작용에 효과가 좋은 피톤치드 물질이 침엽수 중에서 가장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삼만 아니 십만 평에 이르는 편백숲을 걸었더니 전날 마셨던 숙취는 기억조차 없고 가렵던 귀뿌리는 언제 그랬나 싶다.
고인돌 공원이 있고 신라후기에 지어진 보림사가 있는 이곳은 때로는 목사가 어떤 때는 부사가 다스렸던 역사가 이고장의 자랑이 될 만하다. 그에 더해 아름다운 산수는 걸출한 문학가를 배출했을 법한대,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등의 저자 이청준이 이 고장출신이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생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열한시, 해가 중천에 걸려 있다. 툇마루에 누웠더니 바람이 솔솔 눈이 사르르 감긴다.
‘정남진’ 관광, 생소하게 들린다. ‘정동진’은 들어봤는데 ‘정남진’은 처음이다. 설명을 하자면 서울에 있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정동쪽에 있는 물가를 ‘정동진’, 정북쪽에 있는 물가를 ‘중강진’, 정서쪽에 물가를 ‘강화진’ 그리고 정남쪽에 있는 물가를 ‘정남진’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정남진’의 바다는 사방이 섬과 산으로 둘러싸여 쪽빛으로 동그랗다.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 신비롭다는 표현이 정확한가?
비행기로 제주에 가는 것은 너무 단조롭지 않은가? 서울에서 광주까지 KTX를 타고 광주에서 회진 노력항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회진 노력항에서 제주 성산항까지 카페리호를 타고 제주에 가면 멋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아침9시30분에 노력항에서 출항하면 1시간40분만에 제주 성산포항에 도착하고 저녁5시에 다시 성산포항을 출항하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우리들이 살아갈 날이! 정다운 벗들과 같이 여행하면서 늦은 밤까지 한잔 두잔 기울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어떤 때는 조개구이로 입맛을 높이고 어떤 때는 물회로 속을 시원하게 풀고, 사람 수보다 소의 숫자가 많다는 장흥에서 한우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부위 살치 살을 구워가면서 혹 입맛을 버릴까 보아 상추도 먹지 않고 살치와 잎세주에 집중하는 추억은 뇌리에 깊이 박힐 추억이 아닐 런지!
첫댓글 어제 다녀온 장흥 안양공소의 생각이 새롭습니다, 세번째 공소 방문이지만 공소건물은,제일 빈약한 공소
그러나 ,전과 다르게 공소예절과 ,아침 저녁의 정성스런 기도와, 밤늦께 까지 이어진 신앙의 문제를 이야기 하며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임병익 형제의 끊임없는 믿음에 관한 질문제기와 ,양명석 형제의 끊임없는 답변 ,
대화에 초치는 유철희의 괘변 .나익균형제의 균형,조성연형제의 며느리자랑
그리고 답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 ,그런 모습이 우리의 신앙이요, 우리가 살아온 나날 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선교사님 감사합니다, 함께간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합
정말안타까워요 몇일쉬고 직장에 근무할걸 정말 살치고기가 있는지 좋은피정 선교사님 주님의 사업에 열심히 하시고 은총많이 받고 건강하소
양명석 (스테파노)님의 장흥다녀온 글을 읽으면서 모든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물질에 눈이 어두운 쇤네는 아름다운 정경 소개글에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살치, 조개구이, 물회 등의 단어만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ㅎㅎ 즐거운 피정!
이 선교사 ! 수녀님 어머님이 담가주신 게장을 와이프와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역시 게장은 밥도둑입디다.
스테파노 두분(양명석,이윤석)이 앉아 <스씨 집안> 결속을 위해 <게장을 특별분양> 받으신 듯 여겨 집니다.많이 드세요. -이시돌-
잘 다녀 오셨군요. 이번에 동행하지 못하여 몹시 서운합니다. 이윤석 스테파노께서 애를 많이 썼군요. 계신동안 건강하기를 빕니다.
사진은 요한 보스코 형제가 금일 우송한다고 하니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실개천에 휘돌아가는 물길모냥,~~한글자,한글귀가 너무나도 멋들어집니다..다녀와서도 잊었던 곳곳이 다시금살아나네요>>>양명석 스테파노님~~~그리고 ,
우리선교사!!!윤석 스테파노님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올립니다..주님의 은총과더불어 건강한 그곳 생활되시길 기원합니다.. 로베르또
명석군의 문장을 대하면 곰씹는 맛이 늘 느껴져 문장을 음미하게 만듭니다.
그 이유는 명석군의 박식함이 겠지요. 인생을 반추하며 관조하는 내용들이 너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명석군, 늘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