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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그래픽스 역사 - 전통 애니메이션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1. 24. 18:49
전통 애니메이션
일반적으로 전통 애니메이션(Traditional Animation)은 연속적인 동화(動畫)를 사진 필름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만화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컴퓨터를 제작 도구로 사용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구별된다. 전통 애니메이션 기법들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발전의 토대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연결성과 통합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전통 셀(cel)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셀과 배경 그림을 제작하기 위해 2D 컴퓨터 페인트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컴퓨터 애니메이터들 또한 종종 전통 애니메이션의 디즈니원리를 공부하며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그 미학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1. 동화의 초기 개념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기원전 1만 년에서 5000년경에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다리가 8개인 멧돼지 벽화를 기원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그 외에 BC 2000년경 이집트 11대 왕조의 바크트(Bakht) 왕자 무덤에서 발견된 서로 움켜잡은 레슬러들의 다양한 자세를 그린 벽화 장식과 이탈리아 시실리 섬의 암각화, 인도 데칸 지방의 수렵도, 중국 산둥성 무량사 사당의 절하는 모습 등에서도 애니메이션의 어원인 라틴어 애니마(anima) 즉, '영혼'과 '살아나게 하다'라는 애니마투스(animatus)의 의미가 포함된, 움직임을 표현한 그림들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조의 목릉 주작도에서 발견된 새의 머리와 다리가 세 개씩 그려진 그림을 예로 들 수 있다.
16세기에는 종이에 그린 그림들을 연속적으로 넘김으로써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플립북(Flip book)이 등장해 유행했다. 1644년에 독일 과학자이자 성직자인 키르허(Athanusius Kircher)가 최초로 투박한 슬라이드 환등기를 발명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개선된 영사기가 등장하면서 과학적이고 오락적인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물체의 상(像)이 실제 눈앞에 머문 시간보다 오래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잔상 효과를 이용한 다양한 장치들이 등장하게 된다.
1824년에 영국의 의사인 존 에어튼 파리스(John Ayrton Paris)가 런던의 왕립의과대학(The Royal College of Physicians)에서 망막 잔상 효과를 보여 주기 위해 소마트로프(Thaumatrope)라는 장치를 고안했다. 이는 원형 판의 앞면에 새장을 그리고 뒷면에 새를 그려 빠르게 회전시킴으로써 새장 속에 새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각적 장난감이자 최초로 애니메이션 원리를 이용한 광학기계로 볼 수 있다.
1832년 벨기에 물리학자 조지프 플라토(Joseph Antoine Ferdinand Plateau)가 두꺼운 원형 종이에 연속 동작을 빙 둘러 그리고 가장자리로 가느다란 구멍을 뚫은 다음 거울 앞에서 회전시키며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는 장치인 페나키스토스코프(Phenakistoscope)를 개발했다. 이것은 이듬해인 1833년, 오스트리아의 기하학자인 시몬 리터 폰 스탬퍼(Simon Ritter von Stampfer)가 만든 스트로보스코프(Stroboscope)나 1834년에 영국의 수학자인 윌리엄 조지 호너(William George Honor)가 선보인 조트로프(Zeotrope) 등과 비슷한 전형적인 잔상 효과를 이용한 방식이었다. 1877년에는 프랑스의 에밀 레이노(Emile Reynaud)가 조트로프를 크게 개선한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를 발명해 혁신적인 필름 영사 형태를 보여 주었다.
