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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장교로 전쟁터를 누비던 나폴레옹이 어느날 클로버 군락지를 걷게 됐다. 우연히 수많은 세잎클로버 사이에 숨어있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나폴레옹이 자세히 보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적의 총알이 그의 등뒤로 스쳐지나갔다.
누구나 알고있는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 된 사연이다. 흔히 볼수 있는 클로버는 세잎이지만 네잎 클로버는 5000번중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나폴레옹이 아니더라도 숲 길을 걷다가 네잎클로버와 조우하면 마치 행운을 맞이한듯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인 것을 잊는다. 그래서 ‘네잎클로버(행운)’를 찾기위해 주변의 세잎클로버(행복)’를 짖밟는 경우가 흔하다. 행운도 결국은 행복을 위한 것일텐데 막연한 행운에 눈에 멀어 하늘이 내린 행복을 걷어차는 아이러니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클로버가 최근 화제다. 일본의 와타나베 요시하루(45)가 자기집 정원에서 63잎짜리 클로버를 재배해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와타나베는 2012년부터 자신의 집 정원에서 클로버를 교차수정해왔고 49잎, 55잎을 거쳐 12년만인 지난달 20일 63장의 잎이 달린 클로버를 얻었다는 것이다.
다섯잎 클로버를 발견할 확률이 2만4000분의 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63잎 클로버가 대단하긴 하지만 난 사진을 보면서 “저건 클로버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클로버는 세잎이나 네잎이래야 클로버지 인공수정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 식물을 클로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와다나베는 “마침내 세계 기록을 달성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63잎 클로버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했다. 관련기사를 쓴 기자들도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 ‘행운이 뭉텅이로’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유전자조작으로 만들어진 ‘클로버’가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이젠 100잎 클로버가 나올날도 머지 않았다.
장미는 보통 빨강색이거나 흰색, 노랑색이지만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파란색 장미’를 30여년전 세계최초로 개발할만큼 일본은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발전한 나라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파란색 장미’는 색다른 멋이 있지만 63잎 클로버는 영 아니다.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도 잘자라 토질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세잎 클로버는 소박하고 연약하며 사랑스럽다. 그래서 꽃말이 ‘행복’이지만 기형적인 63잎 클로버의 꽃말은 뭐라고 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