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포유동물인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즐린 연구소의 이안 윌머트(Ian Wilmut)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황우석 교수의 초청으로 지난 4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윌머트 박사는 6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 특강을 개최했다.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코리아바이오허브센터와 공동으로 주관한 이 행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나도선)이 후원했다.
생명복제과학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와 향후 전망들이 소개된 이번 특강은 일반인들과 학생들에게 생명과학의 첨담 분야 중 하나인 복제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최신 성과에 대한 연구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의 장으로 평가된다. 특강 후에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 윌머트 박사는 황우석 교수와의 연구 교류를 시사하기도 했다.
윌머트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로즐린 연구소에서 동물의 수정란 연구를 하다 1996년 7월 5일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생명복제과학의 ‘대부’이다. 다음 해인 1997년 2월 네이처에 발표된 이 소식은 한 해 동안 전 세계 과학기술계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이슈를 일으켰었다.
복제양 돌리는 핵이 제거된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치환하는 이른바 핵치환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복제하기 원하는 양의 체세포의 핵과 핵을 제거한 난자를 전기장을 걸어 융합시키는 방법으로 핵을 치환하고, 융합된 세포를 대리모 역할의 양에 넣어서 임신시켜 수개월 후에 돌리를 얻었다.
복제된 돌리가 처음의 양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cienceall.com%2Fsa0news%2F04%2F08e%2Fimage%2F04_nb011_n003.jpg) |
그 전까지 배아상태의 세포로 복제를 했던 적은 있었으나 성체의 체세포만으로 포유류에서 복제에 성공한 것은 돌리가 처음이다. 이것은 동일하게 포유류인 인간도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하여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복제양 돌리의 성공으로 생명복제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생명과학 분야 중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2월 12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팀이 복제 젖소인 ‘영롱이’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세계에서 5번째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포유동물로,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곧바로 복제 한우 ‘진이’를 탄생시켰다. 그 후 2004년 황우석 교수는 세계에서 최초로 인간배아복제에 성공하며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데까지 성공함으로서 전 세계적인 과학자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로 윌머트 박사는 유전자 조작된 복제 돼지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함으로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인공 장기 생산에 길을 열어놓았다. 이것은 인간의 장기와 유사해서 인공 장기로 부각되고 있는 돼지의 장기를 이식을 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해서 복제한 것이다.
|
최근 윌머트 박사의 주된 관심사는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루게릭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루게릭병은 온 몸의 근육이 계속 수축되다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불치의 병으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트븐 호킹 박사도 이 병을 앓고 있다.
이를 위해서 올해 2월 영국 정부로부터 인간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허가를 받았으며 줄기세포로부터 루게릭병과 관련된 운동신경과 신경 주변의 세포를 얻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윌머트 박사는 “궁극적으로는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찾을 것이다”고 밝혔다.
|
윌머트 박사는 휴일이었던 5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을 방문해서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험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윌머트 박사는 “황우석 교수와 토론하고 공동실험의 기회를 가져서 기쁘다. 로슬린 연구소에 서 에딘버그 대학으로 옮긴 후에도 공동연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윌머트 박사는 특강이 끝난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 개발 연구에 착수할 것이며 이 연구에 황 교수의 복제배아 줄기세포 배양기술이 필수적이어서 공동연구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연구진이 루게릭병 환자의 체세포와 임상연구기법을 제공하면, 한국팀이 줄기세포 추출 기술을 제공, 배아줄기 세포를 배양하는 것이 공동 연구의 기본 골자이다.
황우석 교수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국내 연구팀 및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5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한-스코틀랜드 보건산업 심포지엄’에서 연구팀을 만나 세부사항을 논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윌머트 박사의 한국 방문은 생명복제과학의 선두를 달리는 두 연구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생명복제과학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인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라서 인류가 정복하지 못했던 수많은 질병들을 치료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