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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도 작고 능력도 고만해서 주로 작은 일에 관심을 둡니다. 자타의 실수로 인해서 일어나는 화도 작은 것에만 발산을 하는 편이고, 큰 실수는 대체로 그냥 넘어갑니다. 작은 실수는 그 주인공이 조금만 주의와 정성을 기울이면 방지할 수 있지만, (그래서 그 태만과 불성실에 대해 화를 내고 탓을 하고 지적을 하는 겁니다.^^) 큰 실수는 사람의 힘을 벗어나는 상황일 때가 많다는 걸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집 아이와 직장의 아랫사람들은 그런 저를 몹시 이상하다고 합니다.^^ 마땅히 야단 들을 각오 하고 있는 큰 잘못은 걱정까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고, 그냥 봐 줘도 될 작은 잘못은 절대로 봐 주는 법 없이 체벌, 혹은 질책을 하니까...^^)
인간사 모듬살이에 꼭 필요하고 유익된 일이라도, 다시 말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바로잡거나 이루어야 할만큼 귀중한 일이라도, 그것이 작은 줄기일 때만 간섭하고, 노력하고, 목숨도 거는 편입니다. 큰 줄기는 사람의 능력 밖, 천지 기운의 흐름을 타는 것임을 보기 때문입니다.
황우석 사태 때, 저의 판단은 광화문 집회를 (그 바쁜 때에) 네 번이나 참여하게 했고, 그때 몸이 아파 갓 귀국한 딸애와 지인까지 꼬셔서 동참시키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흘러가게 하려면, 일단 작은 힘들이 많이 모여 큰 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중간에 아무런 아쉬움도 없이 황우석 박사의 지지를 덮었습니다. 큰 줄기는커녕 중간 줄기도 형성되지 않음을 보았기 때문이었지요.ㅜ.ㅜ (아니, 다른 줄기로 가고 있음을.....^^)
그 전 (노무현) 대통령 선거와 탄핵 때도 같은 마음으로 적극 참여를 했습니다. 무정부주의자인 저의 짝꿍친구를 꼬시고 꼬셔서 광화문까지 끌고(?) 나가 거친 함성으로 속의 기운, 있는 대로 쏟아내어 보태었습니다. 그 솟구치는 열기를 보며 (노무현과 함께 할) 국운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른 것이든 그른 것이든, 어떤 사람, 사물이 불현듯 큰 행보와 변화를 가질 때, 그것은 천지 기운 흐름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어 발생되는 현상자연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래서 별반 거부반응 없이 그 현상 혹은 변화를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저를 그 현상자연에 적응시키는 편이지요. 물론 일일마다 판단하고 분석하여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지금까지 그렇게 반응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타인들의 행태를 보며 저의 지난 행위들을 돌이켜 보니 그렇다는 것이지요.^^
유시민, 참 좋아하며 기대하는 사람입니다. 정치계로 들어가지 않았어도 그 분은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전체 고루살이를 위해 헌신으로 큰 몫을 해 내실 위인이라고 믿은 바 있습니다. 그가 대통령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고루살이가 더 한층 아름다워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적극으로 생각합니다. 그의 선택을 믿고, 아니 그의 선택이 이상하더라도, 아니 그러하기에 더욱 견고히! 그를 지지하는 줄기에 적극으로 힘을 보태고저 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적이 참 많습니다. 노무현, 그를 대비시켜 보면 더 확연하게 보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노무현은 지금의 유시민과 같은 악의적으로 두드러진 적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차이를 저는 '똑똑함'과 '잘났음'의 드러남 혹은 알려짐이라고 봅니다. 두 분 다 똑똑하고 잘나셨지만, 노무현의 것은 많은 부분 숨겨져 있었고, 유시민의 것은 일찍부터 드러났고 알려졌고, 자타에 의해 긴 시간 동안 홍보되고 말았습니다.
오랜 과거부터 '아기장수'를 생매장하는 인습이 전해져 오고 있는 우리 사회입니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잘난사람'을 진심으로 긍정하며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현재의 유시민 위상으로서의 존립은 그나마 시대 변화의 산물이라고 봐야겠지요. (물론 그 변화는 시대의 주인공들이 이끌어 온 것이고요) 다행한 일이며, 시대 변화의 물줄기에 기대하는 마음 큽니다.
하여 그분의 갑작스런 행보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봅니다. 그의 기질과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됨을 볼 때, 어떤 흐름을 타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태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자신이 의식하고 계산하여 한 행동이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자연 그리 되었을 것이며, 저는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더하여 많은 젊은 지지자들은 가감없이 그분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봅니다. 그 물결에 기대는 마음 큽니다. 물론 한 사람이라도 더 그 '힘'을 보태어야 합니다.
이 세상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큰 변화는 작은 주인공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좁쌀 같은 우리가 어찌 대인의 기운을 다 안다 하리이까! 진인사대천명은 만고불변의 이치라 여깁니다.^^
열린우리당의 몰락과 유시민의 신당 합류에 대해 많은 분들이 나서 왈가왈부 하는 것을 듣고 보면서 잠깐 보태어 보는 고물쟁이의 좁쌀같은 생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