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5. 수요일
미쳤지?
어제 야산가고 오늘 또 수태골 야산을 왔다는거 아냐.
내가봐도 좀 지나치다.
그렇다고~ 내가 야산에 꽂혔다는 얘기는 아니다.
며칠전 누군가가 불쑥~ 낯선번호로 전화 와서
다짜고짜 수요일 뭐하느냐기에 그냥 아무계획 없다니까...
바로 수태골로 오라는 거다. 여유님이네?
왜에~?
저번에 혼자 수태골 오르는 사진을 보고 나도 같이 가고프다고 했었거든..
설마 했었는데.. 진짜 전화를 준 것이다.
이런 멋진 남자 같으니라구~(몸으로 보여주는 남자가 멋진 남자다~)
원래 오늘은 힐링산우회 첫 정기모임인데...
원래 단체 술자리 정모는 참석치 않는 성향에다
요즘 특히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과도한 술을 피하고 싶어서 얼른~!
도망가듯 수태골로 날라간다.
부리나케 달려와 보니~
와... 너무 좋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것 같다.
대구에선 맡아보지 못한 맑은 특유의 공기하며, 거기에 맞추려는듯한
멋진 새 소리는 마치 내가 천상에 들어온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남더라.
진짜 공기 좋고, 새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왔다니까...
한동안 마음껏 듣고 마시며~ 그 자연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이게 남들과 다른 나만의 짬짬이 행복 추구 아냐...ㅋㅋ
어떻게 45분 이동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인지~ 신비로웠다.
혹, 내가 꿈을 꾸는건 아닌지...
그렇게 신비롭고 고혹적인 천상의 분위기에 취해 푸욱 빠져 있다보니~
반가운 사람이 도착한다.
수태골주차장에 다른 차 한대도 없이 오롯이 우리들만의 독점 공간이 되었다.
그 복잡한 수태골주차장이 말이다.
다정하게 둘이서 "여유"의 단어가 어떤 가치를 품은 단어인지
직접 겪어보려는 학생처럼 모든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둔체 겸허하게 오른다.
共感이란 이런것 아닐까?
공간적, 시간적 동일 공간에서 지극히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의 교류?
그 배경에는 앞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메이저 급의 산 냄새랄까?
진짜 "자연의 숲내음이란 이런것이다" 하고 샘플처럼 내밀어 주고픈 향이라해도 될 것 같다.
미래의 그 언젠가는 이걸 모아뒀다 파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형언키 힘들 정도의 순수한 원초적 자연냄새가 절대적 강도로
내 모든 것을 뒤흔들며 와 닿더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게 감동으로 연결되는건 어렵지 않은 현상이었다.
아... 이래서 팔공산이라 하는구나~!
다른 말은 생략하겠다.
느끼고프면 직접 걸어보면 되는 것이니까...
광활한 어둠이 그 이쁜 자연을 조금씩 삼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모든 것을 제 안에 가두고 만다.
껌껌한 어둠 속에서 진정한 내면의 자아와 만나는 순간~!
그 어떤 것도 끼일 수 없는 완전한 자유의 시간.
고독감마저 감미롭다. 캬아~
좋다, 좋아...
아무리 되뇌어도 줄어들지 않는 그 본질.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자연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좋은 감정은 있어도 별개로 존재하는 느낌이 있더라... 뭘까?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힘은 들더라는거~ ㅋㅋ
평소에 "천천히 가면 오르막이 없다"고 누누히 강조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있지~ㅎㅎ
팔공산은 절때 만만한 산이 아니다.
그걸 야산으로 간다니 그 자체가 대단한거 아닌가?
가도가도 계속 오르막만 보인다.
대체 그 동봉 바로 앞에 위치한 삼단 나무계단은 왜 안나타나는거야?
바람이 그렇게 불어줬는데 불구~ 무거운 몸 올린다고 땀을 그마이나 쏟아가미
차마 소리내어 낑낑대지는 못하고, (체면이 있지...ㅋ)
기냥 올랐다는거 아냐... 식겁하는줄 알았네 ㅋㅋ
결국은 정상이 나타나더라~~!
人生 事... 등산과 같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제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엔 끝이 나오거든...ㅎㅎ
근데, 와... 왜 이렇게 바람이 차갑노?
정상 데커에 내려서니 갑자기 시베리아 벌판으로 바뀐다.
그 덥던 온도가 싸늘한 겨울날씨로 둔갑한다.
땀에 다 젖은 옷은 저체온증을 유발하니 위험하다.
액체는 기화할때 열을 빼앗아가거든~
얼른 젖은 옷을 벗어버리고 배낭에서 새옷을 꺼내 갈아입는다.
윈드스토핑(바람막이) 자켓도 입고~
초보 등산꾼이라면 이 더운 날씨에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알아야한다. 기온은 어떤 사정을 봐주지 않을 정도로 무섭다.
특히나~ 높은 산 정상의 기온은 급격히 떨어지거든...반드시 높은산에는 자켓을~!
동봉 정상에서 멋진 파티를 벌인다.
대구야경을 내려다보며 복분자 술 한잔~!
캬아.. 지금 이순간 그 어떤 이 보다 내가 최고 행복하다.
뭘 더바랄까?
(더 바래면 죄가 될 테니까...ㅎㅎ)
그 평범하게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 어떻게 ~!
이래 특별하게 바뀌어 다가올 수가 있는 것인지 알게모르게 감동 크게 먹었다.
겸허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자고 저절로 다짐하면서
그렇게 팔공산 야산 후기를 마쳐본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고, 이 주어진 삶도
내가 생각하는대로 내가 이끄는대로 바뀌어 간다규~!
수태골 주차장 ㅋㅋ
오르고 내려오면서 우리 외에 그 어떤 인간도 보지 못했다는거~
길이 너무도 이쁘다~
수태골 간다는 기념 인증샷~
여유님이 자꾸 찍어준다 부끄럽구로~ ㅎㅎ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한다.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끙끙 앓는거 알지? ㅋㅋ
정상 도착~!
내가 찍어도 진짜 잘 찍었다. ㅋㅋ
여유님이 형아 위한답시고 요렇게 이쁘게 준비했네? 아 얼마나 맛이 나던지~
이건 맨 마지막 들어갈 사진인데...순서 틀렸네? ㅋ
동봉 정상 인증샷도 힘들게 찍고~
산행코스~
이건 전날 고산골에서 산성산 갔을때 등산코스~
까짓것 사는게 뭔데...뭐 별건가~ 이래 즐기며 사는거지 뭐~!
첫댓글 넘치지 않으면서도 느낌을 제대로 담아낸 멋진 글솜씨...
아우님 감정에 잠시 마음 담아보네그려
늘 그 몇마디 단어가 제겐 그렇게 큰 힘으로 작용합니다.
고맙습니다
전주에는 아직도 바쁜일들이 많으신가요?
수태골따라 팔공산에 오르는 감회를 맛보았네요.
어둠속의 팔공산 모습도 의미있어 보입니다.
물론 정상주 한잔~ 으로 즐거움은 배가되었구요.
함께 하시는 두분 모습도 정겹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진짜 도심을 벗어난 완전 자연으로의 귀환을
일상생활속에서 맛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동봉 야산 해봐야겠습니다.^^
늘 행복한 하루 되시길 응원합니다. 방장님 홧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