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봉 국방대학교 예비전력연구센터 비상대비전문연구원
예비군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1968년 4월 1일 창설됐다. 여성예비군도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를 위해 창설됐다. 1989년 4월 25일 최초로 창설된 백령도 여성예비군은 청·장년의 감소에 따른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원해 소대를 창설했다. 뒤이어 대청도 여성예비군이 창설됐다. 이후 창원, 인제, 양양, 대구 등 전국에서 창설 붐이 일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여성예비군 활동이 위축돼 일부 지역은 해체를 고려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예비군의 헌신적인 노력은 전황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자발적인 전투참여는 여성예비군을 운영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예비군을 국가 위기 상황 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역 여군 자원을 예비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여성예비군 조직은 지원예비군으로 편성돼 있고 군사전문가가 없다. 국방부는 여군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확충해 왔으나 전역 이후 예비군으로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 및 지역예비군부대에서 일부 예비군 지휘관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전역 여군의 86.1%가 퇴역을 신청하고 있다. 여성 징병제를 시행 중인 이스라엘과 노르웨이는 전역 후 남성과 동일하게 예비군에 편성된다. 특히, 이스라엘은 현역 복무 후 34세까지 예비군으로 복무하며 최전방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다. 지원제를 시행 중인 미국, 스위스도 현역 복무 후 예비군으로 편성돼 복무한다.
둘째, 임무수행을 위한 장비·물자의 지급이 필요하다. 여성예비군은 전투복에 비무장을 기본으로 하며 지방자치단체 가용예산 범위 내에서 장구류 추가 지급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른 지원예비군인 특전예비군의 경우 개인화기, 완전군장, 방탄조끼 등 전시 임무수행을 위한 장비를 휴대하도록 명시돼 있어 차이가 크다.
셋째, 전·평시 임무에 맞는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여성예비군 소대는 의료구호분대, 급식지원분대, 기동홍보분대로 편성되며 작전지속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분대 편성에 맞는 교육이 요구된다. 의료구호분대는 응급처치와 환자 이송, 심폐소생술 등의 교육을 하며 급식지원분대는 지역 식당에서 예비군 작전지역까지 급식 수송, 필요시 조리 지원의 교육이 필요하다. 기동홍보분대는 홍보를 위한 장비의 사용과 방법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방위작전 지원을 위해 무전기 사용요령과 방독면 착용 등은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나아가 개인화기사격 등도 반영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의 위기가 찾아오면 전 국민이 합심해 싸워 이겨낸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그러나 국가 위기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만든 조직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돼 있는 여성예비군을 잘 정비하고 훈련해 국가 위기상황 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관계기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방일보 2023. 0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