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앙드레 미슐랭(Andre Michelin)은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줄 자동차여행 안내책자를 발간했다. 그는 당시 내무부 산하 지도국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프랑스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여행 및 식당 정보 안내서를 펴낸 것이다. 이 <미슐랭 가이드>가 미슐랭 타이어 회사 부설 여행 정보국에서 발간된 것은 세계 최초로 분리, 조립되는 타이어를 발명해 미슐랭 타이어 회사를 만든 에두아르 미슐랭의 친형이 바로 앙드레 미슐랭이기 때문이었다. <미슐랭 가이드> 발간 초기에는 타이어 정보와 도로 법규, 자동차 정비 요령, 주유소의 위치 등이 주된 내용이었으나 점차 식당 정보의 위상이 높아지자 1922년부터는 유가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미슐랭 가이드>는 엄격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오늘날에는 대표적은 식당지침서, ‘미식가의 성서’로도 통하게 되었다. 매년 봄 발간하는 이 식당 및 여행가이드 시리즈는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어로는 <기드 미슐랭>이라고 한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매년 이 책을 발간하지만 프랑스의 것은 특히 남다르다. 이 책에서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요리, 인테리어, 소장 와인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평가를 받은 것이고 자연히 높은 권위와 명성을 얻게 된다.
세계 최고의 호텔·식당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가 지난 3월 2일 창간 100호를 발행했다. 100호의 표지 디자인에는 100여 명의 예술가들과 미술 콩쿠르 당선 경력이 있는 미대생들이 참여했다. 무려 20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미슐랭 가이드>는 빨간 색 커버 때문에 '빨간 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책 머리에 간단하게 실려 있는 여행 정보와 레스토랑 선택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제외하면 그 방대한 분량은 대부분 프랑스 전국의 4950여 개의 호텔과 3500여 개의 식당 소개에 할애된다.
전담요원이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1년간 한 식당을 5~6차례 방문하고 직접 시음 및 시식을 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게 되는데 음식의 맛,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이 주된 평가의 요소다. 일정 수의 식당을 엄선하고 다시 이들 가운데 뛰어난 식당에 별(최고 3개)을 부여, 등급을 매긴다. 별 3개를 달게 되는 경우에는 성대한 시상식을 치르기도 하며, 별 3개를 달게 되는 요리사는 최고의 명성을 얻는다. 3500여 개 식당 중 별 3개 식당은 26곳뿐이고, 별 2개 식당이 73곳, 별 1개 식당은 449곳이다. 때문에 요리사들은 별 하나를 받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미슐랭 가이드>의 세부적인 식당 설명은 주소와 연락처, 가격대, 전문 요리, 보통 두 줄로 된 평으로 정리돼 있다. 식당 이름 왼쪽에는 평점이 매겨져 있고 식기 표시는 식당의 안락함에 대한 평점이며, 별은 음식 맛에 대한 평점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파리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해서 찾기 쉽게 해 놓았다. 파리의 식당들은 별 달린 식당, 가격 대비 맛이 좋은 식당, 요리 종류에 따른 분류 등 테마 별 목차로도 정리돼 있어 편리하다.
프랑스에는 크게 세 가지 부류의 레스토랑이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가정식 요리를 내놓는 ‘비스트로(bistro)’, 규모가 좀 더 큰 ‘브라쓰리(brasserie)’ 그리고 최고급 호텔에서 운영하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가 있다. 프랑스의 요리사들은 14세에 이미 수련생(Apprentissage)으로 시작해 조수(Commis), 부파트장(Demie Chef de Partie), 파트장(Chef de Partie), 부주방장(Sous Chef, Second), 주방장(Chef)의 단계를 거친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주방 안에서는 특히 대인관계가 중요하다. 서로 도와가며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마음이 잘 맞지 않으면 요리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혹시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 있으면 옆 사람까지 덩달아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 프랑스 요리사들 중에는 14살부터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험난한 현장을 겪은 경우가 많다. 주방 일은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한 명이 실수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그리고 구세대의 관습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결과를 낳는 방식을 고집하는 셰프들도 있다. 그래서 이직률이 높은 식당들도 종종 있지만 그런 특성 때문에 오히려 동료애가 생기고 마치 군대 조직과 흡사한 분위기도 생긴다고 한다. 대부분 매우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계속 자극을 주어야 좋은 요리와 발전하는 실력을 보증할 수 있다.
좋은 식당일수록 자기들이 쓰는 요리의 원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모두 자세히 공개한다. 재료에 따라 맛과 영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선 같은 경우에는 자연산이냐 양식이냐, 어디서 누가 양식했는지 까지 세부적으로 나뉜다. 요즘은 오히려 질 좋은 채소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1950년 대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굉장히 공신력이 있었고 별을 매기는 기준이 음식 자체에만 있어서 별 세 개짜리 식당에 가면 다른 식당보다 가격 대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매기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조엘 로뷔숑이다. 그는 미슐랭이 배출한 스타 요리사로서 프랑스 국영 TV방송에서 유명한 셰프들을 집으로 초청해 집에서 쉽고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 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미식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도 얻고 있는 그의 영향으로 식당을 평가하는 기준에 사용하는 식기나 와인 등 요리 외적인 요소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어느 회사 식기를 쓰는지부터 인테리어 등 복합적인 기준으로 별을 매기기 때문에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이다. 그래서 음식만 가지고 보자면 별의 숫자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