1891년에는 토머스 에디슨이 활동사진 촬영기인 키네토그래프(Kinetograph)와 관람 도구인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를 개발해 특허를 얻었다. 그런데 훨씬 이전인 1825년에 광학적, 화학적 방법으로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을 발명하고 헬리오그래피(Heliography)라 명명한 프랑스의 니세포르 니엡스(Nicephore Niepce)가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1885년에 이르러 후에 코닥(Kodak)을 설립하고 컬러 필름을 발명하게 되는 조지 이스트맨(George Eastman)이 얇고 유연한 필름에 쓸 수 있는 감광액을 개발했는데 이 혁명적 성과는 후에 에디슨의 발명품에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2. 애니메이션 영화의 등장
모형 애니메이션을 보여 준 첫 장편영화 <잃어버린 세계>(1925)의 윌리스 오브라이언(Willis O'Brien, 1886~1962) 감독
ⓒ 커뮤니케이션북스
19세기의 이러한 지속적 발전 끝에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Lumiere) 형제가 최초의 영사기 겸 필름 카메라인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를 발명하면서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
1897년에 프랑스의 무대 마술사이자 로베르우댕(Robert-Houdin)극장의 지배인 겸 영화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에스(George Méliès)가 〈오페라의 광장〉이라는 영화 촬영 중 우연히 스톱모션(Stop Motion) 기법을 발견했다. 그는 이 기법을 1899년의 영화 〈신데렐라〉에서 호박을 마차로 바꾸고 넝마 같은 옷을 번쩍이는 무도회 복장으로 바꾸는 장면에 사용했다. 이후에도 그는 슬로모션, 다중 노출, 디졸브, 페이드 등 다양한 기법을 개발했으며 1902년 또 다른 영화 〈달나라 여행〉에서는 클로즈업, 줌 등의 기교를 추가했다. 멜리에스는 평생에 걸쳐 500편 이상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프레임 바이 프레임(frame-by-frame) 즉, 한 프레임씩 제작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1920년대 초에 이르러 영화와 통합되었다. 1922년 윌리스 오브라이언(Willis O'Brien)이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선사 시대를 배경으로 여러 공룡들이 싸우는 모습을 그린 이 영화는 1925년 개봉되어 모형 애니메이션을 보여 준 첫 번째 장편영화로 인정되었다. 오브라이언은 1933년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실제 연기 장면을 합성한 〈킹콩〉을 제작해 더욱 유명해졌으며, 결국 1949년에 인간과 고릴라의 갈등을 그린 〈위대한 조 영〉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1906년에 영국 출신의 이민자로서 미국 최초의 애니메이터로 간주되는 스튜어트 블랙턴(J. Stuart Blackton)이 〈재미있는 얼굴의 익살스런 모습〉을 발표했다. 1908년에는 프랑스의 에밀 콜이 최초로 스토리가 있는 1분 16초짜리 만화영화로 '환상'이라는 의미의 〈팡타스마고리〉를 대중 앞에서 상영해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시대를 열었다.
이후 1911년 신문 연재만화가인 윈저 매케이(Winsor McCay)가 연재만화에 근거한 자신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이자 최초의 컬러 애니메이션 영화 〈리틀 네모〉를 발표했다. 〈리틀 네모〉는 4000장의 그림이 필요한 3분 길이로, 당시로서는 가장 긴 애니메이션이었다. 매케이의 세 번째 작품인 1914년의 〈공룡 거티〉는 그가 만든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공룡의 독창적인 움직임으로 성격을 묘사해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근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15년에는 얼 허드(Earl Hurd)가 셀룰로이드 애니메이션, 즉 가장 대중적인 전통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셀(cel) 애니메이션 기술을 창조해 특허를 얻고, 존 브래이(John Randolph Bray)와 함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표준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이즈음 만화의 인기가 떨어지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신문의 연재만화 캐릭터를 개선한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오토 메스머(Otto Messmer)가 1920년대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캐릭터 〈고양이 펠릭스〉를 창조했다. 그는 아내가 비오는 어느 날 밤 집으로 데려 온 길 잃은 뒷골목 고양이의 움직임과 자세들을 연구한 후 캐릭터의 형체를 그리고 인간의 특성을 가미시켜 고양이 펠릭스를 탄생시켰다.
