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 출판사의 <우리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그림책은 아프신 할머니를 모시고 살게 된 가정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아이는 그림책 첫 머리에 아빠, 엄마, 나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을 소개한다. 어느 날 따로 사시던 할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더이상 혼자 지내실 수 없게 되어 우리집에서 같이 살게 되고, 주인공인 아이는 할머니와 살게 되어서 불편한 점을 토로한다. 할머니는 장롱에 젓갈을 두어 구더기가 생기게도 하고, 화장실에도 제 때에 가지 못해서 배변실수를 하신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아이에게 할머니가 예전에는 아이의 엄마처럼 자신을 사랑으로 길러주신 자신의 엄마임을 이야기해주고 아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 엄마, 나, 할머니로 구성된 우리 가족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끝맺는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라면 당연히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쉽지는 않았을 이야기를 더하거나 감하지 않고 그래로 이야기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림책이라면 이야기를 좀 더 각색하여 표현하거나 그림도 단순화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한 과정 없이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전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이해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음으로써, 아이의 심리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고 오히려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나중에 할머니를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친할머니도 떠올랐다. 우리집은 큰 집이 아니라서 할머니께서 우리집에서 지내시지는 않았고, 나도 그때 어려서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건강하시던 할머니께서 링겔을 맞으시면서 방에 누워계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그림책은 이렇게 유아가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유아가 반응할 법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식을 취해서 유아들이 이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미리 해보고, 나중에 그런 유사한 일이 생기더라도 보다 덜 당황하면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