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책은 언제나 꽃밭 길부터 시작한다.
심심할 때 뒷짐 지고 꽃과 눈인사를 나눌 그날이 벌써 왔다.
꽃이 자라는 상태도 보고 풀도 뽑으며
천천히 꽃밭 길을 거닐 때면 꽃길의 의미를 새삼 느낀다.
잡초도 보고 꽃들의 어울림도 보면서
다음에는 이래저래 가꾸어 봐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서서 다시 걸어 올 때면
새로운 기분이 되어 절로 미소가 나온다.
좋은 돌을 골라놓고 화단 경계 어디쯤 놓을까 고민도 한다.
장미 밑동 꽃잎도 속아주고 도라지와 협죽도의 흐드러진 가지도 묶었다.
딸기도 옮기고 벌써 익은 꽃씨도 흩뿌렸다.
꽃밭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길을 만들 때는 힘들었는데
화단 돌을 밟고 쭈그려 앉아 꽃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몇 해 전까지도 물불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겨우 뒷짐 지며 신발의 코를 바라볼 만큼 틈이 생겼나 보다.
땡볕이면 풀이 죽어 말라가는 모습도 의미 있고
비 오면 머리를 쳐들고 살아있음을 자랑하는 모양새도 좋다.
즐겁고 행복할 때는 마냥 좋아만 했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이제 비로소 길을 걸으며 멈추기도 하고 뒤돌아보기도 하며
다시 돌아설 용기도 생겨나나 보다.
흐릿하게 삶의 끝이 보일 만큼 너무 빨리 와 버렸다.
천천히 가고 싶었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빠르게 달려왔다.
말씀에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하였다.
어쩌면 달려가는 것도 날아가는 것도 아닌 추락하는 삶인지도 모른다.
날개가 없는 추락인데 언제쯤 구원의 기회가 올까?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90:10]