이후 애니메이션 예술의 상업화로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월트 디즈니(Walt Disney)다. 디즈니는 이야기 구조에 세밀한 주의를 기울이게 해 주는 스토리보드 개념을 도입한 공로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최초의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1937년 크리스마스에 개봉되었다. 이 작품은 그간 특수효과로 사용되었던 많은 기술을 결합시켜 작품성과 기술 모두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았으며 애니메이션이 독립적인 극장용 오락 영화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1950년대 중반 TV의 등장으로 사양길을 걷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1988년 디즈니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와 1997년 클레이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90년대 이후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대작이 더 각광받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시초는 1956년 5월 12일, KBS의 전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TV 방송국인 HLKZ-TV가 개국하면서 방송된 럭키치약의 CF였다.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1967년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으로 전해진다. 이후 침체기를 거쳐 1976년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 V〉의 흥행 성공으로 큰 활기를 띠게 된다.
1980년대 들어 OEM 방식의 하청 제작에 의지하면서 창의력과 기획력에서 한계를 보이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TV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서둘러 1987년 국내 최초로 KBS에서 〈떠돌이 까치〉를 방영했다. 이후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날아라 수퍼보드〉, 〈머털도사〉 등이 TV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1999년에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성을 깨달은 정부의 지원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위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개관했다.
3. 전통 애니메이션의 종류
전통 애니메이션은 종이나 투명 셀룰로이드 위에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연속 촬영하는 그림 애니메이션과 종이나 나무, 점토, 기타 여러 가지 재료 등으로 인형이나 물체를 제작한 후 조금씩 움직이며 촬영하는 모델 애니메이션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1915년에 얼 허드가 개발한 셀룰로이드 애니메이션, 즉 셀 애니메이션이 가장 대중적인 전통 애니메이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 위에 투명한 셀룰로이드를 여러 장 겹쳐 촬영하는 방식으로서 제작 기간이나 제작 경비에서 경쟁력이 우수해 상업적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멀티플레인 방식은 여러 장의 배경과 수십 장의 셀을 배열해 카메라의 심도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일대 혁신이었다.
셀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구성 요소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레이아웃 작업에서 시작해 원화와 배경, 동화, 선화, 색 지정, 채화, 촬영의 단계를 거친다. 원화와 배경은 등장 캐릭터들의 주요한 표정과 자세를 그리고 별도로 배경 화면을 제작하는 단계다. 동화는 앞서 그린 원화들의 중간 단계를 그려 넣음으로써 동작을 원활하게 하는 작업이다. 동화의 윤곽선을 셀 위로 옮기는 작업이 선화 작업이며 선화가 그려진 셀룰로이드의 뒷면에 색을 칠하는 작업이 채화다. 다음으로 연출 감독이 채색된 셀과 배경이 의도대로 되었는지 최종 확인하는 검사 단계를 거친다. 마지막으로 배경 위에 투명한 셀룰로이드를 차례로 겹쳐 올려놓고 촬영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필름 현상과 편집 과정을 거쳐 배경음악과 성우의 목소리를 더빙하는 녹음 작업을 한다.
그림 애니메이션에는 이외에도 종이, 모래, 유리, 필름 스크래치 등을 이용한 방식이 있다. 종이 애니메이션은 19세기 잔상 효과를 이용한 초기 영사장치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고, 유리 애니메이션은 셀 대신 유리 위에 그림을 그린다. 모래 애니메이션은 유리 애니메이션 방식을 이용해 유리 위에 모래를 뿌려 그림을 그린 다음 유리 밑에서 빛을 투사해 독특한 효과를 얻게 된다. 스크래치 애니메이션은 필름의 면을 직접 칼이나 송곳으로 긁어 형상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모델 애니메이션에는 인형, 점토, 종이, 그 외 철사와 털실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방식이 있다. 인형 애니메이션은 인형의 동작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한 프레임씩 촬영하는 스톱모션의 일종이다. 점토를 이용한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같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절지(Cut-out)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오려 위치와 동작을 변화시키며 한 프레임씩 움직여 촬영하는 방식으로, 기본적으로 모델 애니메이션은 스톱모션 기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통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스 역사, 2013. 2. 25., 이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