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꽃의 추억
교회 마당 한쪽 화단에 족두리꽃을 심었습니다. 지난 해는 델피늄꽃을 심어서 재미를 좀 봤는데 올해는 시들한 것이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꽃이 뭐가 없을까 찾다가, 족두리꽃 앞에서 아내가 어머니의 추억을 꺼냈습니다. 어머니가 족두리꽃을 좋아하셨다고요. 그러고 보니 옛날 어머니댁 마당에 여름이면 사루비아가 가득했고 그 경계선에 족두리꽃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역시 그 엄마에 그 아들이구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군대생활할 때, 그 지겨운 보초 생활을 위로해주었던 꽃이 족두리꽃이었습니다.
초소 앞에 족두리꽃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무슨 꽃인지도 몰랐지만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언제나 그꽃이 거기 있었습니다. 가끔 바람이 불면 살랑대면서요. 제대하고 나니, 그 꽃이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도 좋아하셨다니, 망설일 것 없이, 족두리꽃으로 가자, 이런 겁니다. 그러고 보니 족두리꽃이 좋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놈이 키가 좀 큽니다. 델피늄이 좋았던 이유도 좀 위로 길게 나와 있서죠. 너무 바닥에 깔려있으면 눈에 잘 안띄니까요. 더운 여름에 더 덥게 느껴지고요. 키가 좀 커야 바람이 불 때 살랑살랑 거리면서 시원함을 주지요. 그래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더 사랑하나니’, 해서, 찾아봤더니, 족두리꽃이 그렇게 한 여름 땡볕의 잔상이 제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이 꽃이 한여름 뜨거운 햇볕에도 강하답니다. 그래서 6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한다네요. 아, 그래서 그 여름 내내 이 꽃을 보고 보초를 섰구나! 오래 볼 수 있는 꽃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 꽃은 심지어 한해살이풀인데, 자랐던 공간에 씨앗이 뿌려져서 해마다 다시 자라 다년생 풀로 착각하게 한답니다. 딱 좋네요! 얼핏 보면 약하게 보이는데 강한 꽃이었습니다. 외유내강이죠! 여름에 피는 야생화로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도 좋다니, 신앙적인 의미도 있네요. 꽃 모양이 마치 시집가는 새색시가 족도리를 쓰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족두리꽃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모든 이들에게 엄마가 아련하게 생각나게 하는 꽃이네요. 원산지가 아메리카라고 하니, 참 멀리서도 시집 왔군요!
바람에 나비가 날갯짓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풍접초’라고도 불립니다. 저도 이번에 꽃을 심으며 알게 됐는데요, 잔가시가 있더라고요. 이것도 좋네요! 꽃이 예쁘기만 하면 되겠어요, 자존심을 상징하는 가시도 좀 있어야죠(?). 그러나 장미처럼 너무 세면 아픈데, 이 정도면 애교로 봐줄만하니까요. 이제 한여름 내내 마당을 오고 갈 때마다 족두리꽃이 반겨주겠습니다. 낙엽지는 가을이 오기전까지는요. 여름이 덥다고 투덜거리며 짜증내지 말고요. 이 여름을 즐겨요. 족두리꽃 하나만 감사하고 즐겨도 여름이 더 행복해질 것 같아요. 글을 마치며 다시 궁금해집니다. 근데, 우리 오마니는 왜 족두리꽃을 좋아했을까?☺
첫댓글 족두리꽃~
그러고 보니 엄마가 계신 곳에는 언제나 족두리꽃이 있었군요.
옥천중앙교회 화단에서부터 미아리까지!
아파트에 사실 때 족두리꽃을 심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아쉬운 것이 그것 하나이겠습니까마는!
이목사님 덕분에 덩다라 족두리꽃의 추억에 빠집니다.
목사님 갈럼을 읽고 교회정원의 족두리꽃을 더욱 관심을 갖고 봤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깃들고 깊은 사연이 있으신 그 꽃이 더욱 수줍은듯 화려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지난 주보다 키도 훌쩍 자란것 같았구요
파스텔톤의 꽃잎들이 정말 사랑스럽게
새악시 족두리같아 보였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방울 토마토의 얽힌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완전 감동 감동 그 차체이지요!!
목사님께서 온 정성을 들여서 키우신 빠알갛게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셔서 지난 주일엔
교회 권사님들께 한 알씩 맛보여 드리고, 이번 주일엔 집사님들께 맛보여
주셨습니다.
귀하고 아까워서 두고 볼까도 생각했지만 군침이 돌아서 그냥 두고 볼수가 없어서 한입으로
쏙~~ 토마토 한 알의 찐한 목사님 참사랑을 맛보았습니다^^
사랑이 많으신 우리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전교인들에게 다 맛보여 드리진 못했지만 순차적으로 익으면 전교인이 사랑의
토마토를 다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자상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목사님이 계시는 한소망 성전엔 사랑의 토마토꽃이 활짝 피어나고
성령님께서도 불꽃같으신 사랑과 기쁨의 미소로 힘차게 응원하고 계심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