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하든 엉성하든 세련되든 조야(粗野)하든 원숙하든 미숙하든 하여간, 예컨대, 똥과 된장, 독과 약, 개와 돼지, 한글과 한국어, 수단과 목적 따위들을 분간할 수 있는, 분별력(分別力)은 모든 생인(生人; 생자生者) ㅡ 살아있는 이족보행포유류(이보포류)개체 ㅡ 에게는 필수요건이지만, 심지어, 망인(亡人; 망자亡者; 사망자; 죽은, 숨진, 사망한 이보포류개체)들에게도 필수요건일뿐더러 망혼(亡魂; 망령亡靈; 혼령; 음귀陰鬼; 죽은 이보포류개체의 넋, 영혼, 혼백魂魄)들에게도 필수요건이라고 먼 옛날부터 생각되었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ㅡ 어쩌면, 중국에서 한역(漢譯)된 《死者之書》라는 제목이나 일본에서 왜역(倭譯)된 《死者の書》라는 제목이 무분별하게 사대(事大)되거나 본뜨여서 그랬는지, 하여튼 ㅡ 이른바 《티베트 사자의 서》와 《이집트 사자의 서》라고 ㅡ 한자(漢字)를 곁달잖으면, 이른바 “뭐든 보자마자 척척 알아처먹는 삼척동자”보다 미욱한 죡변처럼 꾀죄한 눈치밖에 버릇들지 못한 개체들에게는 척척 알려처먹히기는커녕 자칫, 혹시, 이따금, 어흥하는 사자(獅子)나 심부름하는 사자(使者)의 서(이것은 또 뭐시냐?)로 착각될 성싶게, 쉽게(?), 권위롭게(?), 어딘가 멋스러운 티를 내게(?) ㅡ 번역된 제목을 앞세운 두 책도 ㅡ 이 참에 쬐금 더 정확하게는, 《티베트 망인에게 독송되어야 할 책》이나《티베트 망인에게 읽혀야 할 책》이나 《티베트 저승길(열명길; 황천길) 안내서(설명서; 지침서)》, 《이집트 망인에게 증정된 책》이나 《이집트 망인의 무덤에 부장된 책》, 아니면 더 바쁘고 다급해서 후루룩 뚝딱 짧게! 간결하게! 읽혀야 한다면, 《티베트 망인책》이나 《티베트 망인서》,《이집트 망인책》이나 《이집트 망인서》라는 제목들을 권장받을 만하겠지만, 하여튼지간에 ㅡ 열명길(저승길; 황천길)로 들어선 망인에게 정확하고 엄밀한 분별력을 요구한다.
그런 반면에 분별력을 유일신들 ㅡ 결코 유일하잖는데도 유일한 유일신이라고 당당히 자처하고 신봉되는 신들 ㅡ 에게나 종교업자(사제; 교황; 주교; 신부; 목회자; 목사; 랍비; 율법사 따위)에게 일임해버리는 유다교(유태교; 유대교), 기독교(크리스토스교; 그리스도교; 크리스트교; 메시아교; 구세주교; 예수교), 이슬람교(회교回敎; 무슬림교; 무함마드교; 알라교) ㅡ 이른바 아브라함계 3종교 ㅡ 같은 종교들도 있고, 이런저런 경전들에나 승려들에게 분별력을 일임해버리는 이런저런 불교(붓다교)들 같은 종교들도 있다. 이들은 “거의 언제나” 분별력을 ‘죄악의 씨앗, 고해의 원흉, 만악의 원인’으로 간주해버릇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거의” 하나같이 천국이나 지옥, 연옥(煉獄), 극락, 나락(나라카), 사후세계, 저세상, 저승, 황천, 내생(來生), 내세(來世) 따위를 암시하거나 명시하거나 초들어 거론해버릇하거나 강조해버릇한다.
☞ 참화들 고야 유리장 박상륭 열명길 스피노자의 정신 대중 민중 서민 기만 자발적 아둔
☞ 이집트 신화 아누비스 오포이스 개 자칼 늑대 뱀 저승 지하 세계 묘지 석상 미라
고대 이집트 파라오(황제) 세티 1세(Seti I, 재위 서기전1294경~1279)의 서기관 후네페르(Hunefer)의 무덤에서 발견된 《이집트 망인서》의 파피루스(papyrus) 사본에 수록된 아랫삽화에서, 망인 후네페르는 자칼(이나 개)의 대가리를 가진 이집트 저승사자 아누비스(Anubis)를 따라 망인재판소로 입장한다.
이 재판소에 비치된 천칭(天秤; 천평칭天平秤)을 관리하는 직무마저 겸임하는 아누비스는 천칭의 왼쪽 저울접시(칭판秤板)에는 후네페르의 심장(心腸)을 놓고 오른쪽 저울접시에는 “마아트(Maat)의 깃털”을 놓는다.
이 깃털은 진실, 균형, 질서, 조화, 법, 도덕, 정의를 주관하는 이집트 여신 마아트의 상징이다.
만약 심장의 무게가 깃털의 무게와 달라서 천칭이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망인은 천칭 오른쪽의 흉포한 괴물에게 잡혀먹혀서 사멸당해야 하는 형벌을 선고받을 것이다.
이 괴물은 악어(鰐魚)의 대가리, 사자(獅子)의 갈기와 상반신, 하마(河馬)의 하반신을 겸비한 탐욕스러운 짐승이다.
이 삽화에서는 후네페르가, 어쩌면 재판받으면서 괴물의 위쪽에 기록된 주문(呪文) 또는 찬문(讚文)을 암송해서, 재판소를 무사히 통과하는데, 토트(Thoth)가 재판결과를 기록하고, 호루스(Horus)는 후네페르를 오시리스(Osiris) 앞으로 안내한다.
흑따오기의 머리를 가진 이집트 남신 토트는 마아트의 남편이고 그리스 남신 헤르메스(Hermes)처럼 슬기, 기록, 문자, 학문, 주술, 예술, 망혼인도(亡魂引導)를 주관한다.
매(鷹)의 대가리를 가진 이집트 남신 호루스는 왕권과 하늘을 주관하는데, 다산, 농경, 죽음, 사후세계, 저승(내세), 망혼, 부활을 주관하는 이집트 남신 오시리스의 아들이다.
보좌에 앉은 오시리스의 뒤에는 그의 누이들인 여신 이시스(Isis)와 여신 넵튀스(Nephthys)가 서있다.
서기전80년경 이집트 중동부 나일강 서안(西岸)의 어느 지하묘지에 그려진 아래 벽화에는 “무덤에 안장될 센네드젬의 시신으로 미라를 제작하는 아누비스”가 묘사되었다. 센네드젬(Sennedjem, 서기전13세기)은 고대 이집트의 수공업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