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약간 쌀쌀한 감이 있지만 화창한 봄날이 점차 그 만개를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도 지난번에 이어 재밌는 오페라 한편을 준비했습니다. 도니제티의 코믹 오페라 <사랑의 묘약>입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도 나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오페라입니다.
지난번에 처음으로 준비한 <카바렐리아 루스티카나>를 뜨거운 호응 속에 감상을 마쳤는데 이번에도 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한글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화면의 질도 아주 좋고요.
깊어가는 봄날의 밤, 오페라 감상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진한 감동과 함께 막걸리 한잔을 걸치는 것도 우리의 삶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근사한 청량제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많이들 참석 바랍니다.
맨 밑에는 지난번 98회 용음회 개최결과를 간략하게 덧붙였습니다.
[용음회 개최일시 및 장소]
1.일시:4월 23일(네번째 토요일) 오후 2시
2.장소:국립예술자료원 3층 챔버홀
[ 프로그램 ]
<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감상 >
* 총 2막으로 구성(136분)
* 무대 : 바덴 바덴 페스티발 극장
등장인물
여주인공 , 아디나(소프라노) : 미아 페르손
남주인공 , 네모리노(테너) : 롤란도 비야손
아디나의 약혼자 , 벨코레 하사(바리톤) : 로만 트레켈
약장수 , 둘카마레(베이스) :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농촌 처녀 , 자네타(소프라노) : 레굴라 뮐레만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소개 ]
* 작곡가 도니제티
이 오페라는 재치 넘치는 코믹 오페라로, 재미난 내용과 튀는 듯 감칠맛 나는 음악이 있습니다. 유명한 테너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나옵니다. 제목 <사랑의 묘약>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오페라는 묘약만 먹으면 마음속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오페라의 작곡가인 도니제티는 스피드한 작곡가로 유명해서 대체로 한 번 완성한 작품을 다시 검토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묘약>은 고치고 또 고쳐, 도니제티답지 않게 2주일이나 걸렸다고 하네요. 그만큼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였다는 얘기이겠지요.
< 줄거리 >
1880년대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마을입니다.
[제1막] 여주인공 아디나는 우리가 오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프라노의 전형입니다. 그녀는 마을의 아름다운 지주 아가씨로 명랑하고 쾌활하며 로맨틱해 자석처럼 남성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가난한 농부 네모리노입니다. 아디나를 짝사랑한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릅니다. 그저 아디나가 예뻐 어쩔 줄 모릅니다. 네모리노의 아리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는 이렇게 감미로운 세레나데가 또 어디 있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입니다. 하지만 아디나는 한마디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여름날 마을 사람들은 포도밭에서 일하고, 아디나는 나무 그늘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에 관한 얘기가 몹시 재미있어 혼자만 알고 있기는 아깝다고 생각해 마을 사람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합니다.
이졸데라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사랑의 묘약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네모리노는 자기야말로 그 얘기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떠돌이 약장수이자 돌팔이 의사 둘카마라 박사가 ‘사랑의 묘약’도 판다고 하자 순진한 네모리노는 주머니를 털어 한 병을 삽니다. 실은 싸구려 와인이죠. 둘카마라의 아리아 ‘마을 사람들이여, 들으시오’는 기막히게 재미난 곡입니다.
어쨌든 네모리노는 이 ‘사랑의 묘약’ 한 병을 꿀꺽 다 마십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납니다. 술에 취한 것입니다. 술 취한 사람들이 하는 기본적인 행동은 다 똑같습니다. 제멋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고 아무에게나 막말을 해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술 취한 네모리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타고난 멋쟁이 군인 벨코레 하사와 얼마 뒤 결혼하기로 한 아디나에게 무안을 주는 행동을 하기까지 합니다.
[제2막] 아디나의 결혼식 날입니다. 아디나는 어쩐 일인지 결혼 시간을 늦춥니다. 평소에 그렇게도 자신을 따라다니며 애걸복걸하던 네모리노 아니던가요? 그가 나타나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인지 이상해 못 견딜 지경입니다.
네모리노는 비싼 약을 한 병이나 마셨는데도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기는커녕 벨코레와 결혼을 한다니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불평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둘카마라는 한 병 더 사서 마셔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네모리노에게는 동전이 한 푼도 없습니다. 지방순회 모병 담당관인 벨코레 하사는 네모리노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신병이 되면 나라에서 주는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입대를 권합니다.
종이에 서명만 하면 20크라운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네모리노는 입대를 조건으로 받은 돈을 둘카마라의 호주머니에 바치고 약을 사서 마십니다.결과는 전보다 더 과감한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날 저녁 네모리노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돕니다. 도시에 사는 네모리노의 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일한 조카 네모리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네모리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마을 아가씨들은 부자가 된 네모리노에게 관심을 쏟으며 그를 둘러싸고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이 모습을 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마을 아가씨들에게 저토록 인기가 높은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 훌륭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네모리노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네모리노는 약효 때문에 아디나가 드디어 자신에게 끌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부르는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아디나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감격하여 부르는 대단히 아름다운 곡입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사랑을 확인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한 벨코레 하사는 네모리노의 자원입대서를 기분 좋게 되돌려줍니다. 둘카마라는 자기가 판 약 때문에 두 사람이 사랑에 성공했다고 자랑합니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팔에 안기며 모든 것이 준비된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 제98회 용음회 개최결과 ]
지난 3월 26일에 있었던 용음회에서는 12명(강기철,고지찬 부부,김수명,변호정,송죽철 부부,이건종,이도경,이청수,유재성,장기성 이상 가나다 순)이 참석하여 오붓한 감상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용두열 이청수 감사와 뫼두열 터줏대감 장기성 회원이 참석하여 이채를 띠었습니다.
아울러 용두열 살림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는 유재성 사무총장이 용음회 살림에 보태쓰라고 10만원을 희사하여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유총장의 성금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